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중범죄 가해자의 정신질환 이력이 잇따라 드러나며 의학계가 정신질환 국가책임제를 요구하고 행정당국이 제도 정비를 검토 중인 가운데, 만성적 전담 의료인력 부족이 문제로 지적됐다.
국회에서 법무부 산하 국립 치료감호시설인 국립법무병원의 의사 인력 부족 및 예산 운용 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3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박용진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국립법무병원 피치료감호자는 총 794명이지만 의사는 반상근 인력을 포함해 단 10.5명이다.
정원인 20명의 절반도 되지 않는데, 의사 1명이 77.2명을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상 정신의료기관 종사자 수에 대한 시행규칙인 의사 1명 당 환자 60명을 담당케 하는 기준에 어긋나는 수치다.
올해 7월 기준 811명이 수용돼 있는데, 문제는 이 같은 의사 정원 미달 현상이 10년째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기간 내 단 한번도 의사 전체 정원을 충족한 적이 없는 이른바 만성 의료인력 부족을 겪고 있다.
지난 10년 간 의료진 현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법무병원의 고위공무원·일반정신과·사회정신과·감정과·정신재활치료과·신경과·일반진료과·약물센터 등을 합한 전체 의사 수는 지난 2014년 17명 정원에 10.5명이었다.
이후 가장 많았던 때는 같은 정원이었던 2016년과 2017년, 14명이 있었지만 정원이 20명으로 늘어난 2020년 이후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정신과 전문의는 15명 중 8.1명만 있었으며, 신경과 의사는 지난 2019년(1명)을 제외하고 단 한명도 없었으며 공중보건의사는 지난 2019년부터 올해까지 2명이 근무하고 있다.
법무병원 내 성폭력 치료재활센터 전문인력 의사 수도 지속적으로 감소 추세에 있다.
2014년, 2015년 3명 2016년, 2017년 5명, 2018년 7명, 2019년 4명 등을 기록하다 2020년 2명, 2021년 이후 현재까지 1명만 남아 있다.
2014년부터 2020년까지는 다수 의사가 피감호자를 분담해 진료하고 2021년 이후에는 전담의사가 진료를 실시했다는 설명이다.
이어 ▲간호사 148명 중 147.5명 ▲간호조무사 163명 중 151명 ▲임상심리사 5명 중 4명 ▲사회복지사 5명 중 4명 ▲재활치료사 4명 중 4명 등을 보유했다.
“의사인력 부족·환자 분리수용 등 보이지 않는 체계 정비 시급”
박용진 의원은 “법무병원 치료감호 역량은 곧 재범의 최소화 및 범죄 사전예방과 직결되는데 의료진은 부족하고, 1호 처분 730명이 한군 데 수용되는 등 분리수용도 안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흉악범죄로 인한 시민 안전은 엄벌주의만으로 지키는 데는 명백한 한계가 있다”며 “의사 인력 부족과 정신질환자 분리수용 문제 등, 당장 눈에 보이지 않던 문제들을 정비하고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산 문제도 지적됐다. 박 의원은 “법무병원 전체 예산은 총 443억3400만원이나, 이중 치료감호자 수용관리 예산은 117억2100만원으로, 전체 예산의 4분의 1 수준”이라며 “현재로선 치료보다 감호에만 신경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일침했다.
한편, 지난해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이 같은 법무병원 의료인력 문제가 지적된 바 있다.
지난 2021년 12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의사 4명이 집단 사퇴했는데 환자 과밀 수용 및 열악한 처우 등을 이유로 소속 의사와 법무부 소속 직원 사이 언쟁이 발생한 게 원인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