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한국 백색국가 제외···제약·의료기기 '예의주시'
수출 규제 강화로 국내업체 비상···'사태 장기화 대비 대체재 확보 주력'
2019.08.03 05:34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양보혜, 한해진 기자] 일본이 결국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해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국가) 제외'라는 경제보복 조치를 취했다. 

2일 일본 정부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주재로 각의(국무회의)를 열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시행 시점은 이달 말이 유력하다.

이에 따라 앞으로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가 강화되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및 의료기기 산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업계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제약·바이오업계 "원료 등 대비책 마련 고심"

우선, 제약·바이오 업계는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조치로 인해 직접적인 영향은 받지 않겠지만 장기화될 경우 타격을 받을 수 있어 대책 마련에 나서는 모습이다.

일본의 전략물자 통제대상 품목에 보톨리눔 독소 생산균주·탄저균 등 박테리아 22종, 황열·두창 바이러스, 조류 인플루엔자 등 바이러스 59종, 각종 독소 및 그 하위단위 16종, 식물병원균 19종, 유전자 변형된 생물 등이 포함된다. 발효조와 바이러스 등을 걸러내는 여과기(필터), 병원균 및 독소 등도 통제대상이 된다.

바이오의약품의 원료가 되는 바이러스 미생물 병원균, 보톨리눔톡신 같은 일보 독소류 등은 전략물자 중 민감품목에 속한다. 민감품목의 경우 일본에 수출할 때 기업들이 개별허가를 받아야 한다.

통제대상 품목 면면을 살펴보면 기존 제약업체보다는 바이오의약품 업체들에 영향이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바이오업계는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해 그동안 수입해 온 제품에 대해 개별허가를 받아야 할 경우 평균 90일 이상의 허가·심사 기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은 바 있다.

수입과정에서 허가 및 심사 절차가 길어지게 되면, 이로 인해 공급 시기가 불안정해져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바이오협회 관계자는 "한국이 화이트리스트에서 삭제되면 통제대상에 들어가는 품목을 사용하는 바이오업체들은 개별적으로 대응을 해야 하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실제 발효조와 여과기의 경우 대체 가능한 품목이 있는지 업체별로 대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등 바이오 기업들은 단기 대책은 마련돼 있는 상황이지만, 이 사태가 악화될 경우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우 일본업체 아사히로부터 '바이러스 필터'를 수입해 사용하고 있는데, 일본의 조치가 장기화될 경우 공급 및 생산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토로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우리는 CMO(위탁생산) 업체이기 때문에 고객이 원하는 부품을 사용해야 해서 일본산이 아닌 다른 부품으로 대체하기 어렵다"며 "단기적으로는 물량을 확보해 둔 상태라 버틸 수 있지만 이 사태가 장기화되면 생산과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셀트리온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일본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방침이다. 통제물품에 해당하는 것은 '바이러스 필터' 한 개로 1년치 물량은 확보해뒀지만, 이 상황이 지속된다면 다른 국가 제품으로 대체한다는 것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바이러스 필터의 경우 이미 1년치 물량을 확보해 둬 단기적으로 수급에 어려움을 겪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다만, 최악의 사태를 예비해 다른 나라 제품으로 대체하는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중한 의료기기업계 "전자 의료기기 등은 피해 볼 수도" 
 

의료기기 업체들도 이번 사태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일본은 우리나라의 의료기기 수출 4위, 수입 3위 국가다. 對 일본 수출·입 규모는 약 300만 달러로 큰 변동 없이 무역수지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도시바메디컬시스템, 히타치, 시마즈 등 영상장비 제조 및 판매 기업이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스텐트와 소모품 분야는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일본 의료기기 주요 수입 분야는 ▲식도-위-십이지장경 ▲X-ray ▲인공신장기용여과기 ▲혈구검사시약 ▲의료용영상처리용장치·소프트웨어 ▲의료용광원장치 등으로 총 380여개 품목이다.
 

이 같은 장비의 경우 대체품이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당장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 지사를 두고 있는 某 일본 의료기기업체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특별히 논의된 사안은 없다”며 “의료분야 뿐만 아니라 산업계 전반에 걸친 문제기 때문에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수입사의 경우에도 “의료장비 수입 계약이 단기간에 진행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 영향을 받을지 여부는 좀 더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을 것 같다”며 “병원별로 재고를 확보해 두고 있기 때문에 당장 위협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완제품에 비해 센서나 전자부품 등 중간재 분야가 타격을 받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한 제조사 관계자는 “전자의료기기에 들어가는 부품이나 센서는 일본에서 수입하는 경우가 많다”며 “기술력이 필요한 제품 의존도가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수출 통제품목 가운데 센서용 광섬유나 레이저 발진기 등은 일본이 강세를 보이는 분야이기도 하다. 때문에 이번 기회에 적극적인 국산화 추진으로 대일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국내 의료기기업체 관계자는 “의료기기 제조 부품의 경우 단가 및 기술력의 한계로 국내에서 생산이 잘 안 됐으나 소량이다 보니 주목받지 못했다”라며 “정부의 소재부품 산업 육성 흐름에 맞춰 국산화가 활성화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일부 의료계에서는 일본 불매운동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원주지구치과의사회는 일본제품 재료와 장비 불매운동을 전개하기 위한 결의대회를 갖고 'No Japan 포스터'를 회원들에게 배포했다.
 
특히 치과용 일본제품 및 대체제품을 작성한 목록을 94개 치과와 115명의 회원들에게 제공해 주목됐다.
 
대한치과협회 관계자는 “치과 재료, 장비, 기구들은 그 종류가 다양한 만큼 여러 나라에서 수입하는 상황인데, 일본 제품도 상당수 사용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외의 진료과목을 보는 개원의들 사이에서는 ‘No Japan’ 운동에 대해 보다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김동석 대한개원내과의사회장은 일본제품 보이콧에 대해 “일종의 정치적 움직임이라고 생각하는데 의사라는 입장과 책임이 있기에 실현이 쉽지 않다”고 답했다.


양보혜·한해진 기자 (bohe@dailymedi.com)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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