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의 기간 도중 다른 병원에서 진료 아르바이트를 병행한 의사에 대한 면허정지 처분이 적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5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제5부(재판장 )는 의사 A씨가 보건복지부장관을 상대로 낸 의사면허 자격정지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지난 2009년 2월 의과대학 졸업한 A씨는 2010년경부터 2013년까지 3년간 육군 군의관으로 복무 했다.
이후 2016년부터 B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수련의 과정을 거쳐 2020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했다.
A씨는 2017년 6월 7일경부터 같은 해 8월 16일경까지 사이에 부산 금정구에 있는 C병원에서 평일 야간 및 주말 당직의사로 근무하며 아르바이트를 진행했다.
A씨는 C병원 소속이 아님에도 해당 병원 주치의들을 대신해 간호사에게 구두로 처방하고 병원 의무기록에는 본인 이름이 아닌 C병원 소속 주치의들 명의로 입력했다.
A씨는 이런 방법으로 총 17회에 걸쳐 허위진료기록부 작성행위를 했다.
이와 관련, 부산지방검찰청은 2018년 6월 29일 의료법위반 범죄사실을 이유로 A씨를 기소유예의 불기소 처분했다.
보건복지부장관 또한 2021년 4월 A씨에게 의사면허 자격정지 15일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A씨는 “의료인의 복수 의료기관 근무 자체는 합법적 의료행위로서 허용된다”고 주장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A씨 “명의 다른 점 인정하지만 진료기록부 거짓 작성 아냐” 항변
그는 “C병원의 EMR 접속권한 자체를 부여받지 못해 진료기록부 허위기재 등이 불가능했고 단순히 구두 처방만 시행했을 뿐”이라며 “진료기록부를 거짓으로 작성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서명을 하지 않은 점을 사실이지만 이는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에 따라 경고 처분을 받아야 하지 자격정지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 남용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법원은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진료기록부에 포함되는 작성자 서명이 사실과 다르다면 이 역시 ‘거짓’으로 보는 것이 옳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A씨는 C병원 소속 의사가 아님에도 해당 병원 주치의들 명의로 진료기록이나 진료의뢰서 등을 작성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이는 의료법 제22조 위반 진료기록부 등을 거짓으로 작성한 때에 해당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의사는 의료행위 내용 및 치료 경과 등에 비추어 자율적으로 진료기록부를 작성할 수 있는 재량이 있다.
하지만 법원은 다른 의료인들에게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진료기록부에 상세한 내용을 기재해야 하고, 정확성을 담보하기 위해 서명을 누락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법원은 “진료기록부 허위 작성의 내용에 ‘명의’를 제외한다면 그 내용의 허위 작성 못지않게 실질적으로 위법성이 큰 명의 차용 등에 대해 제재를 할 수 없는 모순에 빠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A씨는 당시 환자들을 진료하지 않았던 주치의들 명의로 진료기록부 등을 작성해서 결과적으로 환자들이 어떤 의사에게 진료와 치료를 받았는지 정확히 파악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며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