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의사 폭행…아수라장 된 대학병원 응급실
가해자 합의금 100만원 면죄부…재발방지 위한 처벌 강화 시급
2013.08.13 12:00 댓글쓰기

응급실에서 진료를 기다리던 환자가 의자로 의사 얼굴을 가격하고 집기를 던지며 난동을 부리는 CCTV 녹화 영상이 SNS에 올라와 보는 이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더욱이 가해자는 '적당한 처벌'을 우려한 병원의 중재로 100만원의 합의금만으로 면죄부를 얻어 폭행이 일어난 현장에서부터 엄격한 법적 잣대를 대야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영상은 경기도 지역 모 대학병원에서 근무 중인 레지던트가 지난 12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영상은 평화로운 응급실 진료 풍경에서 시작했다. 하지만 1분 8초 사이 응급실은 동영상을 올린 레지던트의 표현대로 감당할 수 없는 폭언과 위협, 괴성 등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진료를 기다리던 건장한 체구의 남성이 자신의 차례가 되자 갑자기 옆에 있던 의자를 들어 의사 바로 앞에서 얼굴을 향해 던졌다.

 

의사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무방비로 당했고, 또 다시 의자를 집어 던지려는 순간 동료 의사가 가해자 손에 든 의자를 끈질기게 붙잡아 끔찍한 상황을 면했다.

 

그 사이 의자를 맞은 전문의는 병원 직원의 도움을 받아 옆방으로 자리를 피했고, 두 명의 의사들이 더 오고 나서야 분이 풀리지 않은 듯 의자와 집기를 내던지며 난동을 부린 가해 남성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

 

동영상을 올린 레지던트에 따르면, 가해자는 술에 취한 상태로 자신보다 소아를 먼저 진료했다는 이유로 이 같은 폭력을 휘둘렀다. 그 때문에 의자로 가격당한 의사는 머리를 몇 바늘이나 꿰맸고, 현장에 있던 다른 이들도 타박상을 입었다.

 

동영상을 올린 레지던트는 “정말 심성이 착하고, 환자를 보는 일이 좋아서 응급의학과를 선택한 선배다. 날아오는 의자를 보았을 찰나의 선배의 고독. 취객이 던지는 주먹을 받았을 때의 슬픔. 사람이 견딜 수 없는 일이다”라며 참담한 심정을 고백했다.

 

이어 그는 가해자가 정당한 처벌을 받지 않은 것에 대한 피해자의 고통도 털어놨다.

 

그는 “가해자가 다음 주쯤 다시 술을 마시고 "내가 의사 좀 때리고 백만원쯤 쥐어 줬지"라며 호탕하게 웃고, 피해자는 몇 달이 지난 지금에도 말을 흐리는...고통 받는 사람을 한없이 더 고통스럽게 하는 이것이 도대체 무엇인가”라고 호소했다.

 

“폭행 현장부터 가해자 적극 처벌해야”
 
병원의 중재 탓에 가해자가 100만원의 합의금만 냈을 뿐 어떠한 형사적 처벌도 받지 않은 것이 알려지자 의료기관 내 폭행에 대해 엄격히 처벌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우선, 이번 사건을 보면 분명 원칙대로 처리하지 않고 합의를 종용한 의료기관에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다. 이러한 문제를 끌고 가봤자 현장에 출동한 경찰의 미온적 대응 때문에 가해자에 실질적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의료기관이 알기 때문이다”라고 일갈했다.

 

대한병원협회 관계자 역시 “의료기관과 폭행 현장에서부터 강력해야 대응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얘기다. 각 병원에 공문을 보내 재발 방지를 위해 적극적 대처와 엄격한 처벌을 당부 할 것이다. 필요하다면 진상위원회를 열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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