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에 습격당한 응급실, 외양간 수리 한창
경찰 핫라인 설치·모의훈련 실시 등 후속조치…실효성은 ‘글쎄’
2018.08.16 11:53 댓글쓰기
<일러스트 연합뉴스>
[
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최근 잇단 응급실 폭행사건 이후 사회적 관심이 부쩍 커지면서 각 지자체에서도 안전한 진료환경 구축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특히 칼에 망치까지 동원되는 등 폭행 수위가 점점 흉악해지고 심지어 방화 사건까지 발생하면서 환자안전이 위협 당하고 있는 만큼 경찰당국 역시 각별한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경찰과 병원을 잇는 비상벨설치는 열풍에 가까운 수준이다. 각 지자체들이 응급실 주취폭력에 즉각적인 대응을 위해 앞다퉈 비상벨을 설치하고 있다.
 
실제 경상남도는 최근 도내 의료기관 응급실 37곳에 폭력신고 핫라인을 설치하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일반전화와 달리 응급실 폭력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응급실 근무자가 비상벨을 누르면 즉시 경찰청 112상황실로 연결돼 가장 가까운 순찰차가 출동한다.
 
경남도는 응급실 핫라인을 이용하면 일반전화 보다 출동시간이 단축돼 의료진을 보호하고 응급실 진료행위 방해행위 근절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했다.
 
병원이 직접 비상벨을 설치하는 곳도 적잖다. 응급실 폭행사건을 겪었던 영경의료재단 전주병원은 최근 112 상황실과의 직통 콜벨(-SOS 시스템)을 설치했다.
 
이 시스템은 난동자가 눈 앞에 있는 경우 전화기 사용이 여의치 않을 수 있음을 감안해 휴대용 리모컨 버튼을 누르거나 스위치를 발로 밟으면 경찰서로 신고되는 방식이다.
 
충청남도 서산의료원 역시 핫라인을 설치키로 했다. 날로 증가하는 응급실 폭행으로부터 의료진, 환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의료원 측은 설명했다.
 
경찰도 응급실 폭력예방에 힘을 보태는 중이다. 경상남도 합천경찰서는 최근 삼성합천병원 응급실에서 응급의료현장 폭력사건을 대비한 모의훈련을 실시했다.
 
재난이나 화재상황 모의훈련이 대부분이었던 병원에서 폭력사건 대응을 위한 모의훈련이 이뤄지는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응급실 폭력 사태의 심각성을 시사한다는 분석이다.
 
이번 훈련은 경찰관, 형사팀, 112타격대 등이 참여해 응급실에서 의료진 폭력이 발생한 상황을 가정해 매뉴얼에 따라 범인을 제압하고 대응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소방점검이 아닌 폭력 예방 점검도 등장했다. 대전둔산경찰서는 최근 응급실 내 긴급상황에 신속하게 대처하기 위해 관내 종합병원 응급실을 진단하고 비상연락시설 등을 확인했다.
 
울산울주경찰서는 최근 남울산보람병원과 응급실 폭력, 난동, 업무방해 등에 엄정대응을 위해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병원에서 주취자 난동, 의료진 폭행사건이 발생할 경우 직통전화를 통해 지역 파출소와 연락하면 경찰이 즉각 출동해 사태를 제압하기 위한 협약이다.
 
경찰 관계자는 응급실 폭력행위는 의료인뿐만 아니라 응급처치를 받아야 할 환자들에 대한 폭력인 만큼 이를 근절하기 위해 최선을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지자체와 경찰의 노력만으로는 응급실 폭력의 근본적인 해결이 이뤄질 수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법이나 제도 개선을 통한 보다 효과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중소병원 원장은 "비상벨 설치로 얼마나 많은 폭력 사건을 막아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일반인들에게 경각심을 주는 차원에서라도 강력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응급의료 방해에 대한 신고는 2016578건에서 2017893건으로 54% 이상 증가했다. 올해는 벌써 지난 6월까지 582건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신고 및 고소 건에 제한된 통계인 만큼 신고 혹은 고소로 이어지지 않은 사건까지 합하면 그 숫자는 훨씬 늘어날 전망이다.
 
그럼에도 정작 가해자들은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는 상황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승희 의원(자유한국당)에 따르면 의료진 폭행사건 893건 중 처벌을 받은 사람은 93명에 그쳤다.
 
징역형을 선고받은 가해자는 2명에 불과했고 벌금형은 25명이었다. 아예 처벌을 받지 않은 경우는 214명으로 전체의 24%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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