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약이 무효 응급실 '주취폭력'···해법 '안갯속'
가중처벌 전무·경찰 배치 재정 부족···폭행 사각지대 처한 의사들
2018.08.01 12:48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최근 의료기관 응급실에서 주취자가 난동을 부리거나 의료진을 폭행하는 사건이 늘어나자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현실적인 대안이 없어 답답한 실정이다.
 
병원 내 의료진 폭행 사건은 지난 7월에만 3건에 달한다.
 
전북 익산 응급의료센터에서는 골절로 내원한 주취자에게 의사가 폭행을 당해 전치 3주의 부상을 입었고, 지난달 29일에는 전북 전주시 모 병원에서 술에 취한 환자가 응급구조사와 간호사를 폭행해 경찰에 고발되기도 했다.

이에 더해 31일에도 경북 구미 차병원에서 주취자가 전공의를 폭행하고 동맥이 파열되는 상해를 입혔다. 
 
급기야 대한의사협회와 대한간호협회, 대한응급구조사협회는 공동으로 성명서를 내고 “의료기관 폭력 근절을 위한 전방위적 노력에도 변화되는 게 없다”라며 “주취폭력을 가중처벌하고 국민들이 심각성을 인지하게 해달라”고 촉구했다.
 
의료인 폭행을 방지하기 위한 대안 중 하나로 폭행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이미 2015년도에 개정된 응급의료법은 응급의료 방해자에 대해 5년 이하의 징역 및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더불어 2016년 개정된 의료법 또한 의료인 및 의료기관 종사자, 환자를 폭행하거나 협박한 경우에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적용한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가중처벌법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의협 측은 “가중처벌 법안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응급실 주취폭력 심각성에 대한 인지가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서울시의사회 또한 “서울·경기·인천지역 수련병원에 근무하는 응급의학과 전공의 가운데 90%가 폭력을 경험한 바 있으며 제도적 개선과 관계없이 폭행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 환자라는 이유로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병원의 보안 전담인력은 어떨까. 현재 인증체계에 따라 의료기관은 종별 수준에 맞는 보안 인력을 배치해야 한다. 주취자 대응 매뉴얼도 있다.
 
지역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단순 주취자 및 부상환자, 난폭한 환자 등 상태별로 다른 환자들을 대응할 때의 의료진 및 전문 보안인력 매뉴얼이 별도로 존재한다”며 “응급실에도 상주하는 보안 인력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대학병원 관계자도 “최근 응급실 보안인력을 늘리고 대응 매뉴얼을 홍보하는 등 병원 자체적인 대책을 강화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국립중앙의료원 등을 비롯한 서울 지역 공공병원의 경우 경찰이 상주하면서 별도의 주취자 대응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중이다.
 
그러나 환자의 상태를 살피는 동안 돌발적으로 일어나는 폭행에 대해서 신속하게 대처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응급의학과 A교수는 “맞을 것 같다고 술 취한 환자를 안 볼 수도 없는 것이고 언제 폭력적인 행동을 할지 예상하기도 어려운 노릇”이라며 “경찰에서는 조금이라도 부상을 입었다면 병원으로 보낸다. 우리야 당연히 치료를 해야 하니 위험에 노출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에 병원 응급실만이라도 경찰을 상주하게끔 하는 정책이 제안된 바 있으나 이 또한 예산 문제로 현실성이 떨어진다. 
 
최근 국회에서 있었던 응급의료현장 폭력 추방을 위한 토론회에서 경찰청 측은 “전 의료기관 응급실에 경찰 인력을 투입하기 위해서는 약 2400명이 추가로 필요하고 재원도 1500억원 가량 늘어나야 한다”며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만큼 당장의 도입은 어려울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결국 특단의 대책이 나오지 않는 지금의 현실상 병원은 불안에 떨 수밖에 없다.

A교수는 “폭력에 노출된 응급실 의료진의 현실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라며 “가중처벌 법안이나 보안시스템이 유명무실해지고 있는 상황을 먼저 바꿔야 한다”고 토로했다.

한편 응급실 폭력 사건 절반 이상이 주취상태에서 벌어진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홍철호 의원(자유한국당)에 따르면 응급실에서 일어난 폭행·폭언 등 방해행위에 대한 신고 및 고소건수는 2016년 578건, 2017년 893건, 올해 6월 말 기준 582건 등 최근 2년6개월간 총 2053건에 달했다.
 

유형별로는 폭행이 830건으로 전체 2053건 가운데 40.4%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폭언 및 욕설 338건, 위계 및 위력 221건, 기물파손 및 점거 72건, 협박행위 5건 순이었다.

특히 582건의 응급의료 방해 행위 중 68%인 398건이 주취상태에서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홍철호 의원은 "경찰의 정기 및 순시 순찰범위에 응급실을 포함해 범죄예방활동을 강화하고 응급실과 경찰 당국간 핫라인 시스템을 개설해 보다 빠른 초동대처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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