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선샤인 액트(K-sunshine Act)’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초강력 리베이트 근절책인 만큼 제약사들도 준비에 바쁜 모습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신년 1월 1일부터 제약사가 의사에게 제공한 경제적 이익 내역을 보고서로 작성, 보관하고 복지부 장관이 요청할 경우 이를 제출해야 한다.
업계 요청으로 2년간 유예기간을 가졌던 경제적 이익 지출보고서 작성 제도가 본격 시행되는 것이다.
미국 등지에서 시행 중인 선샤인 액트(Sunshine-Act)와 유사해 업계에서 한국판 '선샤인 액트'로 불리는 이 제도는, 규제와 처벌 중심이던 기존 의약품 리베이트 근절 정책이 예방으로 전환된 것이 특징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제약사는 △견본품 제공 △학회 참가비 지원 △제품설명회 시 식음료 제공 △임상시험, 시판 후 조사비용 지원 등을 상세하게 기록해야 한다. 영수증이나 계약서와 같은 증빙서류는 5년간 보관해야 한다.
이처럼 제약사 영업 관행에 근본적인 변화가 요구되는 상황이기에 제약사들도 서둘러 대비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우선 동아ST, 유한양행, JW중외제약 등은 경제적 이익 지출보고서 작성에 따른 업무 부담을 덜기 위해 전사적 전산시스템을 도입했다.
동아ST 관계자는 “영업직원이 의사를 만날 때 지출내역을 바로바로 입력할 수 있도록 전산시스템 구축을 완료했다”며 “기존에 없던 업무가 새롭게 부과된 것이기에 영업활동에 어려움이 없도록 도입한 것”이라고 말했다.
유한양행 관계자도 “약사법 개정에 따라 지출보고서 작성이 의무화됐기 때문에 정보 입력 및 모니터링이 가능한 전산시스템을 도입했다”며 “1월 2일부터 본격 가동하게 되면 투명한 영업관리가 가능해질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또한 선샤인 액트에 대한 부정확한 정보로 혼선을 겪지 않게 내부 직원 및 업체, 의사 대상 교육 프로그램도 제공할 예정이다.
JW중외제약 관계자는 "법으로 명문화된 내용이기에 규정 위반을 막기 위해 영업직원 윤리교육을 실시한다"며 "사내 직원과 함께 외부 도매상, 그리고 의사 대상 안내교육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국적 제약사들은 영업사원의 역할은 줄이되, 그 자리를 비대면 영업방식으로 보완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선샤인 액트 시행 후 의사가 제약사 영업직원과의 만남을 꺼려하는 경향이 늘어 영업직원이 30% 정도 감소했다.
한국GSK는 제약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을 위해 영업 및 마케팅 방식에 변화를 추구하는 것을 목적으로 지난해 10월에 디지털 정보 교류 플랫폼인 '헬스닷gsk'을 오픈했다. 헬스닷gsk을 이용하는 의사들은 약 550쪽에 달하는 GSK의 제품 정보 및 질병 정보들을 실시간으로 열람할 수 있다
한국MSD는 지난 9월 국내 제약사인 종근당과 함께 당뇨치료제 ‘자누비아‘의 영업현장에 가상현실 프로그램인 ‘자누비아 VR 디테일’을 도입했다. VR기기를 이용해 의료진에게 다양한 제2형 당뇨병 환자의 임상데이터를 제공하고, 이를 실제 환자 진료 시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한국릴리도 ‘멀티 채널 마케팅 LillyON’을 실시하고 있다. LillyON은 제약 영업 환경의 새로운 소통 채널로서, 의사가 영업 사원을 대면하지 않아도 의학적 정보 접근이 가능하고, 제품에 관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개발됐다.
한편, 일부 제약사들은 이미 내부에서 자율준수프로그램(Compliance Program, CP)을 엄격하게 시행해온 만큼 선샤인 액트 시행으로 인해 영업활동 위축 피해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주관하는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 등급 평가에서 'AA'를 받았다"며 "선샤인 액트 이전부터 강력한 기준에 따라 영업활동을 해왔기에 지금의 윤리경영 방식을 지속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