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신년대담 ③] 검은 호랑이 기운이 넘치는 임인년(壬寅年) 새해. 대한민국은 향후 5년의 국운(國運)을 좌우할 새로운 지도자를 선출한다. 여당과 야당은 ‘정권 재창출’과 ‘정권 교체’라는 숙명의 한판을 위해 일찍이 숨 가쁜 여정을 시작했다. ‘공공재’라는 비자발적 명제 탓에 제도권의 절대적 영향권에 놓인 의료계는 여느 분야 이상으로 이번 대통령 선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 팬데믹 상황에서 의과대학 정원 등 공공의료 확대를 비롯해 원격의료, 의료전달체계 확립, 감염병 예방 등 대형 이슈가 산적한 만큼 이번 대선은 대한민국 의료 역사에 큰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이에 데일리메디는 국내 보건의료 전문 언론 최초로 금년 3월 9월 대결을 펼치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 등과 신년대담을 통해 보건의료정책을 망라한 국민건강 증진 비전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국가 차원에서 대형병원 분원 설립을 제한하고, 지역별 병상총량제를 도입해야 한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데일리메디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바람직한 의료전달체계 확립을 위해 이 같은 입장을 나타냈다.
정부가 병상 수를 조절하는 상급종합병원과 달리 대학병원 분원은 지방자치단체장 권한인데, 대학병원-정치인과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의료전달체계 왜곡이 심화됐다는 것이다.
해당 문제는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의료계가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는 현안이기도 하다. 나아가 그는 일차의료가 의료전달체계 중심이 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안철수 후보는 “환자들이 의료기관 정보를 제대로 알고 선택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정보 제공이 필요하고, 실현 가능하고 수용성 있는 일차의료 활성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료계의 오랜 불만인 ‘저수가’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소통’과 ‘합의’를 과제로 내걸었다. 특히 저수가 문제를 젊은 의사들의 필수의료 기피현상 원인으로 꼽기도 했다.
그는 “건강보험 저수가 문제는 박리다매식 3분 진료, 비급여 활성화, 리베이트 등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에 왜곡을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래된 문제인 저부담, 저수가, 저보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료계와 정부 간 소통을 강화하고, 보험료 등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특히 “비인기 과목 수가를 개선하고, 의료사고 분쟁 해결 등 기피 요인을 제거해 유인책을 마련할 것”이라며 “내·외·산·소 전공의를 모집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천명했다.
“중앙감염병전문병원 건립 추진하고 9·4 의정합의 준수”
공공의료 강화와 관련해서는 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유족 기부금 활용해 중앙감염병전문병원을 건립하고, 의사인력 확대에 대해서는 9·4 의정합의를 준수할 것이라고 했다.
9·4 의정합의 사안 중 하나인 원격의료를 두고서는 대면의료 보조수단으로 ‘제한적 검토’를 주장했다.
안철수 후보는 “지난 2년간 코로나19 대응에 공공의료 역할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라며 “신종 감염병 유행에 대비해 공공의료에 과감한 지원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이어 “NMC에 전달된 7000억원을 활용해 현장 의료대응 컨트롤타워로서 중앙감염병전문병원 건립을 추진 등을 통해 감염병 대응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9·4 의정합의에 대해서는 “이전 정부에서 한 약속이라도 국가와 단체 간 합의이기 때문에 의정합의는 당연히 존중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가 안정되고, 우리 의료시스템에 여유가 생기면 이해당사자들과 충분히 논의 후 합의해 추진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원격의료에 대해서도 “비대면의료는 매우 제한적으로 검토돼야 할 것”이라면서도 “전 세계적으로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만큼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육성 등을 검토하겠다”고 확인했다.
“수술실CCTV 설치는 대국민 신뢰 높이는 계기, 의사면허 대화 필요”
아울러 지난해 통과된 수술실 내부 CCTV 설치 관련법에 대해 국민 신뢰를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의사면허 취소 및 결격기간 강화를 주 내용으로 한 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정부와 의협 간 대화가 더 필요하다는 소신을 밝혔다.
그는 “수술실 CCTV는 대리수술과 같은 범죄 예방효과와 함께 인권침해, 심리적 위축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모든 의료기관의 수술실에 설치하는 것으로 결정됐는데, 의료진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의사면허에 대해서는 “방향성은 동의하나 금고 이상의 형에 대해서도 의료사고를 포함해 조금 더 얘기 할 부분들이 있다”며 “이견을 줄이기 위해 대화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정부의 방역정책에 대해서도 각을 세웠다. 위드코로나 시행이 오미크론 변수, 부스터샷 접종률, 병실과 의료인 확보 등 없이 성급하게 이뤄졌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정치방역’이 아닌 ‘과학방역’이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위드코로나를 너무 성급하게 시작했다”며 “부스터샷을 포함한 접종률을 높이는 것이 우선이고, 확진자 폭증에 대비해 병실과 의료인 확보 등 이후 했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밀접, 밀집, 밀폐에 대해 과학적 지침으로 접근하면 자영업자 영업이 가능할 것”이라며 “9시 영업시간 제한을 철폐하고, 청소년 백신패스는 보류돼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안철수 후보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Q. 코로나19 상황이 엄중하다. 최근 정부 정책을 진단한다면
A. 준비가 덜 된 상황에서 위드코로나를 너무 성급하게 시작했다. 위드코로나를 시작하기 전 부스터샷을 충분히 접종 후 했어야 했다. 오미크론 변수를 비롯한 단기적인 방역 방안으로 부스터 샷을 포함한 접종률을 높이는 것이 우선이고, 확진자 폭증에 대비해 병실과 의료인을 확보하고, 국민 개개인이 앱을 통해 셀프 역학조사를 할 수 있는 국민참여형 방역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리고 정치방역이 아닌, 과학방역에 충실해야 한다. 의사와 과학자 출신으로서 주먹구구 정치방역 물리치고, 코로나19를 가장 먼저 퇴치하며, 우리경제도 살리는 방역대통령 될 것이다. 특히 방역패스도 하면서 9시 영업제한은 너무 가혹한 이중규제로 우리 소상공인들 다 죽으라는 소리다. 백신패스 적용과 밀접, 밀집, 밀폐에 대해 과학적 지침으로 접근하면 자영업자 영업이 가능할 것이다. 자영업자의 9시 영업시간 제한을 철폐하고, 청소년들의 백신패스를 보류시킬 것이다.
Q. 코로나19를 계기로 공공의료 강화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에 대한 견해와 방안은
A. 지난 2년간 코로나19 감염병 대응에 공공의료가 매우 큰 역할을 했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공공의료기관 중 상당수가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여력과 인력이 부족한 열악한 상황이다.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에 이어 코로나19까지 감염병이 주기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차후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유행에 대비해 공공의료에 과감한 지원을 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 일일 확진자 5만명, 위중증 환자 5000명 상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 전국에 권역별 감염병전문병원을 조속히 설립해야 한다. 故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유족이 중앙감염병병원 설립을 목적으로 국립중앙의료원에 기부한 7000억원을 활용해 현장 의료 대응 컨트롤타워로서 국가 중앙감염병전문병원(4차병원) 건립을 추진하고, 이를 통해 국가 감염병 대응 체계를 확대 강화해야 한다. 그리고 전국 중진료권에 각각 공공병원을 설립하고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에 대해서는 지방비 부담을 완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Q. 의과대학 정원 확대 등 9·4 의정합의에 민감한 현안이 많이 담겨 있다. 합의 이행 계획은
A. 이전 정부에서 한 약속이라도 국가와 단체 간 합의이기 때문에, 의정합의는 당연히 존중돼야 할 것이다. 다만, 지금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의료현장은 전시와 같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 언제 끝날 지도 모르는 가운데,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민감한 이슈들에 대해 입장을 밝히는 것은 직역 간 갈등을 부추기고 현장의 팀워크를 깰 수 있다. 코로나19가 안정되고, 우리 의료시스템에 여유가 생기면 이해당사자들과 충분히 논의 후 합의해 추진하겠다.
Q. 코로나19 이후 한시적으로 비대면 진료가 허용됐다. 이에 대한 견해는
A. 비대면의료는 감염병 위기시에 환자와 의료인 모두를 보호하기 위해 불가피한 수단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통신기술과 우수한 의료인력 및 의료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원격의료에 대한 준비는 돼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기술이 발달했다고 대면진료보다 완벽할 수는 없다. 의료는 인간의 소중한 생명과 직결된 것이기 때문에 비대면의료는 대면의료의 보조수단이 되거나 매우 제한적으로 검토돼야 할 것이다. 또 전세계적으로 원격의료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만큼, 우수한 비대면 의료기술을 발굴하고 지원해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육성 등에 대해 검토하겠다.
Q. 상급종합병원 쏠림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바람직한 의료전달체계 확립 방안은
A. 복지부에서 병상수를 조절하는 상급종합병원과 달리 대학병원 분원 설립은 지자체장 권한이기 때문에 수익 극대화를 노리는 대학병원과 지역 표심을 의식한 정치인의 이해가 맞아 떨어지면서 대거 신설되고 있다. 중소병원을 살리고 의료전달체계 붕괴를 막기 위해서는 지자체 대신 중앙정부가 개설 인허가권을 가져 대학병원 분원 설립을 제한하고, 지역별 병상총량제를 도입해야 한다.
1차의료 중심의 의료전달체계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 환자들이 의료기관의 정보를 제대로 알고 선택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정보제공이 필요하고, 실현 가능하고 수용성 있는 1차의료 활성화 방안이 필요하다.
Q. 오랜기간 지속된 저수가로 의료계의 불만이 상당하다. 이에 대한 견해는
A. 건강보험 저수가 문제는 박리다매식 3분 진료, 비급여 활성화, 리베이트 등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에 왜곡을 가져왔다. 또 수가가 낮은 과목은 지원 의사가 줄고 양극화는 심화됐다. 이런 문제들로 인해 피해를 받는 것은 결국 국민이다. 의료계 오래된 문제인 저부담, 저수가, 저보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료계와 정부 간 소통을 강화하고, 보험료 등과 관련해서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할 것이다.
Q. 젊은의사들의 필수의료 기피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A. 전공의 과목별 쏠림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저수가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 의대생들이 전공을 결정할 때는 본인의 가치관과 함께 경제적 보상을 고려할 것이다. 이 문제를 방치해 비인기 과목의 의사가 부족하게 되면, 의료 질은 떨어지게 될 것이고 이로 인한 피해는 의사와 국민 모두 입게 된다. 정책적으로 비인기 과목의 수가를 개선하고, 의료사고 분쟁 해결 등 기피 요인을 제거해 유인책을 마련하고, 정원 조정 등을 통해 필수진료과목인 내·외·산·소와 외과계열의 전공의를 모집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
Q. 수술실 CCTV 설치, 의사면허법 등 의료계의 공분을 키우는 법들이 즐비하다
A. 수술실 CCTV 설치는 일부 의료기관의 수술실에서 발생했던 대리수술 등의 부정 의료행위로 인해 촉발된 것으로, CCTV를 설치하면 무자격자에 의한 대리수술과 같은 범죄를 방지하거나 확인하는 데 분명히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권침해와, 심리적 위축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의견도 있다. 결국 모든 의료기관 수술실에 설치하는 것으로 결정됐는데, 의료진에 대한 국민들 신뢰를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의사면허 취소 및 재교부 결격기간 강화와 관련해서 방향은 동의하나, 금고 이상의 형에 대해서도 의료사고를 포함해 조금 더 이야기 할 부분들이 있다. 제도의 완성도를 높이고 정부와 의사단체와의 이견을 줄이기 위해 대화가 더 필요하다.
Q. 의료계에 전하고 싶은 말은
A. 코로나19가 우리나라에 발생한지 벌써 2년이 지났다. 방역현장에서 감염병 확산을 저지하기 위해 헌신하고 계신 모든 보건의료인들께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 우리 의료진들은 코로나19 발생 초기 백신도 치료제도 없던 시기에 감염의 공포에도 불구하고 의료현장을 지키며 헌신했다. 폭염과 추위 속에서 번아웃을 겪는 의료인들도 속출했다. 이제는 방역 주역인 의료진에게 정당한 보상, 그리고 공공의료·인력 확충을 논해야 할 시점이다. 코로나19 대응 의료진에 대한 보상과 함께 차후 발생 가능한 감염병 유행에 대비하기 위해 의료시스템을 전면 개선해 감염병으로부터 환자와 의료진 모두 안심할 수 있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