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월부터 본격시행을 앞둔 연명의료결정법(연명의료법) 시범사업의 열기가 대단하다.
최근(12월11일 기준)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한 건수는 무려 4066건에 달한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상담·작성·등록 시범사업 기관이 세브란스병원을 비롯해 5개 기관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결과다.
하지만 이런 열기와는 사뭇 다르게 연명의료계획서 작성률은 저조하다.
연명의료법 시행을 두 달여 앞둔 지금, 시범사업 현장에서는 그 열기가 제대로 전해지지 않고 있는 모양새다.
실제로 시범사업 한 달 동안 작성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2000건이 넘었지만, 같은 기간 말기 또는 임종기에 이른 환자의 연명의료계획서 작성은 11건에 불과했다.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세브란스병원 최혜진 완화의료센터장에 따르면 사전연명의향서와는 달리 연명의료계획서를 쓰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최 센터장은 “사전연명의료의향서의 경우 기존부터 관심이 있던 사람들이 많다보니, 작성을 위해 일부러 찾아오시는 분도 많았다”면서도 “연명의료계획서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란 건강한 사람이 임종을 앞두고 있을 때 심폐소생술,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등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현하는 문서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가 먼 미래의 일이라면 연명의료계획서는 임종 시점에 작성한다는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
"환자에게 연명의료계획서 받고·보고하는 절차 까다로워 비현실적"
최 센터장은 “현재 시범사업을 하고 있지만, 대다수 환자들에게 이 법을 적용하기란 어렵다”며 “환자에게 연명의료계획서를 받고, 보고하는 등 절차가 까다롭다”고 강조했다.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하기 위해서는 법정서식을 10여 장 이상 작성해야 한다. 또 연명의료계획서를 대신 받을 대리인, 보호자, 가족 등의 결정이 필요한데 이런 부분도 미진한 상태다.
그는 “현장에는 자기 질병을 제대로 모르는 환자도 많다. 보호자들이 환자에게 이야기 하지 말라는 경우도 부지기수다”며 “질환에 대해 모르는 환자에게 연명의료계획서 이야기를 꺼낼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서 그는 “시범사업 전에도 의료계에서는 비판이 많았다”며 “의사, 환자, 보호자 중 어느 한 쪽도 이 법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됐다”고 말했다.
연명의료법이 시행령으로 시행되는 점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인터뷰 말미에 최 센터장은 언론 등에 당부를 남겼다. 흔히 존엄사라고 표현하는 부분을 ‘자연사’로 바꿔달라는 것이다.
그는 “환자들의 경우 흔히 존엄사를 안락사와 혼동 한다. 실제로 자신을 안락사할 것이냐고 묻는 환자도 많이 있었다”며 “인터뷰 때마다 존엄사 대신 자연사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서 최 센터장은 “그럴 때마다 환자들에게 연명의료는 죽음을 앞당기는 것이 아니라고 이야기해준다”며 “자연스러운 죽음이라는 뜻인 ‘자연사’로 표현해 달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