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료 인공지능(AI) 기업들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통한 미국 시장 진출을 가시화하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 시장에서 본격적인 매출 확대 계기를 만들어갈지 관심이 쏠린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제이엘케이가 지난해 미국 FDA 인허가를 신청했던 두개내출혈 검출 AI 솔루션 'JLK-ICH'가 보완사항 없이 승인(FDA 510(k)을 완료했다.
제이엘케이는 작년에만 전립선암 솔루션 '메디허브 프로스테이트(MEDIHUB Prostate)'를 비롯해 뇌졸중 분야에서 3개 솔루션(JLK-LVO, JLK-CTP, JLK-PWI) 승인을 획득했다. 이번에 승인을 받은 JLK-ICH를 포함하면 지금까지 FDA 승인을 받은 솔루션은 총 5개다.
JLK-ICH는 환자 뇌 CT 영상을 분석, 뇌출혈 영역을 검출하는 AI 솔루션이다. 통상 뇌졸중 의심 환자가 응급실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뇌 CT를 촬영해 뇌출혈 여부를 확인하는데 이 과정에서 JLK-ICH가 활발히 적용될 것으로 점쳐진다.
특히 기존 획득한 JLK-LVO, JLK-CTP, JLK-PWI와 함께 연동돼 전 주기에 걸친 뇌졸중 진단과 치료 결정 활용 시너지는 물론 미국 병원에서 차별성과 경쟁력이 입증될 것으로 기대된다.
제이엘케이는 공격적인 미국 FDA와 일본 PMDA 인허가 활동들이 빠른 결실을 보고 있는 만큼 남은 솔루션에 대한 인허가도 조속히 진행할 예정이다. 미국 FDA에는 올해 총 6개 인허가를, 일본 PMDA에는 8개 솔루션 인허가 신청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미국은 전 세계 의료AI 시장을 주도하는 국가로 꼽힌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프레시던스 리서치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 세계 의료AI 시장 규모는 151억 달러(한화 약 21조원)이다. 이 중 북미 시장 규모는 절반에 육박하는 68억 달러(9조원) 규모다.
이러한 배경에 국내 토종 기업들의 미 시장 진출도 활발해지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가장 활발하게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기업은 루닛이다. 루닛은 이미 AI 응급질환 자동분류 솔루션 '루닛 인사이트 CXR Triage'와 유방촬영술 AI 영상분석 솔루션 '루닛 인사이트 MMG', '루닛 인사이트 DBT' 등 FDA로부터 다수 솔루션을 승인받은 상태다.
특히 루닛은 지난해 5월 뉴질랜드에 본사를 둔 '볼파라 헬스 테크놀로지' 인수를 마무리하고 미국 유방암 검진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구체적으로 루닛은 올 하반기 볼파라와 첫 통합 솔루션인 '루닛 인사이트 리스크(Lunit INSIGHT Risk)' FDA 신청을 계획하고 있다.
루닛 인사이트 리스크는 유방촬영술 영상을 분석해 향후 1~5년 내 환자 유방암 발생 위험도를 예측하는 소프트웨어다.
기존 유방암 위험도 평가 모델이 통계적인 경향성 분석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다면, 해당 제품은 개인별 특성과 인종, 민족적 배경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한 정밀 위험도 평가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뷰노와 코어라인소프트 역시 미국 진출 사업이 순항 중이다.
뷰노는 현지 의료기관과 대표 솔루션인 '뷰노 메드 딥카스' 임상연구를 활발히 진행하며 FDA 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딥카스는 병원 전자의무기록(EMR) 시스템에 연동돼 4가지 바이탈 사인(호흡, 혈압, 맥박, 체온)을 바탕으로 입원환자 심정지 가능성을 예측하는 AI 솔루션이다.
딥카스는 지난해 국내 의료AI 업계 최초로 미국 FDA 혁신의료기기(BDD) 지정을 받았다. 국내에서는 지난달 초 기준 딥카스 누적 청구 병원은 100곳을 돌파했다.
코어라인소프트는 2018년 AI 기반 통합 제품군인 '에이뷰(AVIEW)'로 FDA 최초 인증을 획득한 이후 지금까지 총 9개 제품에 대해 미국 허가를 받았다. 이는 국내 의료AI 기업 중 가장 많다.
코어라인은 지난해 상반기 메사추세츠 Top 5 병원인 UMass Memorial Medical Center에 폐암, 폐기종 및 관상 동맥 석회화(CAC)를 조기에 탐지하는 흉부질환 동시진단 제품 AVIEW LCS Plus를 판매했다.
최근에는 폐 질환 치료를 선도하는 템플대학병원 산하 템플폐센터(Temple Lung Ccenter)에 주요 제품 3종을 동시에 판매했다.
이밖에 뉴로핏과 딥노이드도 미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그 중 뉴로핏은 최근 다발성 경화증 분석 기능이 추가 탑재된 뇌 신경 퇴화 영상 분석 소프트웨어 '뉴로핏 아쿠아(Neurophet AQUA)'가 FDA로부터 510k Clearance(시판 전 신고)를 받는 등 미국 공략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기업들의 미 시장 진출에 속도가 붙으면서 실적 개선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특히 만년 적자를 벗어나 손익분기점 달성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실제 루닛은 볼파라 영업망을 필두로 1000억원 이상 매출을 목표하고 있다. 제이엘케이도 올해를 미국 진출 원년으로 삼고 본격적인 매출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