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 시행 중 발생한 의료사고 시 의료진 형사처벌을 면제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이를 통해 전문의와 전공의들이 필수의료 분야를 기피하는 주된 원인을 해결하겠다는 취지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이종성 의원(국민의힘)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필수의료 육성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가칭 필수의료지원법)’을 대표발의했다.
이종성 의원 등 12명 의원은 최근 정부가 필수의료 지원대책을 발표했음에도 의료 현장에서는 기피현상을 해소하기에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돼 이 같은 법안을 내놨다.
필수의료지원법 골자는 ▲필수의료 시행 과정에서 발생한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처벌 감경·면제 요건 규정 ▲정부 종합대책 수립 ▲법·행정·재정적 지원체계 마련 ▲전담조직 구성 등이다.
이종성 의원은 “전문가들은 필수의료 기피현상 주 원인인 의료사고의 과도한 형사화 현상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보건복지부는 ‘의료사고 부담 완화’라는 추상적 목표만 제시하고 구체적 대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법안에서는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처벌 감경 또는 면제 규정이 명시됐고 특히 설명 의무가 강조된 점이 주목된다. 조건 충족 여부에 따라 처벌 여부도 달라지게 돼 분쟁 시 주요한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필수의료가 불가피했고 ▲사전·사후 설명의무를 성실히 이행했고 ▲의료인에게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에만 형법 제268조의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도록 한다.
발생 가능 진단명·수술 필요성·의사 이름 등 '의무 설명' 충족해야
구체적 과정을 살펴보면 신체에 중대한 위해(危害)를 발생하게 할 우려가 있는 수술·수혈·전신마취(이하 수술 등)를 하는 경우, 의료진은 환자 또는 환자 법정대리인에게 설명하고 서면으로 그 동의를 받아야 한다.
다만 설명 및 동의 절차로 인해 수술 등이 지체되면 환자 생명이 위험해지거나 중대한 장애를 가져오는 경우는 이 방식을 취하지 않는다.
의료진 의무 설명 사항으로는 ▲발생하거나 발생 가능한 진단명 ▲수술 등 필요성과 방법·내용 ▲설명하는 필수의료 종사자 및 수술 등에 참여하는 주된 필수의료종사자 성명 ▲수술 등 전후 전형적으로 발생이 예상되는 후유증·부작용 ▲수술 등 전후 환자 준수사항 등이 규정됐다.
환자가 사상에 이른 경우에는 그 경위에 대해 환자 또는 보호자에게 설명해야 한다.
이밖에 복지부 장관은 필수의료 육성 및 지원 정책 수립·시행 등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해 매년 정기국회 개회 전까지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보고토록 규정했다.
또 보건복지부 장관이 관련 전담조직을 둘 수 있고, 필수의료기관을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종성 의원은 “필수의료 기반 강화의 핵심은 충분한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 필수의료지원법이 통과되면 사명감을 갖고 필수의료 전공을 지망하던 젊은 의사들이 현실적 문제에 부딪혀 포기하는 현상이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업무상과실치사상죄 의사 기소 연평균 700건, 전문직 기소 중 70%
한편, 이종성 의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검사가 의사를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기소한 건수는 연평균 700건에 이른다.
이는 전체 전문직 대상 업무상과실치사상죄 혐의 기소 건 중 약 70%를 차지하고 있으며, 영국·독일·일본 등 주요 선진국 대비 월등히 높다.
이 같은 흐름과 분위기로 인해 의료사고 발생 부담이 높은 과들은 젊은의사들 지원이 급감하면서 인력이 거의 고갈되고 있다.
이종성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외과·소아청소년과·산부인과·흉부외과 전문의 중 38.7%가 현재 자신의 전공과목을 진료하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전공의들 기피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그중 소아청소년과는 전공의 충원율이 2017년 100%에서 2022년 27.5%로, 2023년도에는 15.9%로 급락했다.
이외 필수과들도 2017년과 2022년를 비교한 결과, ▲산부인과 97.8%→68.9% ▲흉부외과 54.3%→34.8% ▲외과 85.8%→31.7% 등으로 내려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