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튜브 기관절개술을 받은 환자 튜브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소독솜을 환자 기도 내로 빠뜨려 사망에 이르게 한 요양병원 의사에게 업무상 과실이 인정돼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다만, 응급조치를 위해 전원된 대학병원은 과실이 인정되지 않아 무죄 판결을 받았다.
11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판사 정진원)은 기관절개술을 받은 환자 T튜브를 교체하는 과정 중 소독솜을 기도 내로 빠트려 호흡곤란을 초래한 의사에게 "총 3200만원의 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환자 A씨는 경기도 일산의 한 병원에서 T튜브 기관절개술을 받고, 2020년 9월경 T튜브를 삽입한 상태에서 인근 B요양병원으로 전원돼 재활치료를 받았다.
B요양병원 의사는 같은 해 11월 12일 오전 10시 A씨의 T튜브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소독솜(베타딘 볼)을 환자 기도 내로 빠뜨려 호흡곤란을 초래했다.
병원측은 즉시 119에 신고해 A씨는 인근 C대학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C대학병원은 A씨에게 인공호흡기를 연결하고 동맥혈가스분석검사와 흉부 CT 검사를 시행한 후 기관지내시경 검사를 진행하려고 했다.
하지만 C대학병원은 A씨의 코로나19 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당장 소독솜 제거를 위한 기관지내시경 검사를 진행할 수 없다고 밝히며, 검사를 내일로 연기하겠다고 A씨의 가족들에게 통보했다.
같은 날 오후 5시 54분경 A씨는 급성호흡부전으로 사망했다.
이에 A씨의 유가족 등은 B요양병원과 C대학병원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 진료기록을 감정한 감정의는 A씨 사망원인을 두고 "소독솜이 기관을 막아 환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과탄산혈증이 심해지고 호흡부전이 악화된 점과 관련있다"고 밝혔다.
법원 판단 역시 이와 같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감정의 의견 등을 종합해보면 A씨 사망은 B요양병원이 T튜브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소독솜을 기도 내로 빠트린 과실로 발생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A씨가 B요양병원으로 전원될 당시만해도 만성 호흡부전이 있었으나 의사 소통이 가능하고 안정적 상태였다"며 "의료행위 후의 부작용 발생에 관하여 주의의무 위반행위를 제외한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히며 3200만원의 손해배상을 판결했다.
하지만 C대학병원은 과실이 없다고 판단했다.
응급실에 내원할 당시부터 B씨의 상황이 너무 악화돼 소독솜을 제거했더라도 사망에 이르렀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B씨는 C대학병원 응급실 내원 직후 동맥혈가스검사상 이산화탄소 과탄산혈증으로 호흡성 산증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로서 매우 불안정한 호흡상태를 보였다.
또한 흉부 CT 소견상 폐 기종 및 양쪽 폐의 전반적인 기관지확장증, 폐 부피 감소 등 만성 폐기능부전이 확인됐으며 폐 부종, 양측 흉수, 심장막삼출, 부정맥 등으로 심기능이 상당히 저하된 상태였다.
법원은 "B씨는 C대학병원에 내원했을 당시 지속적인 호흡성산증이 진행된 상태로서 이미 사망 위험이 상당히 높았다"며 "폐기능 부전과 부정맥 등 심기능 저하로 기관지내시경 검사를 실시했더라도 기도 저항이 심해져 검사 자체로 사망에 이를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C대학병원은 B씨 이송 직후 인공호흡기를 연결하고 흡인을 시행했으며 기관지내시경 시행을 계획한 조치 등을 보면 치료에 지연이 있었다고 판단되지 않는다"며 "즉시 기관지내시경을 시행하지 않았다고 해서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