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지방 국립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충원율이 10%에 불과하고, 진료 공백 해소를 위한 계약직 의사 채용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활동 없이 진료 유지를 목적으로 단기간 근무하는 계약직 의사가 늘면서 소아 중증질환 대응 역량에 심각한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국회 교육위원회 이태규 의원(국민의힘)이 전국 9개 지방국립대병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소아청소년과 기피 현상이 심화되면서 전공의 충원율이 급감했다.
2018년 국립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모집에서 100% 충원율을 보였으나 5년 만인 2023년 8월 기준 10%로 떨어졌다.
2018년 28명이던 전공의는 2020년 14명, 2023년 3명으로 급감해, 올해 충원된 지방국립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는 충북대병원 1명, 전북대병원 1명, 전남대병원 1명 등 3명이 전부이다.
충남대병원은 2020년 이후 4년째, 경북대병원은 2021년 이후 3년째 한 명의 전공의도 충원하지 못하고 있다.
지방 국립대병원은 전공의 부족으로 소아청소년과 일반병동 및 중환자실(신생아, 소아), 응급실 운영에 많은 차질이 생기고 있다.
또 전문의가 환자 기초 예진이나 검사 처방, 채혈 업무까지 하고 한 달에 절반 이상 당직 근무를 서는 등 업무 과중으로 심각한 번아웃 사태가 초래되고 있다.
이는 다시 전문의 계약 미연장 및 신규 채용 미응시 등 악순환으로 이어져 결국 국립대병원은 진료교수, 촉탁의 등 계약직 의사를 확대해 진료 공백을 완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소아청소년과 계약직 의사는 2019년 11명에서 2023년 9월 기준 77명으로 7배나 증가했다. 경북대병원은 1명에서 11명, 전남대병원은 1명에서 10명, 충남대병원은 3명에서 19명 등으로 늘었다.
진료교수, 촉탁의, 계약전임의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불리는 계약직 의사는 환자 진료를 목적으로 고용한 의사로 연구실적이 필요없고 의대생을 교육하지도 않는다.
장기간 수련하며 소아청소년 중증·고난도 질환에 대한 역량을 쌓아가는 전공의 대신 단기간 근무하고 병원을 떠나는 계약직 의사 비중이 커질수록 국립대병원의 역량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계약직 의사는 병원 재정 측면에서도 큰 부담이다. 계약직 의사는 전임교수와 달리 정부의 총액 인건비 제한을 받지 않는데, 최근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연봉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역에 따라 전임교수직보다 고액의 연봉을 지급해야만 고용할 수 있는 역전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강원대병원과 경상국립대병원, 경북대병원, 전남대병원의 경우 2023년 연봉 기준 기금교수, 임상교수 등 전임교수직 연봉보다 계약직 의사의 연봉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태규 의원은 “소위 돈 안되고 고된 필수의료에 대한 젊은 의사들의 기피가 심화됨에 따라 지역 의료의 구심점이 되는 국립대병원마저 의료체계가 무너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출산과 저수가, 부모의 악성민원, 잦은 의료분쟁 등이 초래한 복합적 위기인 만큼 범정부적 관심과 대책이 시급하게 요구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