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바탕 홍역을 치른 대구의료원에 변화의 기운이 감돌고 있다. 신창규 신임 원장[사진]은 지난 2일 공공성 회복과 경영 혁신 의무를 안고 임기를 시작했다. 어려운 과제를 어깨에 짊어졌지만 신창규 원장은 자신감을 내비쳤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서 환자들과 호흡하면서 고민해왔던 공공의료의 역할을 실천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대구의료원 101년 역사상 최연소 의료원장이기도 한 그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공공의료의 새 길을 모색할 것이라는 포부를 피력했다. 그가 구상하고 있는 대구의료원의 새 모습에 대해 들어봤다.
Q. 8:1의 높은 경쟁률을 뚫고 원장으로 선임됐다
작년 말 대구의료원은 홍역을 치렀다. 호스피스병동 폐쇄 논란을 겪으면서 공공의료 축소 문제가 불거졌고, 직원 간 갈등과 반목이 심화됐다. 여기에 시 특정감사 결과 위법·부당 사항이 대거 적발되면서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추락한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의료의 공공성을 회복하고, 경영 혁신을 이뤄 낼 인물이 필요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임원추천위원회가 공공의료에 대한 나의 철학과 그동안 쌓은 경험이 대구의료원의 당면 과제를 해결하는 데 적합하다고 판단해 임명권자에게 추천을 했고, 시장도 이에 동의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
Q. 공공의료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의료 사각지대의 해소가 공공의료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공보의 시절 진료 환자의 60% 이상이 경제적으로 하위 5% 미만인 사람들이었다. 이들이 얼마나 취약한 의료환경에 놓여 있는 지 눈으로 보고 문제의식을고 느끼면서 공공의료에 관심을 갖게 됐다. 공공의료기관은 민간의료 테두리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끌어 안는 최후의 보루라고 생각한다. 특히 의료가 산업적 관점에서 신성장동력으로 육성되고 있는 현 국면에서 공공의료 역할은 더욱 확대될 수 밖에 없다. 모두가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Q. 대구의료원이 해결해야 할 의료 사각지대는
민간의료기관은 관심을 갖지 않지만 사회적으로 볼 때 반드시 해결이 필요한 영역에 집중할 것이다. 특히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서 자살 문제에 관심을 두고 있다. 사회 취약계층일 수록 자살 위험에 노출되기 쉽거니와 대형병원 어디도 자살에 관심을 두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서울이든 대구든, 대형병원들은 사망 원인 1위 암, 2위 뇌혈관, 3위 심장혈관 질환에만 매달려 경쟁이 치열하다. 공공의료기관까지 여기에 휩쓸릴 필요는 없다고 본다. 자살예방과 사후 관리 측면에서 대구의료원이 할 수 있는 일들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또한, 지자체 산하 의료기관인 만큼 사회제도와 연결해 실질적으로 자살률을 낮출 수 있는 방법도 고민하고 있다. 대구의료원이 반드시 사회적 문제 해결에 기여하고, 모범적 진료를 한다면 재원 확보도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공공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것이 지방의료원의 숙명이기에 수익 향상 방안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본다. 급성질환을 보는 병원 보다는 아급성, 만성질환 관리와 재활적 치료에 중점을 두는 방법 계획하고 있다. 공공성, 수익성 이 두 마리 토끼.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내 역할인 것 같다.
Q. 대구의료원 분위기 어떤가. 개혁 단행 부담도 있을텐데
위기가 오히려 기회가 된 것 같다. 특정 감사로 드러난 문제들은 지난 수십년 간 관행적으로 행해지던 것이었다. 이미 익숙한 방식을 한 순간에 바꾸기는 어렵다. 그런데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게 되면서 조직원들의 내부 각성이 이뤄진 것 같다. 지금은 뒤숭숭한 분위기가 정리됐고 다들 변화를 이뤄내자는 의지가 강하다. 열심히 일하고 있어서 오히려 내가 더 감사하다. 문제가 됐던 호스피스병동도 다시 정상 운영되고 있고 확대 운영될 것이다.
내게는 두 가지 타이틀이 붙는다. 하나는 대구의료원 101년 역사상 최연소 원장이고 다른 하나는 진료하는 원장이다. 원장이 직접 진료하는 건 15년 6개월 만이라고 한다. 다른 성공한 의료원을 가 보니까 원장이 직접 진료하면 두 가지 장점이 있더라. 우선, 의료원 개선 방안에 직원들이 공감한다는 것이다. 원장이 진료 현장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그에 따른 개선책을 내 놓으니 직원 관점에서도 실효성이 있다고 느껴지는 것이다. 또 원장이 환자를 직접 만나고 소통하면 시민 관점에서 의료원을 바라보고 운영 방향을 생각할 수 있다. 현장에서 직원, 시민과 소통하며 새로운 공공의료의 길을 모색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