'힘든 3개과 수가인상 누굴 위한 것인가?'
시민단체 '의구심 들어' 문제 제기…복지부 '대안 마련 중'
2013.08.06 12:01 댓글쓰기

[기획 2-1]전공의 지원 기피 해소를 위해 외과와 흉부외과 수가가 인상됐지만 몇 년 째 전공의 확보율이 '요지부동'이라는 판단이 들자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가 주판알을 튕기고 있다.

 

이와 함께 분만수가가 인상된 지도 3년여 흘렀지만 산부인과에서는 연일 정부의 의료 정책 실패를 공박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 표정은 영 마뜩치 않다. 수가의 일정 부분을 전공의 수련보조수당으로 지급하지 않으면 전공의 정원 감축을 하겠다는 초강수를 두기도 했고 아예 수가인상분을 ‘폐지’하겠다는 뜻을 조심스럽게 내비치기도 했다.


이미 2년 전부터다. 현재로서는 잠시 소강상태이지만 여전히 이들 진료과의 불안감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수가인상 폐지, 아직도 떨고 있니?”


“날치기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우는 아이에게 사탕 주고 곧바로 다시 뺏는 것과 뭐가 다른가. 만약 흉부외과 수가가 예전으로 원상복귀 되면 전공의는 물론 전국의 교수들이 들고 일어날 것이다.”


다행히 정부가 강공 드라이브는 걸지 않았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내 가입자단체에서 흉부외과, 외과 수가 인상 효과에 대한 의구심을 쏟아내며 인상 폐지를 촉구했지만 해당과 의사들의 강력한 반대에 일단은 숨 고르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복지부 및 가입자단체 내에서 수가 가산 효과가 미미하다는 분위기가 모아져 또 한 번 칼바람이 불지 이목이 집중된다.


실제 복지부는 수가 인상 정책 효과의 추가 분석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수가 가산 지속 여부를 여전히 점검하고 있다는 의미다.


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한 관계자는 “수가 인상만이 외과, 흉부외과 살리기의 적정화 방안이 아니라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지난 2011년 제24차 건정심에서 외과와 흉부외과 전공의 지원 현황과 수가인상분 사용 실태가 안건에 상정된 바 있다. 그러면서 정부-공급자-가입자의 삼각 갈등은 지금까지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흉부외과, 외과 의사들은 여전히 떨 수밖에 없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이 논의가 언제 점화될 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위기다.


가천의대 길병원 흉부외과 박국양 교수는 최근 흉부외과학회의 백서 발간 배경을 이렇게 밝혔다. 그는 “언제, 어디서 폐지 논란이 일 지 불안하다. 그나마 숨통을 틔워줬던 수가 인상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면 흉부외과를 두 번 죽이는 것과 다름없다. 정치권에 문제의 심각성을 하루빨리 알려야 하는 것도 폐지 논란의 불씨 자체를 없애기 위함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가입자단체는 2009년 18명에 불과했던 흉부외과 지원자가 2010년 31명으로 늘어나는 듯 보였지만 2011년 26명, 2012년 23명에 그쳤다는 점을 지적한다. 외과의 경우도 2009년 176명, 2010년 148명, 2011년 144명, 2012년 139명으로 줄곧 하락세라고 주장한다. 유례없는 수가 인상을 해주고도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면 정책 폐지를 심도있게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논리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외과계열 전문의들은 “제도 시행 후 계속된 전공의 지원 미달 사태를 학회와 전문의들의 무능력 때문인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상당한 문제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각 병원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채 수가 가산금의 20~30%를 외과, 흉부외과 지원에 사용하라는 획일적인 지침은 태생적인 문제로 지목된다. 가톨릭의대 성모병원 흉부외과 심성보 교수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가산금을 전용하는 병원 경영이 묵인될 수밖에 없는 상황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대(代) 끊긴 수련병원 수두룩…“전공의 지원 하향 곡선”


최근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가 전국 65곳 수련병원을 대상으로 자체 집계한 ‘레지던트 정원 및 정원 확보 현황’에 따르면 올해 1년차 전공의를 확보한 수련병원은 가톨릭대서울성모·건국대·경북대·고신대복음·단국대·동아대·삼성서울·서울대·서울아산·양산부산대·연세대세브란스·영남대·인제대해운대백·조선대·한림대성심·한양대 등 16곳에 불과하다.


2010∼2013년까지 1∼4년차 전공의를 한 명도 확보하지 못해 대가 끊겨버린 수련병원은 이보다 두 배나 많은 30곳에 달했다.


흉부외과를 전공하겠다는 젊은 의사들이 없다보니 정원도 매년 줄어들고 있다. 1997년 100명이었던 전공의 정원은 2011년 76명에서 2012년 58명, 2013년 60명으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1년차 전공의는 2009년 22명까지 내려갔다가 2010년 36명, 2011년 28명, 2012년 23명에 이어 올해 28명 수준이다.


개원가의 상황은 더 처참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전문과목별 전문의 인원 현황’(2011년)에 따르면 국내 흉부심장혈관외과 전문의 수는 총 942명. 이 가운데 의원급 의료기관에 근무하는 의사는 34.1%(321명) 정도다.


주목할 만한 것은 개원의 321명 가운데 흉부심장혈관외과와 관련이 있는 하지정맥류나 다한증 등의 전공과목을 간판으로 내건 회원이 단 15%(50여곳)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전공과 무관한 미용·성형·피부·비만·감기 등을 진료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의사회 김승진 회장은 “어려운 전공의와 전임의 과정을 밟으며 습득했던 술기를 써 먹을 수 있는 곳은 수련병원에서 근무할 때 뿐”이라며 “대부분의 회원이 전문의 자격을 거의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 했다.


수가 인상 이후 시름에 빠져 있는 것은 외과도 마찬가지다. 대한외과학회를 중심으로 전국 외과 주임교수와 과장들이 팔을 걷어 부쳤지만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대한외과학회 前 손수상 회장(계명대 동산병원)은 “사실 수년 전부터 전국 외과 주임교수·과장들이 머리를 맞대 수가 30% 가산 적용에 따른 권고안을 마련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녹록치 않았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외과 수가 인상이 향후 정부가 목표로 하는 성공적인 외과 전공의 확보와 연계되지 않으면서 인상된 재원이 본래 목적과 다르게 사용된다면 외과가 발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잃게될 것”이라며 현 상황의 위기감을 드러냈다.


계명대 동산병원 외과 강구정 교수는 “수가 인상으로 인해 새로 발생한 수익이 외과 전공의 지원을 높이기 위한 재원으로 쓰이지 않고, 단순히 병원 수익 재원으로만 들어가는 것을 더 이상은 지켜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대한흉부외과학회 역시 수가 인상 폐지 움직임을  경계하며 “건국 이래 수가 인상을 제자리로 돌린 일은 없다”면서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서 발걸음을 재촉해야 한다”고 경계심을 피력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일까. 흉부외과학회도 전국 주요 수련병원의 수가 인상분 용처를 파악한 후 각 병원별 후속 조치 계획, 나아가 정부의 복안에 대해 의견을 수렴하는데 당분간 주력하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국회 차원에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는지 파악하겠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댓글 0
답변 글쓰기
0 / 2000
메디라이프 + More
e-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