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결
대법원
사건 2022다264434 손해배상(의)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와이케이
피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남도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2022. 7. 21. 선고 2020나2044191 판결
판결선고 2022. 12. 29.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의 판단
가. 원심은 그 채택 증거를 종합하여 다음 사실을 인정했다.
1) 망인은 2016. 12. 2. 발열, 오한, 근육통 등을 이유로 피고 병원 응급실에 내원하였고, 피고 병원 의료진은 혈액검사, 복부 CT 촬영 등을 통하여 다발성 간농양으로 진단 후 망인을 입원시켰는데, 당시 망인에게는 패혈증으로 의심되는 전신염증반응이 있었다.
2) 피고 병원 의료진은 망인의 간 우엽 부위에 생긴 5cm 크기의 농양 두 군데에 배액관을 삽입하는 경피적 배액술과 항생제 투여 치료를 시작하였으나, 염증반응수치가 다소 호전된 외에 배농(排膿)은 거의 이루어지지 아니하였다.
3) 영상의학과 협진 결과 망인의 농양이 작은 격벽들로 이루어져서 액화 여부에 따라 배농량이 적을 수 있으므로 초음파로 추적 관찰하라는 답변이 있었고, 피고 병원 의료진은 항생제 투여 치료를 유지하며 2016. 12. 9. CT 촬영을 한 결과 망인의 간농양이 약간 커지고 오른쪽 폐에 흉수가 많이 찬 상태를 확인하였다.
4) 피고 병원 의료진은 2016. 12. 12. 망인에 대한 혈액검사결과로 파종성 혈관내 응고증(선행 질환으로 응고 촉진인자가 혈관 내로 유입되어 광범위한 혈전 형성 및 출혈을 야기하는 증후군), 간효소수치 상승 및 여전히 높은 염증반응수치 등을 확인하였다.
5) 경피적 배액술에 의한 배농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망인의 지속적인 통증과 호흡곤란으로 흉수천자가 실시되었고, 피고 병원 의료진은 2016. 12. 14. 오전 망인의 간 우엽에 위치한 농양 한 군데에 경피적 배액술을 재시도하였다가 실패한 후 당일 오후 망인 측의 요청으로 21:51경 ○○○○병원에 전원 조치하였으나, 망인은 그 다음날인 2016. 12. 15. 23:54경 간농양으로 인한 패혈성 쇼크로 사망하였다.
나. 원심은 위 사실관계를 기초로, 아래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 병원 의료진의 과실을 인정하고, 그로 인한 손해배상을 구하는 원고들의 청구를 일부 인용하였다.
1) 간농양의 배농방법 중 외과적 배액술 또는 절제는 환자에게 부담이 커 경피적 배액술이 우선한다고 하더라도, ➀ 농양이 크고 내부에 격벽이 있는 다발성 간농양인 경우, ➁ 고름의 점성도가 높아 경피적 배액술을 통한 배액이 잘 되지 아니하는 경우, ➂ 농양 위치가 간 깊숙한 곳이어서 경피적 배액술이 어려운 경우 등에는 외과적 배액술이 고려될 필요가 있다.
2) 피고 병원 의료진이 실시한 경피적 배액술로는 배농량이 극히 미미하거나 농양 위치상 배액관 삽입조차 이루어지지 못하였음에도, 항생제 치료로 망인의 패혈증 증상이 호전된 동안에 재차 경피적 배액술만 시도하다가 실패하였다.
3) 당시 망인에 대한 외과적 수술 치료가 불가능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피고의 입증이 부족한 상태에서, 피고 병원 의료진으로서는 외과적 배액술을 적극 고려하였어야 함에도 배농 효과가 거의 없는 경피적 배액술만을 반복 시도한 것이므로, 망인의 간농양과 이로 인한 상태 악화를 지연하거나 방지하지 못한 과실이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2. 대법원의 판단
1) 간농양 치료 중 항생제 투여나 배액관 삽입에 의한 경피적 배액술에 비하여 외과적 배액술은 그 자체로 높은 사망 확률을 내포한 고침습적 치료법이므로, 의료진으로서는 환자의 증상, 임상상태 및 당시의 의료수준 등 여러 조건들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2) 그런데 망인의 농양은 다발성인데다가 좌우로 5㎝ 내외의 크기로 흩어져 이미 간 전체에서 상당한 부피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었고, 작은 격벽들로 이루어져 충분히 액화되어 있지도 않아 배농 시도 자체가 쉽지 않은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
3) 또한 망인은 이미 피고 병원 응급실 내원 당시부터 체온, 호흡수, 맥박, 백혈구 수치 및 염증반응수치 등에서 패혈증으로 의심할 만한 전신염증반응을 보이고 있었고, 항생제 투여로 일부 패혈증 증상이 호전되었다고는 하나 일주일 만에 농양의 크기가 커지고 폐에 흉수가 찼으며 통증과 호흡곤란이 지속되는 등 수술적 배농을 실시할 수 있는 정도의 임상상태였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4) 피고 병원 의료진은 위와 같은 망인의 증상, 임상상태 및 의료수준 등을 고려하여 항생제 투여와 경피적 배액술을 순차 실시하면서 그 예후를 추적검사하고 관찰해 왔으나, 그 사이 망인의 급격한 증상 악화로 사망의 결과가 초래된 것으로 보인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해,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