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응급의료 컨트롤타워’인 중앙응급의료센터가 그동안 열악했던 근무지를 떠나 번듯한 빌딩에서 업무를 시작한다.
참담한 근무환경을 인지한 기획재정부가 새로운 보금자리 마련을 위한 예산을 배정하면서 센터 출범 21년 만에 현대식 건물로 이전을 확정졌다.
이번 이전을 통해 중앙응급의료센터의 전문성 강화는 물론 국가 핵심 정책기관으로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중앙응급의료센터는 최근 서울 중구 을지로입구에 소재한 DB다동빌딩과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 센터는 DB저축은행 본사 사옥인 이 건물의 최상층인 15층 전체를 사용한다.
한 달여 인테리어 공사 후 오는 5월 중순 이사할 예정이다. 위탁운영 주체인 국립중앙의료원과는 지하철로 3개 정거장 거리다.
중앙응급의료센터 관계자는 “이번 사무실 이전은 직원들의 근무환경 개선뿐만 아니라 조직 미래와 연결된 중요한 변화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사실 중앙응급의료센터 직원들은 지난 2002년 출범부터 낡고 협소한 건물의 열악한 환경에서 업무를 시작, 무려 21년 동안 같은 공간에서 국내 응급의료 시스템을 지켜왔다.
3명 이상 들어갈 수 없는 작디 작은 사무실, 걸음을 디딜 때마다 ‘삐걱삐걱’ 소리를 내는 좁디 좁은 나무계단, 오래 전 페인트가 벗겨져 썪어버린 문짝 등 참담한 근무환경이었다.
특히 중앙응급의료센터 직원들은 낙후된 시설 탓에 건물 내 회장실을 사용하지 못하고 멀찍이 떨어진 제과점 화장실에서 생리현상을 해결해야 했다.
비가 오면 우산을 쓰고, 눈이 오면 눈길을 헤집으며 외부 화장실을 향했다. 해당 제과점 측도 측은지심으로 아무런 조건없이 이들에게 화장실을 개방했다.
70년 넘은 이 건물은 1950년 한국전쟁 당시 파견된 해외 의료진이 사용하던 기숙사였다.
역사적 가치가 상당한 만큼 서울시로부터 미래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지만 업무공간으로는 열악할 수 밖에 없었다.
지난해 이러한 상황을 알린 본지 보도 이후 정부가 관심을 기울였고, 지난해 국회 본회의에서 관련 예산이 확정되면서 센터 직원들의 숙원이었던 이전이 결정됐다.
중앙응급의료센터 김성중 센터장은 “직원들이 염원했던 업무공간 이전이 실현돼 감개무량하다”며 “향상된 업무환경에서 국내 응급의료 발전을 위해 더욱 사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중앙응급의료센터는 최근 법적으로 ‘정책지원 기관’이라는 정체성을 확보하면서 달라진 위상을 예고한 바 있다.
대한민국 응급의료 컨트롤타워인 중앙응급의료센터가 법적으로 ‘정책지원 기관’이라는 정체성을 확보하면서 향후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 2월 중앙응급의료센터를 응급의료기관에서 제외하고 그 설치‧운영 및 위탁 근거를 담은 응급의료법 시행령이 전격 시행됐다.
이번 시행령 핵심은 중앙응급의료센터 역할을 응급의료기관이 아닌 정책지원 기관으로 명확히 하고, 설치·운영 및 위탁에 관한 근거를 마련한 점이다.
무엇보다 오랜기간 위탁기관인 국립중앙의료원의 한 부서 형태로 편제돼 있던 탓에 ‘응급의료기관’으로 오인되던 현실을 타개할 계기가 될 전망이다.
실제 국립중앙의료원 역시 개정된 시행령에 의거, 중앙응급의료센터의 정체성 확립을 반영한 새로운 조직체계를 마련 중이다.
중앙응급의료센터가 오롯이 정책지원 기관으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국립중앙의료원장 직속 기관으로의 편제에 무게가 실린다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