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달빛어린이병원 지정 확대 추진에 소아청소년과 의사들과의 갈등 국면이 일촉즉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의 대정부 불신감은 더욱 깊어졌고 반대로 정부는 소청과 의사들의 이 같은 행보를 납득하기 어렵다며 예정대로 수순을 밟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11일 복지부가 야간·휴일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진료하는 ‘달빛어린이병원’을 현행 15개소에서 30개소로 늘린다고 발표하면서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경증환자의 응급실 집중 현상을 줄이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수차례에 걸쳐 대한소아청소년과개원의사회가 지적한 문제에 대한 대책은 빠져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12일 소청과의사회는 “달빛어린이병원을 확대하는 정책은 동네 소아청소년과 의원의 몰락을 가속화시켜 의료 왜곡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소청과의사회로선 달빛어린이병원 정책의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제기, 잇따른 재계약 철회 및 추가 신청 보류가 나타나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던 상황이어서 더욱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복지부가 지정 확대 추진 근거로 2014년 시범사업 진료실적과 환자 및 보호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이용자 만족도 조사 결과를 재차 인용한 것에 대해 불쾌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소청과의사회는 “올해 2월 달빛어린이병원 추가 지정을 추진하면서 신청 병원이 저조했음에도 현 상황에 대한 정확한 파악없이 복지부가 과거 자료만을 들고 나왔다”고 꼬집었다.
이어 “납득하기 어려운 근거를 반복적으로 내세우며 사업의 확대를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미 의사회는 이용자 만족도 조사만을 근거로 의료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점을 계속해서 지적해 왔다.
그러면서 "달빛어린이병원 인근 소아청소년과 의원 환자 감소, 그리고 갈수록 심화되는 경영난에 대한 조사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의사회는 “의료공급자 여건은 고려하지 않은 채 지엽적인 만족도만을 근거로 의료정책을 수립하고 그 정책이 미치는 영향 파악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의료시장 시스템은 붕괴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실상 달빛어린이병원이 확대되면서 동네 소아청소년과 의원이 몰락해 경증 질환에도 장거리를 이동해서 진료받아야 한다면 피해는 국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의사회는 “여기에 주간에 충분히 병의원을 이용할 수 있는 경증환자도 야간에 진료받는 기현상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의사회는 “야간진료의 부적절한 활성화는 그야말로 야간진료를 감당할 수 있는 병원급을 제외한 동네 소아청소년과 의원의 경영악화를 초래할 것이 뻔하다”고 거듭 말했다.
의료 공동화 현상을 유발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의사회는 “영유아에서는 질병 치료보다는 예방과 관리가 우선돼야 한다. 현재 필요한 의료정책은 달빛어린이병원 확대가 아니라 동네의원 진료 활성화”라고 밝혔다.
아울러 “저출산이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영유아의 진료는 접근성, 편익성, 공공성을 바탕으로 수립돼야 한다”며 “지금이라도 소청과의사회를 포함한 의료계와 충분한 논의를 가질 것을 촉구한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