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의대 비대위원장 사직원 수리…병원 떠난다
배장환 심장내과 교수 "어떻게 해도 교육 질(質) 유지 불가능"
2024.06.20 11:59 댓글쓰기



사진제공 연합뉴스



정부의 의대 증원 강행에 대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던 배장환 충북의대 비상대책위원장(충북대병원 심장내과)의 사직원이 최종 수리됐다. 이에 따라 배 위원장은 7월 14일 병원을 떠난다.


교수들은 배 위원장 외에도 밖으로 드러나지 않은 '조용한 사직'이 이어지고 있다며 필수‧지역의료 붕괴를 심각히 우려하고 있다.


배 위원장은 오늘(20일) 오전 자신의 SNS에 충북대 측으로 받은 의원면직(사직) 인사발령 공문을 게재하며 "저에게 이제 더 이상의 새 학기는 없다"고 밝혔다.


공문에 따르면 배 위원장은 7월 14일자로 의원면직 처리된다. 앞서 배 위원장은 지난 3월 22일 정부 정책에 항의하며 사직원을 제출한 바 있다.


배 위원장은 지난 2004년 경희대병원에서 교수로 첫 임용된 뒤 2005년부터 20년간 충북대병원에서 근무했다. 


그는 충북대병원에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가 설립되는 데 기여했으며, 급성심근경색증 환자가 응급실 도착 후 스텐트 시술을 받기까지 소요되는 시간(door to balloon time)이 새벽 2시에도 52분밖에 안 되는 경이로운 기록을 달성하며 지역 심장질환 진료 개선에 지대한 역할을 했다.


"지역 중증질환 진료‧의대생 교육이란 두 가지 꿈 산산조각“

"현 사태 모든 책임과 해결은 의료계 아닌 정부에"


배 위원장은 "저는 성격이 급하고 화가 많다. 전공의나 학생들에게도 그랬다. 3월이 되면 봄바람 부는 캠퍼스에 앳된 의대생들이 매년 들어오는 것이 부담이기도 했지만 큰 기쁨이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큰 병원은 아니지만 권역에서 신뢰받는 심혈관센터로서 하나씩 역할을 더해가 권역의 중환을 지키고, 학생과 전공의를 잘 교육해 지역에 도움이 되며 헌신하는 의사로 키워낸다는 사명으로 힘들어도 버티면서 잘 지냈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2000명 증원이라는 주술에 가까운 증원, 그리고 800병상 병원에 정원 49명의 의과대학을 단번에 정원을 200명으로 늘려 국내 최대 의대로 만드는 말도 안되는 정책을 의대 교수들과 한마디 상의 없이 밀어붙인 대통령, 보건복지부, 교육부 장관에 너무나 화가 나고 실망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의대 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것을 뻔히 알면서 자신의 정치적 영달을 위해 충북대 의대를 정치적 발판 정도로 생각한 충북대 총장, 충북도지사를 생각하면 도저히 견딜 수가 없다"고 한탄했다.


배 위원장은 "최근 2~3개월동안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었다. 학생들 앞에서 '내가 너희들 교수다'라는 말을 떳떳하게 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걱정에 잠이 들었다 깨기를 반복했다"고 고백했다.


이어 "깊은 고민을 했지만 제 결론은 교육의 질(質)을 어떻게 해도 유지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라고 봤다.


그는 이번 증원 사태에서 충북대 교수들이 대학 결정에 반대하지 않은 것을 지적하면서 "한 식구로 살아가기가 너무 어렵다"고 토로했다.


배 위원장은 "지역의 중환자를 진료해 가족의 품으로 보내드리겠다는 꿈과 성실하고 똑똑한 의대생과 전공의를 잘 지도해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를 지키고 발전시키는 의사로 키우겠다는 제 꿈은 이미 박살이 났다"며 "이번 사태 모든 책임과 해결은 의료계가 아닌 정부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저도 제 앞길이 어떻게 될지 확신이 없다. 혹시라도 꿈만 같이 이 사태가 해결된다면 다시 대학으로 돌아올지 아니면 그대로 제 인생을 살아갈지 모르겠다. 어디에선가 제 쓰임새가 있을 곳에서 지금까지 해오던 대로 열심히 일하겠다"고 밝혔다.


끝으로 "제 결정으로 실망하실 여러 동료분들게 진심으로 죄송한 마음"이라며 "그동안 보여주셨던 관심과 사랑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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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라가 정말 06.20 22:08
    교수님,  너무나도 화가 나고 분합니다..순식간에 이렇게나 나라가 망가지는 걸 보니 정말 분하고 화가 납니다. WHO 기준 한국이 건강수명이 스위스, 룩셈부르크, 덴마크보다 높고 영유아수명 등 세계적인 건강수준을 갖춘 나라인데 머저리 같은 한 놈때문에 이렇게나 나라가 망가질 줄 몰랐습니다. 진짜 문제는 건보이고 이게 재정도 2027년으로 빨간불인데..



    교수님, 정말 감사합니다. 정말 진정한 의사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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