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가 계속해서 늘고 있는 가운데 보다 못한 의학계가 보건당국의 대응 미숙을 지적하고 나섰다.
29일 열린 대한의료관련감염학회 제20차 학술대회에서는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가 메르스에 대한 선제적 차단 및 예방이 미비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엄중식 홍보이사(한림대강동성심병원 감염내과 과장)는 “감염 환자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의 방역시스템의 허술함이 그대로 드러났다”고 꼬집었다.
실제 전북 정읍에서 발생한 감염 의심자는 약 5시간 동안 격리되지 않은 채 지역사회를 돌아다녔고, 양성판정을 받은 환자가 중국으로 출국해 여러 장소에서 많은 사람들이 노출됐다.
신종 전염병의 경우 무증상 잠복기에 해당하는 노출자에 대해 증상 발생 전까지 자택격리를 하는 것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일반 원칙이다.
질병관리본부가 초기 발표한 밀접접촉자 수는 64명, 그러나 메르스 환자가 12명으로 늘어난 현 상황에서 비춰볼 때 누락된 인원이 많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환자 한명이 중국으로 이동하면서 여러 장소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됐으나 그 범위에 대한 확인은 아직 이뤄지지 못한 상태다.
엄 이사는 “메르스 감염 수준을 수치화한 지표로는 한 사람이 0.6명 정도 감염시킨다고 돼있다. 그런데 이는 중동지역의 데이터를 토대로 나온 지수”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 상황은 다르다”며 “첫 유입환자가 2개의 의원과 2개의 종합병원을 돌아다녔고 지역사회와 병원이라는 폐쇄된 공간에 머물렀고 많은 사람들과 접촉한 뒤 이어 감염환자 수가 늘고 있다”고 했다.
보건당국이 해외 데이터를 기준으로 환자가 더 유발하지 않을 것으로 속단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엄 이사는 “국내 발생 메르스 확진 환자와 밀접하게 접촉한 노출자를 자택격리하고 주기적으로 증상 모니터링한 것은 합당한 조치였으나, 과연 자택격리가 제대로, 정확하게 지켜졌는지를 고려하면 아쉬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학회에 참석한 의료진들은 3차 감염자가 발생할 경우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데다 쉽게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므로 노출자에 대한 범위를 넓혀 감시·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혁민 총무이사는 "정부차원에서 감염 차단과 예방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며 “보건당국이 수동적, 행정적으로 대응하기 보다는 전문가들과 활발하게 논의해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운용의 묘를 발휘해야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한병원감염관리학회는 20주년을 맞은 올해부터 ‘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로 명칭을 바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