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약 파동···의사↔약사 '성분명 처방' 비화
네탓 공방 불거져···“사태 본질 아닌 직역 이익 추구” 눈살
2018.07.10 11:36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고혈압약 발암물질 파동이 ‘성분명 처방’ 논란으로 비화되는 모습이다.


의사들이 “이번 사태가 성분명 처방의 위험성을 방증하는 결과”라고 공세를 취하자 약사들은 “해당 제품을 처방한 것은 의사”라며 맞불을 놨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소위 전문가들이 고혈압약 사태의 본질인 환자피해를 볼모로 직역 간 이익을 추구하려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9일 성명을 통해 발사르탄 성분의 발암물질 고혈압제 파동으로 ‘성분명 처방’과 ‘저가약 대체조제’ 위험성이 입증됐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성분명 처방 역시 이번 고혈압제 논란으로 종식해야 한다고 분명히 했다.


성분명 처방으로 약국에서 복제약을 임의로 골라 조제하는 것은 국민 건강권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행위라는 지적이다.


의협은 “의사 처방에도 불구하고 약국이 처방과 다르게 대체조제할 수 있다”며 “처방약이 잠정 판매제조 중지 목록에 없더라도 안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환자에 따라 약효가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어 대체조제는 엄격히 금지돼야 한다”며 “고혈압 환자는 자신의 복용약을 진료 의사에게 확인받길 권고한다”고 덧붙였다.


제네릭 의약품 허가의 근간이 되는 생동성 시험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현 시스템으로는 의약품의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의협은 “생동성 시험은 오리지널 대비 80~125% 범위 내에 들면 통과된다”며 “심지어 생동성 시험이 조작된 의약품도 있다. 이 상태에서 대체조제가 이뤄지는 것은 위험천만하다”고 일침했다.


성분명 처방의 당위성이 ‘같은 성분의 의약품은 효능이 동일하다’는 전제에 달린 만큼 논리의 허점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것이다.


의협은 “성분명 처방이 도입될 경우 환자들은 더 큰 위험에 놓일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이번 고혈압약 사태를 계기로 성분명 처방 논란도 종식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달까지 청와대 청원과 국민신문고 등을 통해 성분명 처방 도입 분위기를 고조시켰던 약사사회는 이러한 의료계의 지적에 강하게 반발했다.


새물결약사회(회장 유창식)는 “문제 제품을 처방한 것은 의사이지 약사가 아니다”라며 “의사가 상품명을 지목해 처방하는 우리나라에서 약사는 상품명을 결정할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제약회사가 의사에게 각종 리베이트를 제공, 제품 처방을 유인하고, 이는 하위 제약일수록 공격적이었음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즉 의사에게 의약품 선택권이 부여돼 있는 현 제품명 처방이 리베이트를 유발시키는 구조인 만큼 국민들에게 의약품 선택권을 부여하는 성분명 처방이 도입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단체는 “의협은 자중하고 피해 환자들에게 위로와 유감을 전해야 했지만 적반하장 격으로 이번 사태를 대체조제와 성분명처방을 반대하는 구실로 삼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약국이 대체조제를 할 수 있으니 복용 중인 고혈압약에 대해 의사에 확인을 받으란 발언은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고 덧붙였다.


오히려 이번 일을 계기로 약에 대한 국민의 선택권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약사회는 “환자가 의약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혁해야 한다”며 “의사가 제품을 지목하고 다른 의약품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해외에서도 유래를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의협은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비상식적 시도를 당장 중단하라”며 “정부 역시 국민에게 의약품 선택권을 부여하는 개혁 방안을 조속히 시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러한 의사와 약사들의 대립에 대한 회의론도 존재한다. 전문가들이 환자피해는 뒷전이고 자신들의 이익을 취하려 한다는 지적이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환자들이 복용하는 약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된 상황에서 성분명 처방을 놓고 직역 간 대립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일침했다.


이어 “매번 이런 식이다보니 국민들로부터 밥그릇 챙기기라는 비난을 면치 못하는 것”이라며 “전문가답게 환자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한 고민부터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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