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해결 위해 출산 인프라 회복 선행돼야”
의료계 “낮은 분만수가·의료사고 위험성 등 저출산 직접적 원인”
2016.11.10 17:05 댓글쓰기

의료계가 대한민국의 존립마저 위협하는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출산 인프라 회복이 선행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낮은 분만수가와 높은 의료사고 위험성으로 인해 지난 십 수년간 우리나라 분만환경이 급격히 악화돼 임산부와 태아, 신생아 건강에 빨간 불이 켜졌을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저출산 문제도 악화시킬 것이란 지적이다.
 

국민의당 김광수 의원 주최로 10일 열린 ‘아기울음소리듣기 프로젝트Ⅱ-모성보호를 위한 출산 인프라,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한 저출산대책 정책토론회에서 의료계가 출산 인프라의 총체적 붕괴가 저출산 문제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며 정부의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을 촉구했다.
 

“애완견 분만비보다 낮은 분만수가”
 

삼성서울병원 최석주 교수 ((구)대한산부인과의사회 사무총장)은 ‘저출산의 그늘, 위기의 출산 인프라’를 주제 발표하며 “출산 인프라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적정 수가가 보장되는 동시에 안전한 분만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위 애완견 분만비보다 낮은 분문 수가를 적어도 분만실을 유지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가로 인상하는 동시에 의사의 과실이 없는 의료사고도 보상액의 30%를 의사에게 책임지게 하는 ‘불가항력적 의료사고 보상제도’를 전면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 교수는 “매년 다른 진료수가의 상대가치점수는 소폭 상승한데 비해 분만수가는 지난 6년간 전혀 변화가 없었다”며 “최근 분만취약지·고위험·심야 가산 등 분만 관련 가산이 신설됐지만 지금의 수가로는 분만실을 갖춘 산부인과 병의원을 유지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특히 분만수가가 낮아 지방의 경우에는 병원 운영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모든 의료기관에서 강제시행되고 있는 제왕절개수술 포괄수가제도 손봐야 한다”며 “포괄수가제로 인해 중증질환을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제왕절개 수술률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분만과 관련된 무과실 의료사고에 대한 보상은 사회안전망의 일환인 만큼 사회보장 차원에서 보상재원 마련 책임은 전적으로 국가기관이 부담해야 한다. 이와 함께 현재 보상 상한액인 3000만원도 대폭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맹장수술 수준의 제왕절개수술 비용, 저수가 단적인 예”

대한의사협회 이용민 의료정책연구소장 역시 ‘저출산 극복을 위한 국내외 정책동향과 제언’에 대해 발표하며 저출산 원인의 하나로 낮은 수가를 지목했다.
 

이 소장은 “2012년 기준 우리나라 자연분만 비용은 876달러로 미국 9775달러, 일본 5665달러에 비해 현저히 낮은 실정”이라며 “분만수가가 원가 이하로 낮게 책정된 가운데 저출산 문제가 심화되면서 분만실 폐쇄로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제왕절개수술 비용 역시 우리나라는 1234달러인 반면 미국 15041달러, 일본 6971달러보다 수가가 크게 낮다”며 “맹장수술 정도로 수가가 책정됐다는 점에서 저수가 의료체계의 불합리성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라고 말했다.
 

결국 ▲임신·분만 관련 의료수가 개선 ▲응급진료 및 야간진료비 인상 ▲고위험 임신 집중치료비 등을 통해 근본적인 분만기피요인을 없애야만 한다는 것이다.
 

또 최 교수와 김 소장은 "분만 인프라의 중심축인 산부인과 전문의와 분만이 가능한 산부인과 병의원이 급감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들에 따르면 산부인과 신규 전문의 수는 2001년 270명에서 2016년 96명으로 1/3 토막이 났으며 전국에 분만 실적이 있는 의료기관은 2004년 1311개에서 2015년 617개로 줄어들었다.
 

이에 대해 최 교수는 “저출산, 분만의사 및 분만 병의원 감소, 분만취약지 등으로 인한 출산환경의 악화는 최근 모성사망률 증가라는 안타까운 현실로 이어졌다”며 “실제로 2013년 통계에 따르면 강원도의 모성사망률은 10만명당 29.9명으로 전국 평균이 10.6명에 비해 3배 가량 높았으며 서울의 모성사망률인 4.5명에 비해 6.6배나 높았다”고 전했다.
 

김 소장은 “2003년 1대1이 넘던 산부인과 전공의 경쟁률은 2012년 0.6대1로 떨어졌다”며 “산부인과 전공의 기피 현상을 반전시키기 위해서는 정부가 전공의 인센티브제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저출산 위기 극복 위한 정부의 실효성 있는 대책 필요"
 

한편 김광수 의원과 대한의사협회 추무진 회장은 저출산 문제를 중차대한 문제로 규정하며 정부의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강력히 요구했다.
 

김 의원은 “저출산 위기는 국가 존망이 걸린 중대한 사안”이라며 “더 이상 준비 없이 일을 당해 허둥지등 애쓰는 ‘임갈굴정’의 우를 범하지 않도록 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저출산 극복은 궁극적으로 출산율 제고가 목적인 만큼 출산과 직접 관계되는 산모부터 미래 산모가 될 미혼 여성, 여성과 함께 결혼과 육아를 책임질 남성까지 포함하는 범국민적 정책을 발굴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협 추무진 회장은 “지난 8월 정부가 저출산 기본계획 보완대책을 발표하는 등 최근 저출산 문제 극복을 위한 다양한 지원책이 시행되고 있지만 아직도 출산율은 세계 최하위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그동안 논의되거나 시행되고 있는 저출산 극복을 위한 대책들은 문제 특성상 단기간에 성과가 나오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저출산 극복을 최우선 국가정책으로 삼고 중장기적으로 꾸준히 추진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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