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중증·비급여 집중 관리" vs "10년전 언급된 정책"
복지부, 개선방안 발표…"환자 부담 90% 관리급여 신설‧병행진료 금지 확대"
2025.01.10 05:49 댓글쓰기



사진제공 연합뉴스



정부가 남용되는 비중증‧비급여 치료를 '관리급여'로 지정해 환자 본인부담률을 90% 이상 올리고, 불필요한 병행진료에 대해 급여를 제한하는 등 비급여 관리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 "10년 전부터 거론된 정책"들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며 비급여 가격 관리에 효과적이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와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관리급여 신설하고 진료량‧진료비 급증 등 집중관리 필요 '비급여' 제한


정부는 9일 오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비급여 관리·실손보험 개혁방안 정책토론회'를 열고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서 논의된 비급여 관리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를 맡은 서남규 국민건강보험공단 비급여관리실장은 "기준이나 가격이 정해진 급여와 달리 비급여는 통제 기준이 부족한 상태에서 실손보험까지 들어오다 보니 과도하게 팽창했다"라며 "국민 의료비를 완화하고 필수의료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비급여 관리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정부는 필수성이 다소 떨어지는 비중증 과잉 비급여를 집중 관리하기 위한 네 가지 추진과제를 설정했다.


우선 꼭 필요한 치료는 건강보험 급여 전환을 추진하는 동시에 집중 관리가 필요한 비급여에 대해서는 '관리급여'를 신설한다. 남용 우려가 큰 비급여 항목을 관리급여로 전환해 진료기준‧가격 등을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관리급여로 전환될 경우 90% 내지 95%까지 환자 본인부담율이 적용된다. 


서 실장은 "진료비, 진료량, 가격 편차 등이 크고 증가율이 갑자기 높아져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거나 과잉이라고 판단되는 항목들이 있다. 이런 항목을 관리 영역으로 넣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으로 불필요한 병행진료에 대한 급여를 제한한다. 현재 미용성형, 라섹 등 치료 목적이 아닌 것들에서 급여와 비급여를 모두 받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서 실장은 "모든 병행진료를 일괄적으로 제한하겠다는 것은 아니"라며 "진료량‧진료비나 사회적으로 이슈가 돼 중요하게 관리해야 할 몇 가지 항목을 선정해서 그것과 같이 이뤄지는 모든 행위나 치료재료들을 비급여로 적용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만 병행진료 필요성이 높다고 판단되면 급여 인정을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비급여 재평가를 통해 사용 목적‧대상‧방법 등을 명확히 하는 한편 재평가 후 안전성과 유효성이 부족한 항목은 퇴출된다.


비급여 표준화‧정보공개…환산지수 산출 방식에 비급여 포함 검토


세 번째로 비급여 표준화와 정보공개를 통해 관리체계를 보완한다. 


현재 비급여의 명칭이나 코드에 대한 의무 규정이 없어 병원마다 상이한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환자들이 혼란스러울 뿐 아니라 비급여를 관리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비급여 명칭과 코드를 표준화한 뒤 이를 비급여 보고 시와 진료비 영수증 발행 시 사용 의무화를 검토하기로 했다.


또 비급여 가격뿐만 아니라 ▲총진료비 ▲종별‧지역별 세부 진료비 ▲상세 분석정보 ▲안정성‧유효성 평가결과 ▲대체치료법 등까지 공개해 비급여 정보 제공 범위를 확대한다.


정부는 이달 '비급여 통합 포털'(가칭)을 개설하고 여러 기관에 산재한 비급여 정보를 취합해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마지막으로 비급여 관리를 위한 별도 법체계가 마련된다. 


현재 신의료기술평가 및 비급여 보고제도 등 의료기관 비급여 사용현황 관리는 '의료법'에서, 비급여 범위 정의 및 급여 중심 가격·진료기준 관리는 '국민건강보험법'에서 규정하고 있는데 의료계의 높은 자율성과 낮은 의료적 필수성 등 비급여 특성을 고려한 통합적인 법 체계를 정비한다는 취지다.


또 환산지수 산출방식에 비급여를 포함하고, 과잉 항목에 대한 면세를 축소하는 등 기관 단위 비급여 관리방안도 검토된다.


醫 "진단은 맞았으나 정책은 또 땜빵"


그러나 이어진 토론에서 전문가들은 혹평을 쏟아냈다. 과거부터 반복됐는 대책들로 실효성이 낮을 것이란 지적이다.


박현선 인하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이날 "진단은 맞았으나 정책은 또 땜빵"이라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무엇보다 필수의료와 비급여의 분절 없는 의료행위 관리 구축 시스템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어떤 서비스를 얼만큼 보장할 것인지 정의가 안 돼 있다. 표준 의료행위를 우선 마련해서 급여와 비급여를 설명해 줄 있어야지 일관성 있는 시스템이 마련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의료행위에 대한 급여 우선순위 결정 기준도 없다"며 "치료 효과성, 임상적 유효성, 혁신성 등을 멋대로 해석한 애매모호한 척도를 갖고 논의하다 보니 급여 체계에 구멍이 나고 그곳으로 비급여가 들어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일침했다.


그러면서 "식약처, NECA, 심평원 등에 분절된 척도를 다 합치고 그곳 전문가들이 모여 급여 우선순위를 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양문술 부평세림병원장은 "모든 비급여에 대해 항목‧가격‧사유‧대체 항목까지 설명해야 하고 동의서 구득을 의무화한다는 것에 동의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양 원장은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비급여 항목이 셀 수 없이 많다. 소액 비급여까지 모두 설명하는 게 정말 의사가 반드시 해야하는 일인지, 의료인력 낭비는 아닌지, 또 의사와 환자 간 신뢰 관계를 저하시키는 건 아닌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10년 전 정책과 비슷, 그때 어떤 효과봤나"


지영건 차의과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신설되는 관리급여가 과거 정부에도 있었던 내용이라고 짚었다.


지 교수는 "박근혜 정부 때 '선별급여'가 법에 등장했다. 비급여인데 본인 부담이 많도록 하고 관리를 하겠다는 것이었다. 문재인 정부 때도 예비급여라는 단어가 등장할 뻔했는데 법에 선별급여가 법에 있으니 흐지부지되고 선별급여로 계속 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관리급여라는 단어가 오늘 등장했는데 이것들과 뭐가 다른지, 그동안 선별급여와 예비급여는 목표를 달성했는지, 안됐따면 왜 안 됐는지를 생각해보고 관리급여 제도를 논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비급여 정보 공개 강화에 대해서도 "이 단어도 나온 지가 10년이 넘었다. 그동안 공개를 했는데 무엇이 달라졌나"라면서 "정보 공개한다고 비급여가 줄어들지 않는다. 더군다나 실손보험 하에서는 이왕이면 더 비싼 비급여를 이용하는 게 당연하다. 상황이나 심리적인 부분을 생각하지 않고 정보 공개하면 비급여가 줄어들 거라고 막연히 기대하는 것 같은데 그 효과를 한 번 되짚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정책국장도 비급여 정보 공개가 효과적인 가격 관리 정책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남 국장은 "지난 2012년 종합병원급 이상 병원들의 비급여 고지 자료를 전부 모아서 발표한 적이 있는데 그중 척추 MRI가 최고 157만원, 최저 12만원으로 15배 차이가 났었다. 당시 병원명도 공개했다. 가격 관리를 하겠다면 그 정도의 정보가 공개돼야 하는데, 그게 아니라면 정보 전달만 할 뿐 가격을 관리할 수 있는 정책이 아니"라고 말했다.


또 "관리급여도 비급여를 급여권으로 넣어서 관리하겠다는 것인데 사실상 건강보험이 재정부담을 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항목을 넣을 수 없다. 아주 소수만 맛보기로 몇 개 하겠지만 나머지 비급여는 방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연구조정실장은 "비급여 가격 규제 부분에 대한 명확한 메시지가 없다"고 비판했다.


정 실장은 "우선적으로 비급여 치료제에 대한 원가를 확인해서 공시하는 게 먼저 필요하다. 그다음에 이것들이 쌓이면 치료제를 원가에 기초한 권장 가격을 만들어서 소비자가 알게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고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국민건강보험법상의 비급여 관련 정책을 구체적으로 심의하고 의결할 심의위원회를 신설해 기준 수가 마련을 해야 한다는 것이 계속 논의돼왔었는데 오늘 발표에 이에 대한 구체적인 제안이 없어서 아쉽다"고 덧붙였다.



댓글 1
답변 글쓰기
0 / 2000
  • 의료왜곡주범은 01.11 20:41
    관료들이지
메디라이프 + More
e-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