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가는 감염병예방관리법안은 즉각 철회돼야 한다."
지난 2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감염병예방관리법안 논의 중 역학조사관 자격에 약사가 포함된 법 개정안이 통과되자 의료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회장 추무진)는 "법안심사소위 논의 과정에서 충분한 검증도 없이 약사를 포함시킨 것도 모자라 곧 이어 전체회의에서도 통과시켰다"며 반감을 나타냈다.
당초 개정안에는 역학조사관이 될 수 있는 자격으로 '방역·역학조사 또는 예방접종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 의료인, 역학조사 교육·훈련 과정을 이수한 사람, 이 외 감염병 관련 분야 전문가 등'으로 명시돼 있었다.
의협은 "특정 직역을 배척하는 차원이 결코 아니지만 메르스 사태를 있게 한 국가방역체계의 부실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면 이 같은 결정은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 상식에도 어긋나는 개정안을 즉각 철회하고 선진화된 시스템으로 국가방역체계의 새판을 구상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특히 "사상 초유의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메르스 사태를 수습하고 국가적인 시스템을 만들어보겠다는 국회가 역학조사관으로 약사도 포함해야 한다는 단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는게 실망스럽다"고 토로했다.
의협은 "부실한 국가방역체계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부실한 역학조사'다. 초기 역학조사가 부실하고 전문인력 등이 부족, 결국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게 된 결과를 초래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미국의 경우 1년 이상의 임상 수련을 거친 의사는 바로 역학조사관의 자격이 주어지지만 의사 이외의 다른 보건의료 전문직은 공중보건학 분야의 석사 이상의 자격을 갖춰야만 역학조사관의 자격을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의협은 "결국 약사이기 때문에, 관련 공무원이기 때문에 자격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역학조사 업무를 충실히 수행할 수 있다고 판단됐을 때 자격을 부여하는 것이 옳다"고 강조했다.
이어 "분명한 자격 기준 없이 단순히 보건의료인이라고 해서 역학조사원 자격을 부여하는 것은 제2·제3의 메르스 사태를 불러올 것이 자명하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