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80대 고령층,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 열풍
홍양희 사전의료의향서실천모임대표 '상담 질 등 고려했을 때 민간기관 역할 중요'
2019.07.24 06:07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성은 기자] 연명의료선택권을 부여하는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된 지 1년이 넘었다. 서울대병원 허대석 교수팀에 따르면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후 환자 본인의 서명 비율은 29배로 급증했다. 주로 환자 본인에 의해 이뤄지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은 이제까지 약 22만건으로 집계됐다. 임종 단계에서 의료기관윤리위원회를 거치는 연명의료계획서 등록자 2만여 명보다 약 10배 정도 많은 상황이다. 특히 최근에는 복지관, 노인정, 교회 등에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등록하는 흐름이 확대되고 있다. 당사자가 직접 센터를 방문해 사전에 연명의료중단 의향을 밝히면 언제든지 서류를 작성할 수 있으며 취소 역시 가능하다. 친구따라 강남가듯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을 방문하는 60대에서 80대 노인들이 많아진 것과 관련, 홍양희 사전의료의향서실천모임대표에게 근래 흐름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연명의료 사전 결정권에 대한 관심은 최근 시작된 것이 아니다.
 
홍양희 사전의료의향서실천모임(이하 사실모) 대표에 따르면 지난 2009년 법원이 식물인간 상태인 김할머니의 연명의료를 중단토록 결정한 소위 ‘김할머니사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홍 대표는 “김할머니사건 이후 보건복지부에서 협의체를 만들어 활동할 것을 권고해 국가생명윤리정책원이 만들어졌다. 이후 사전의료의향서 서식을 개발하는 데 모두 함께 힘을 모았다”고 말했다.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이전부터 배포된 사전의료의향서는 30만부가 넘게 배포됐고, 전국에서 “나도 한 부 받을 수 없냐”는 전화가 쇄도했다.
 
현재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은 보건소, 국립의료원, 국민건강보험공단, 민관단체 등을 포함해 전국에 298개 있다. 이 중 197개는 건보공단 본부 및 지사 소속이며 사실모와 같은 비영리민간단체는 23개다.
 
홍양희 대표는 “성북구에만 관련 기관이 4개 등록됐듯이 공단 산하 기관들이 사전연명의료의향서에 대한 접근성을 크게 늘렸다. 하지만 직원에 따른 상담의 질을 생각했을 때 민간기관 역할이 중요해진다”고 말했다.
 
공단보다 민관단체의 상담사가 전문성이나 진정성 측면에서 더욱 차별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공단에서는 페이를 받고 일하는 직원이 주로 상담을 담당하며 민간단체에서는 자원봉사자에 의해 상담이 진행된다. 사실모에서는 일주일에 2사람씩 배치해 1대1로 충분한 상담이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모에서는 상담사를 대상으로 한 교육도 정기적으로 시행 중이다.
 
홍 대표에 따르면 사전연명의료결정을 위한 상담에는 다른 상담과 달리 의료적, 법적 지식이 필요하다. 그는 “상담사 양성교육은 금년 4월 시행됐으며 기본교육과정을 수료하는 방식이다”라고 말했다.
 
가족들이 함께 죽음을 이야기하는 경향 늘어 
 
사실모를 비롯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 방문자는 70대가 가장 많은 상황이다. 
 
홍 대표는 “주로 주위에서 고통받는 연배들을 보고 방문하는 경우가 많으며 사전연명의료결정법에 대해 잘 알고 오는 노인들도 많다”고 말했다.
 
부부나 자녀가 같이 방문하는 경우도 상당할 만큼 가정에서 죽음에 대해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오가는 상황이다.
 
물론 당사자 홀로 몰래 센터를 방문했다가 자식들과 갈등이 생긴 경우도 있었다. 홍 대표는 “센터를 찾아와 따지는 가족들도 있었다. 하지만 센터의 방향과 제도에 대해 자세히 설명드리면 대부분 수긍하곤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이를 위해 기관에서 중요하게 진행하는 것이 방문자 교육이기도 하다. 기관을 홀로 방문한 방문자는 이후 가족들에게 설명해야 할 상황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방문한 노인들을 상담 시 가족들에게 설명해야 한다고 꼭 당부하고 그 방법을 가르쳐준다”고 설명했다.
 
귀가 어두워 대화가 어렵거나 제도를 이해하지 못하는 노인 등 상담을 힘들게 하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사실모의 모 상담사에 의하면 가장 힘든 것은 방문상담 시 마주하는 노인들의 안타까운 상황이다.  
 
사실모에서는 가정에서 거동이 어려운 환자, 장애인 등을 위해 찾아가는 상담 및 출장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과정에서 홍양희 대표를 비롯한 상담사들은 노년에 대한 준비 없이 병에 걸려 우울증과 외로움까지 겪는 소위 ‘방콕 노인’을 마주한다.
 
홍 대표는 “이웃의 제보로 거동을 할 수 없는 독거노인의 집에 방문했을 때 몸에서 구더기 등 벌레가 나오는 것을 목격하기도 했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이어 “삶 속에 죽음이 있듯 죽음을 준비할 권리도 필요하지만 그만큼 중요한 것이 죽음을 맞이하기 전 잘 사는 것이라고 체감하고 있다. 이를 위해 노인 돌봄 사업에 대한 지원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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