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이라던 의료기관 인증 '강제' 변질
의료정책 인증 의무화 일색…'정부가 병원 상대 장사' 비난
2013.10.31 20:00 댓글쓰기

‘자율 인증’을 기치로 시작된 의료기관 평가인증이 점점 ‘강제 인증’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정부 인증이 장삿속으로 전락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10년 10월 의료의 질과 환자안전 수준을 제고함으로써 국민 건강 증진에 기여한다는 취지로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을 설립, 운영에 들어갔다.

 

2000년대 초반부터 진행하던 의료기관평가가 늘 강제성 논란에 휩싸였던 만큼 완전한 자율인증으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정부가 공언하던 자율인증이 의무인증으로 바뀌기 시작한 것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상급종합병원을 시작으로 요양병원, 정신병원, 전문병원, 한방병원 등 잇따라 의료기관 질 평가 기준으로 인증을 의무화 시켰다.

 

상급종합병원 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의료기관평가인증원으로부터 반드시 인증을 받아야 하고, 전문병원 역시 오는 2014년부터는 자격기준에 인증이 포함됐다.

 

요양병원과 정신병원, 한방병원의 경우 강제성이 더하다. 요양병원 1037개, 정신병원 262개 등 총 1300곳이 의무적으로 인증을 받아야 한다.

 

만약 인증 신청을 하지 않을 경우 의료법에 따라 업무정지 15일이나 5000만원 이하 과징금 등의 행정처분을 받게 되고, 요양급여 인력가산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인증결과는 의료기관평가인증원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되며, 그 결과를 적정성 평가와 연계해 요양급여 비용의 가감지급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올해 들어 의료기관 인증 의무화 범위를 더욱 넓히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자격과 평가가 필요한 정책에 어김없이 인증 의무화 단서를 달았다.

 

우선 복지부는 지난 23일 전문의 수련 및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통해 오는 2016년부터 모든 수련병원의 의료기관 인증을 의무화 시켰다.

 

기존에 수련병원으로 지정된 의료기관은 물론 신규 진입을 희망하는 병원들도 의료기관 평가 인증서가 있어야 전공의를 배정 받을 수 있다.

 

현재 전국 230여개 수련병원 중 의료기관 인증을 받은 병원은 112곳이다. 나머지 120곳은 병원신임평가와는 별도로 의료기관 인증을 받아야 한다.

 

정부의 3대 비급여 개선 방안에도 의료기관 인증 의무화가 등장한다.

 

국민행복의료기획단이 31일 공개한 선택진료 개선안에는 특정 의사 선택에 따라 환자가 추가적으로 비용을 부담하는 현재의 선택진료제를 전면 폐지하는 방안이 담겨있다.

 

대신 의료기관에 대해 질 평가 수가가산을 도입, 앞으로는 환자가 의사가 아닌 병원을 선택토록 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서 질 평가 방식이 바로 의료기관 인증이다.

 

이 처럼 정부가 지속적으로 자율인증을 의무화 하면서 병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A병원 원장은 “이 같은 방식은 자율이 아닌 강제나 다름없다”며 “의료서비스 질 향상이라는 미명 아래 정부가 병원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B병원 이사장 역시 “병상 규모별로 의무적 평가를 받던 기존 방식과 다를게 뭐냐”며 “그 때는 비용이 들지는 않았지만 이제는 의무 평가에 돈까지 내야한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의료기관평가 인증은 병원들의 의료서비스 질 평가를 위한 최적의 방식인 만큼 정책과의 연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료기관 인증의 자율성은 앞으로도 계속 유지시킬 것”이라면서도 “의료의 질 확보 차원에서 일부 의무화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국내 병원급 의료기관 1899곳 중 인증제에 참여한 기관은 173곳으로, 9.1%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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