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는 정부와 협상에서 과연 웃을 수 있을까
포괄적 합의문 작성했지만 MRI 급여화 시행 등 '과제 산적'
2018.10.24 17:52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정승원기자]지난 5월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과 보건복지부 권덕철 차관의 전격 회동으로 재개된 의정협의체가 마침내 합의문을 마련했다.

일명 문재인케어라고 불리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에 대한 협의를 하기 위해 시작된 협의는 4개월 동안 뚜렷한 진전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의협은 최대집 회장이 문재인케어 저지를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된 만큼 의정협의를 통해 성과를 내는데 총력을 다했다.

8월14일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해 9월까지 당정청이 전향적인 입장을 보이지 않을 경우 집단행동을 예고했고, 9월27일 마침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의 점진적 추진이라는 큰 틀에 합의했다.

다만, 이번 합의 결과에 대해 의료계 일각에서는 의문을 표하는 이들도 있어 회원들의 설득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실무협의서 심사체계 개편 합의 ‘성과’

의협과 복지부는 지난 5월 의정협의체를 재개하고 이후 의정 실무협의체를 통해 정기적인 협상을 진행해 왔다.
애초에 의정협의체 의제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과 적정수가이기 때문에, 협의체에서는 이에 대한 폭넓은 의견 교환이 이뤄졌다.

그 과정에서 성과도 있었다. 정부와 의료계가 심사체계 개편에 합의키로 한 것이다. 의료계는 그동안 무차별적인 삭감에 반대하며 심사실명제 도입을 주장해왔는데, 의료계 주장을 정부가 어느 정도 수용한 것이다.

의협은 지난 7월 5일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관련 의정협의체 3차 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에 합의했다.

우선 의료계와 심평원은 ‘(가칭)심사 개선협의체’를 설치해 운영하고 심사 투명성과 책임감 강화를 위해 심사 실명제를 추진키로 했다.

또한, 심사정보 종합서비스를 통해 공개 중인 심사기준은 향후 중앙 및 지역 진료심사평가위원회가 심의한 사례는 모두 공개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는 지난해 의협 비상대책위원회가 전국의사궐기대회에서 요청한 사안이다. 의협 비대위는 당시 심사체계 개선 및 심사실명제 도입 등을 요구한 바 있다.

여기에 의협과 복지부는 심사과정에서 현장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기 위해 상근위원으로 구성된 중앙심사조정 위원회에 의료계 추천인사를 참여토록 하는 데 뜻을 같이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심사 일관성을 확보하기 위한 모니터링 체계 마련 및 심사 프로세스 개선을 통한 심사위원 간 공정한 배분 필요성에 공감했다”며 “장기적으로 절차적 투명성을 확보해 나가도록 지속 노력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외에도 정부와 의료계는 올바른 진료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하고 사무장병원과 같은 불법 의료기관을 근절하는 방안을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별도 협의서도 ‘지지부진’···눈치만 본 7~9월

의정협의체 논의 주제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즉 문재인 케어 정책이다. 의협과 정부는 의정협의체 외에도 별도 협의체를 운영한 바 있다. 대표적인 것이 10월 시행되는 MRI 급여화 관련 협의체다.

의협은 MRI 관련 학회(대한신경과학회, 대한신경외과학회,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대한재활의학회, 대한영상의학회, 대한소아과학회, 대한응급의학회)들과 대한병원협회, 복지부와 함께 MRI 급여화 관련 회의를 진행했다.

이들은 8월을 마지막으로 MRI 급여화 회의를 마무리했다. 이후 9월에는 MRI 급여화 방안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보고하고 10월에는 예정대로 시행된다.

구체적으로 급여 적용될 MRI 수가는 1.5~3.0T 기준 의원급은 29만3000원, 병원급 27만6000원, 종합병원 28만7000원, 상급종합병원은 29만9000원선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MRI 협의체가 마무리됐지만 의협은 “의료계 내부 협의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의협 정성균 기획이사 겸 대변인은 “학회 보험이사들이 협의체에서 발언을 했더라도 보험이사 개인적인 의견일 수 있다”며 “학회 내부 의견과 차이가 있을 수 있어 다시 한 번 확인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변인은 “학회 외에 각과 의사회에서는 의협이 내부적으로 의견을 수렴하는 방안을 고심 중”이라며 “MRI 급여화 회의 결과를 번복하지는 않을 것이다. 문구 하나라도 꼼꼼하게 확인하자는 차원”이라고 덧붙였다. 

복지부에 최후 통첩한 의협···결국 포괄적 합의

의협은 마침내 정부에 최후통첩을 했다. 정부가 의정협의에서 성의 있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문케어에 대한 의료계 요구사항을 재차 밝히고 응하지 않을 경우 집단행동에 돌입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이다.

의협 최대집 회장은 지난 8월 14일 프레스센터에서 ‘급진적 보장성 강화정책 정책 변경 요구’를 주제로 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이 밝혔다.

최 회장은 “필수의료에 해당하는 비급여를 점진적·단계적으로 급여화해야 한다. 3600개 비급여를 100개 내외로 줄이고 30조원의 재정 소요를 2조원 내외로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의료계와 정부는 협상 시한 나흘을 앞둔 지난 9월 27일 서울 모처에서 회의를 갖고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와 관련한 합의문에 서명했다.

의협이 공개한 합의문에 따르면 의협과 복지부는 ▲필수의료 중심으로 건강보험 보장성 정책을 의정 간 충분히 논의해서 단계적 추진 ▲현재 저수가 문제에 대해 공감하고 상호 진정성을 바탕으로 적정수가에 대한 논의 진행 ▲일차의료 기능 강화를 위해 교육상담·심층진찰 확대, 의뢰-회송 사업 활성화 등 의료계 의견을 수렴해 추진 ▲무면허 의료행위 근절에 공동 노력하고 의료인 자율규제 환경 조성 등에 합의했다.

최대집 회장은 “집단행동의 최고 수위는 총파업인데 이 경우 의료계뿐만 아니라 국민과 정부 모두 피해자가 된다”며 “정부와 의료계가 서로 진정성을 갖고 대화했고, 정부에서도 책임 있는 답변이 나온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건보 보장성 강화 정책과 관련해 큰 틀에서 합의를 이룬 만큼 향후 집단행동보다는 의정 실무협의를 통해 실익을 챙기겠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최대집 회장은 필수의료의 단계적 급여 전환 합의에 의미를 뒀다.
그는 “점진적인 급여화 추진 필요성에 공감을 이뤘다”며 “합의문을 토대로 향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을 매듭짓고 실무 수준에서 얘기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평했다.

물론, 향후 노선의 변경에 대한 여지는 남겨뒀다. 최 회장은 “향후 실무 협상 과정에서 합의문 정신이 왜곡되고 파기되는 일이 발생할 경우 정책노선도 투쟁으로 변경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경 투쟁’을 앞세워 제 40대 의협회장에 당선된 최대집 회장이 실익을 위해 대화 노선으로 전환한 것은 의미가 있다.

이는 최 회장이 그간 재야에서 보건의료정책에 일괄적인 반대를 외치다가 의협회장으로서 실리를 챙기는 협상가로 입장을 전환했음을 보여준다.

최 회장은 “건보 보장성 강화 정책과 관련해 누가 이기고 지는 것보다 대화와 협상으로 해결되길 누구보다 바라고 있다”며 “의사들이 집단행동에 나선다면 불행해지고 패자들의 게임이 된다. 이에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케어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회원들에 대한 설득이다. 최 회장이 재야에서 의료계 중앙회인 의협의 수장이 된 것은 강경 투쟁을 하라는 회원들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가 회원들을 설득해 의정 관계에서 실익을 취할지, 회원들의 반발에 부딪혀 다른 결정을 하게 될지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가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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