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성은 기자]
“‘내 사위가 의산데 너 이거 알아?’와 같은 폭언은 흔한 편이죠.”
“돌보던 분이 자살한 이후 가위눌림 때문에 잠도 제대로 못 자고 해당 지역으로는 발길도 못 들이게 됐어요.”
“간호 대상자가 손으로 발과 다리를 만졌을 때도 손을 치우는 것밖에 할 수 없었죠.”
찾아가는 동주민센터에서 일하는 방문간호사들의 답답함과 고충에 대한 하소연이 터져 나오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2015년 7월부터 현재까지 408개 동에서 찾아가는 동주민센터를 실시하고 있다. 방문간호사는 65세 정도의 노인을 주 대상으로 건강상태 체크 및 상담을 담당한다.
금년 7월부터는 고독사 위험 1인 가구 등을 돌봄 신청 72시간 안에 방문하는 ‘돌봄SOS센터’가 본격 시작돼 2022년 서울시 전역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향후 보건복지부와 건보공단이 본격 추진할 커뮤니티케어 사업에서도 방문간호서비스는 핵심이다.
하지만 앞으로 확대될 사업의 전신이자 마찬가지인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사업에서 이미 불거진 방문간호사의 업무 상 어려움은 미해결 상태다.
서울시 감정노동종사자 권리보호센터(소장 이정훈)는 최근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방문노동자 감정노동 연구' 보고서를 공개했다.
연구는 작년 11월부터 2개월간 공선영 권리보호센터 감정노동사업팀장 겸 사회학 박사의 총괄로 진행됐다. 조사는 복지플래너 8명, 방문간호사 10명, 시민 3명을 심층면접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조사 결과, 방문간호서비스라는 감정노동에서 오는 고충과 무기계약직 등 불안정한 고용형태에서 초래되는 문제 2가지로 나눠졌다.
노동 자체에서 오는 고충으로는 업무범위를 벗어난 친밀감 혹은 보살핌 요구, 지속적인 방문과 전화상담 요구, 직업활동에 대한 모욕 및 무시, 언어폭력, 성희롱 및 성폭행 위험, 대상자 죽음 등으로 인한 트라우마 등이 있었다.
조사에 응한 A 방문간호사에 따르면 병원에서는 환자가 의뢰하는 입장이기에 즉각 신뢰가 형성되지만 방문간호서비스의 경우 여기서부터 어려움이 시작된다.
A 간호사를 비롯한 다수 응답자들은 “약도 안 주면서 뭘 하러 오느냐”, “니가 뭔데, 왜 나를 만나려고 하는데”와 같은 반응을 전화 및 방문에서 흔히 겪는다고 토로했다.
종사자 중 약 97%가 여성이라는 데서 오는 성희롱 위험도 크다. 특히 허리둘레 측정 시 대상자 측에서 신체접촉을 유도하는 경우가 많아 독신 남성이 대상자인 경우 허리둘레 측정을 하지 않고 넘어가는 실정이다.
불안정한 고용형태에서 오는 문제로 가장 심각하게 손꼽히는 것은 방문 대상자에 대한 동주민센터 정보를 권한 미달 문제로 미리 열람하지 못하고 찾아가는 경우다.
B 방문간호사는 “알코올의존증 독거 남성을 사전 정보를 모르고 방문했는데 가족관계 얘기할 때 돌변해 공격당한 적이 있다. 가방만 가지고 황급히 도피했는데, 사후에 아동학대로 시설에 자녀를 분리시킨 상태인 것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정규직 공무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보건소나 동주민센터에서 업무 외 과도한 간섭을 받거나 주민으로부터 하대받는 경우도 많았다.
"인원 부족으로 업무 부담 가중되고 1인 서비스로 인한 예기치 않은 위험 상존"
고용인원이 부족한 현실은 업무 부담뿐만 아니라 위험성까지 가중시키고 있다.
조사에 응한 다수의 방문간호사들은 복지플래너와의 2인 1조 방문 방식이 원칙이지만 현장에서는 거의 지켜지지 않고 있으며 60~70%는 혼자 방문하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혼자가 아닌 두 명이 방문하는 것만으로도 업무 시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상황에 대해 훨씬 순조롭게 대처할 수 있다는 견해다.
또한 인력 부족 문제는 서비스가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게 한다.
C 방문간호사는 “500가구를 담당하고 있다보니 독거노인이 재방문을 요청하는 경우 응해주기 어려운 실정이다”고 말했다.
현재 방문간호사들의 불안정한 고용은 추후 전담공무원으로 고용형태가 바뀌면 해결될 전망이다.
방문 건강관리 전문인력을 전담공무원으로 둘 수 있도록 하는 지역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작년 12월 5일 통과된 바 있다.
반면 대부분이 여성인 방문간호사들이 소수 인원으로 가정을 방문하는 데서 겪을 수 있는 위험요소나 인력부족 등에 대한 대책은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조사에 응답한 방문간호사들은 상담센터 및 특별휴가를 공통적으로 요구했다.
대한간호협회 관계자는 “정부가 방문간호인력에 대해서는 3500명, 사회복지사는 7000명을 충원한다고 발표했다”며 “사회복지사 인력 만큼 간호사 인력도 보충해 인력 부족 문제를 조속히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