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신용수 기자] 코로나19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 개발진이 노벨상 수상의 척도로 불리는 미국 래스커상을 받으면서 코로나19 백신이 개발 1년 만에 노벨상에 이름을 올릴 가능성이 제기됐다.
래스커상 재단은 올해 래스커상 임상의학 부분 수상자로 카탈린 커리코 바이오앤테크 수석 부사장과 드루 와이스먼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교수를 선정했다고 24일(현지시간) 밝혔다.
래스커상은 1946년부터 앨버트앤메리래스커재단이 기초의학 및 임상의학 분야에 큰 공헌을 한 의학자를 선정해 주는 상으로 미국의 노벨생리의학상으로 불린다. 실제로 래스커상 수상자 상당수가 노벨상까지 수상, 래스커상은 노벨상의 바로미터로 불렸다.
올해 임상의학 부문 수상자인 커리코 부사장과 와이스먼 교수는 화이자‧모더나의 코로나19 mRNA 백신의 기반을 닦았다. mRNA 백신의 핵심 기술인 지질나노입자(LNP) 포장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코로나19 mRNA 백신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스파이크단백질을 생산할 수 있는 유전정보를 담은 mRNA를 지질나노입자로 포장해 보호한 백신이다. 백신을 체내 투여하면 mRNA가 세포로 만입해 항원 물질을 생산, 면역반응을 끌어내는 원리로 작동한다.
mRNA 백신 기술이 도깨비방망이처럼 뚝딱 나온 것은 아니었다. 2005년 커리코 부사장과 와이스먼 교수는 mRNA를 통해 항원 단백질 생성과 면역반응을 유도할 수 있다는 사실을 국제학술지 ‘면역’에 발표한 바 있다. 연구진의 mRNA에 대한 뚝심이 15년 만에 코로나19 ‘게임체인저’로 돌아온 것이다.
커리코 부사장과 와이스먼 교수는 이미 여러 차례 상을 거머쥔 바 있다. 지난 8월 올버니의료센터상을 비롯해 지난 9일에는 실리콘밸리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2022 브레이크스루상’을 받았다.
이에 학계에서는 mRNA 백신이 오는 10월 4일(한국시간) 발표 예정인 노벨생리의학상까지 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에 수상한 래스커상만 하더라도 2018년에는 프로포폴 개발진이, 2017년에는 인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 개발진에게 돌아갔는데, 이들의 수상시점은 모두 개발 이후 최소 10년 이상 지난 시점에서야 수상했다.
학계 한 관계자는 “수상 속도가 학계 예상보다 훨씬 빠른 수준”이라며 “개발 1년 만에 래스커상을 수상한 것도 전례 없던 일이다. 만약에 노벨상까지 수상한다면 학계에서 하나의 큰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노벨상의 경우 한 해에 여러 분야에 상을 주는 일도 더러 있다”며 “단독으로 상을 받지는 못하더라도 3인까지 공동수상이 가능한 만큼, 두 연구에 상을 주면서 그 중 하나로 mRNA 백신 개발을 선정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아마도 올해, 아무리 늦어도 내년까지는 노벨상을 수상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편, 학계에서는 올해 노벨생리의학상 후보군으로 ‘인터루킨6(IL) 발견’과 ‘니코티선 아세틸콜린 수용체 연구’ ‘한타바이러스 분리 및 신증후군출혈열(HFRS) 연구’ 등을 주목해왔다.
글로벌 학술정보기업인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Clarivate Analytics)는 매년 노벨상 발표 전에 논문 피인용 우수 연구자를 선정해 발표하는데, 올해 생리의학 분야에는 앞서 언급한 3개 연구 학자들이 이름을 올렸다.
학계에서는 클래리베이트의 발표 또한 노벨상 수상의 척도 중 하나로 평가한다.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선정된 우수 연구자 360명 중 59명이 노벨상 수상까지 이어졌다.
특히 ‘한타바이러스 발견’의 경우 칼 존슨 미국 뉴멕시코대 명예객원교수와 더불어 이호왕 고려대 명예교수(전 대한민국학술원장)가 이름을 올려 주목받고 있다. 이 명예교수는 1976년 HFRS를 일으키는 한탄바이러스를 최초 발견한 뒤 1980년 서울바이러스를 발견, 두 바이러스가 같은 속인 한타바이러스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명예교수는 이후 1989년에는 HFRS 진단키트를, 1990년에는 GC녹십자와 함께 백신 ‘한타박스’를 개발하는 데도 성공했다. 바이러스 병원체 규명부터 진단법, 백신까지 모두 완성한 사례는 이 명예교수가 유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