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 지난 10일 시작된 국정감사에서 서울시 서초구청의 ‘국립중앙의료원 중앙감염병병원 별도 건립 저지대책’ 내부문건이 공개되면서 때 아닌 ‘관치’ 논란이 일고 있다.
"기초자치단체가 주민들을 동원해서 직접적으로 반대여론을 조성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이냐"는 문제제기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복지부)와 서울시는 해당 사안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제재할 수 있는 뚜렷한 근거를 찾지 못해 고민하는 모양새다. 단, 논란은 구청장 승인·계획 시행 등 여부에 따라 위법 소지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15일 복지부·서울시 등은 데일리메디와의 통화에서 “기동민 의원이 공개한 서초구 내부문건을 검토했으나, 제재할 수 있는 뚜렷한 근거가 현재로써는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복지부 관계자는 “서초구 논란과 관련해서 복지부가 할 수 있는 대응이나 수단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서울시도 “현재로써는 해당 논란과 관련해 제재할 수 있는 뚜렷한 근거를 찾기 어렵다”면서도 “해당 문건에 대한 구청장의 승인여부, 문건에서 계획한 일들이 실제로 시행됐는지 여부에 따라 위반의 소지가 생길 수 있다”고 밝혔다.
우선 구청장 승인여부는 해당 문건이 구청장 승인 없이 만들어졌다면 ‘지방공무원법’ 상 복무위반에 해당될 수 있다. 하지만 기초자치단체의 공무원이 단독으로 논란이 될 만한 문건을 작성했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무원이 윗선의 지시 없이 문건을 만들었다면 서초구청 감사과뿐만 아니라 유관기관에서 위법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서초구가 계획을 실제로 시행했는지 여부에 따라 위법의 소지가 생길 수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해당 문건의 내용이 구청장 지시에 따라 실제로 시행됐다면 시행과정에서 위법성을 따져볼 수 있지만, 현 단계에서는 감사가 어렵다”며 “구청장의 정책결정 사안이라면 복지부-국립중앙의료원-자치구 3자 간에 협의를 통해 문제를 푸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결국 내부문건 유무(有無) 자체만으로 감사 등의 조치를 취하기는 어려운 셈이다.
서초구청 관계자는 기동민 의원실이 제기한 내무문건 파문과 관련해서 "특별히 내놓을 입장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실은 ‘국립중앙의료원 중앙감염병병원 별도 건립 저지대책’ 내부문건을 공개한 바 있다. 여기에는 서초구민 비상대책위원회(대표단) 구성·운영방안을 명시하고 있는데, 비대위 구성 및 운영 주체가 서초구청 문화행정국 자치행정과로 돼 있어 ‘관치’ 논란이 제기됐다.
특히 해당 문건에는 대표단 역할에 대해 대책회의 운영 및 여론조성, 서울시 도시계획 입안부서·보건복지부·국립중앙의료원 항의 방문 등을 적시하고 있어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기 의원은 “과거 개발 독재시대에서나 볼 수 있는 관치의 적폐가 드러나고 있다”며 “서울시 차원의 감사가 반드시 이뤄져야할 것”이라고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