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약 발암물질 사태로 본 '의료전달체계'
환자들 대학병원 더 몰려···醫 “제도 개선 필요성 절감”
2018.07.19 06:26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정승원 기자] 발사르탄 발암물질 함유 논란으로 일부 대형병원에 환자쏠림 현상이 포착돼, 의료전달체계 개선 논의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7일 의료계에 따르면, 고혈압약 발암물질 함유 논란 이후 일부 환자들이 주로 이용하던 의원급 이용이 아닌 대학병원을 찾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08년 대학병원 외래환자 본인부담률 인상을 확정지어, 경증이나 만성질환자의 대형병원 쏠림현상을 막고자 했다.
 

여기에 올해 초에는 비록 협의가 불발됐지만 ‘외래 위주의 일차의료기관, 입원 위주의 병원’을 기치로 의료전달체계 개선 협의체 권고문을 확정하고자 했다.
 

하지만, 이번 발사르탄 발암물질 함유논란은 이러한 의료전달체계 개선 의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는 발사르탄이 함유된 복제약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지만 대학병원에서는 대부분 오리지널 약제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지자, 환자들이 불안감을 떨치기 위해 의원이 아닌 대학병원들에서 진료를 받길 원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8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발사르탄 함유 약재 발표 이후 일명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성모병원 등의 빅5 병원은 ‘우리 병원은 문제가 된 의약품 처방을 하지 않고 있다’고 환자들에게 안내했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발사르탄 사건이 터진 뒤 병원 차원에서 ‘우리는 이번에 문제가 된 의약품을 사용하지 않는다’라는 공지를 환자 한 명 한 명에게 안내했다”며 “이에 환자들도 안심하고 병원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개원가에서 고혈압약을 복용하던 환자들이 불안한 마음에 대학병원 외래를 통해 고혈압약을 처방받는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현상은 실제 대학병원 외래 진료 현장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발사르탄 사건이 터진 이후 서울대병원 심장내과로 환자들이 몰린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 있다”며 “개원가에서도 충분히 처방 가능한 약을 대학병원에서 처방받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서울대병원의 심장내과 소속 한 교수는 “발사르탄 사건 이후 환자가 늘어나는 추세는 보이고 있다”며 “우리 병원이 아니더라도 다른 병원에서도 이러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지만 통계적으로 확인된 수치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집행부에서 지체된 의료전달체계 개선 논의를 조만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이번 발사르탄 사태뿐만 아니라 지속가능한 의료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의료전달체계 개선이 필수적인 만큼 관련된 논의를 시작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의협 정성균 기획이사 겸 대변인은 “비단 이번 발사르탄 파동 뿐만 아니라 건강보험체계를 계속해서 유지하기 위해서는 의료전달체계의 개선은 꼭 필요하다”며 “우선은 의료계 내부에서도 종별 간 의견이 다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조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의협 집행부 막바지에 의원급 의료기관의 단기입원실에 대한 의료계와 병원계의 이견으로 의료전달체계 개선이 무산된 바 있는데, 조만간 논의를 다시 시작한다는 것이다.
 

정 대변인은 “의료전달체계 개선에 대한 논의를 이제 곧 시작할 것”이라며 “그렇지만 시간이 하루 이틀 내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내부적인 논의부터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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