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2300억원대 급여 처방이 이뤄지는 건성안 치료제인 히알루론산(HA) 점안제가 금년 급여재평가 대상 성분에 오른 가운데, 전문가들이 의료적 중대성을 이유로 '급여 유지'를 요구했다.
의사 처방없이 무분별한 이용이 많아질 경우 녹내장 등 중대질환을 놓치거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 의사 관찰 하에 사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1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백종헌 의원(국민의힘)이 주최하고 대한안과학회·대한안과의사회가 주관한 '건성안 환자 점안제 치료에 대한 건강보험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대한노인회가 후원한 이번 행사에는 노인환자가 객석을 가득 메웠다.
통증·불안·우울 앓는 건성안 환자, 녹내장 등 위험질환 진행 발견 다수
김재용 서울아산병원 안과 교수(안과학회 정무이사)는 건성안이 적기에 치료받지 못하면 안과질환을 포함해 다른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를 우려했다.
그는 "건성안을 적기에 치료받지 못하면 완치가 어렵고, 통증·불안·우울 증상을 겪는 경우가 다수 보고됐다"며 "또 건성안 증상으로 방문한 환자들에게서 녹내장, 당뇨망막병증, 습성황반변성 등이 발견된다"고 말했다.
정혜욱 안과의사회장은 "눈이 침침하다"며 인공눈물을 처방 받으러 왔지만 이미 녹내장, 헤르페스성 각막염, 전방축농, 포도막염 등이 진행되고 있던 내원환자 사례를 소개했다.
인공눈물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증상을 의사 지도 없이 자체 구매한 인공눈물로 해결하려다 치료가 늦어진 사례들이다.
정 회장은 "HA제제는 안과에서 매우 중요한 약이고, 수술 뒤 반드시 사용한다"며 "자체로도 치료효과가 있어 경미한 각막염의 경우 최대한 약을 줄이고 고농도 인공눈물을 처방하는 등 임상적 활용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김동현 고려의대 안과학교실 부교수(안과학회 부총무이사)는 "실제 한국각말질환연구회, 세계 눈물막·안구표면학회(TFOS), 아시아 건성안학회(ASIA DRY EYE SOCIETY)도 이를 1차 치료제로 권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최근, 미국에서 인공눈물 사용으로 인한 안구 적출 및 사망 등의 사건이 알려지는 등 장기간 무분별 사용 위험성도 크다. 김 교수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인공눈물을 약국에서 구매, 가능해 접근이 우리나라보다 더 쉽다.
이에 김동현 교수는 "안과의사 검진 없이 무분별하게 인공눈물을 사용하면 위험하다"며 "의사 관찰 및 처방 하에 안전하게 써야 한다"고 역설했다.
비급여 전환 시 '환자 부담' 가중 우려···임상 결과도 일관되지 않은 실정
이 같은 상황에서 급여재평가로 인해 HA제제가 비급여로 전환될 경우, 환자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정혜욱 안과의사회 회장은 "최근 좋은 약들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HA제제 처방률은 줄지 않고 있는데, 비용 부담 때문이다"며 "최근 나온 '싸이클로스포린', '디쿠아포솔' 제제의 대체를 시도할 수 있지만 약값이 비싸지기 때문에 환자들에게 그저 '아껴쓰라'고 말하는 실정"이라고 털어놨다.
이재범 안과의사회 前 회장도 "현재 HA제제가 연간 2300억원 정도 급여처방이 이뤄지고 있는데, 급여액이 많기 때문에 비급여로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하기보다는 꼭 필요한 약이기 때문에 많이 쓴다고 생각해볼 수 있다"고 사고 전환을 제시했다.
곧 시험대에 오르게 되는 HA제제 재평가 기반이 될 임상 연구도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금까지 진행된 관련 연구들 결론이 조금씩 달랐기 때문이다.
서동철 중앙대 약대 교수는 건성안 환자에 HA제제를 투여한 14개 연구논문을 이용해 치료효과 주요 지표를 메타분석했다. 그 결과 사용군이 타성분 인공눈물 사용군보다 눈물량이 통계적으로 증가한 것을 확인했다.
서 교수는 "주요 지표인 눈물막 파괴 시간, 각막형광염색점수, 안구표면질환지수는 연구 간 이질성과 충분치 않은 연구 건수 때문에 HA제제와 타 인공눈물간 유의미한 차이가 없어 추가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政 "HA제제, 1997년 건보 등재 후 적정 사용량·기간 등 기준 없어"
이 같은 지적에 대해 보건복지부 측은 "HA제제의 비급여 전환을 위한 목적은 아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오창현 복지부 보험약제과장은 "1997년 처음 보험등재된 HA제제의 사용량 및 사용 기간, 연령, 처방 질환 등의 기준이 없어 과다이용·남용 여부를 파악해야 한다"며 "적정하게 처방되고 있는지 검증하고 급여권으로 유지코자 하는 목적임을 알아달라"고 피력했다.
이어 "지금처럼 사용 통제가 없는 상황이라면 조만간 급여액이 3000~4000억원대로 치솟을 것으로 보인다"며 "증상 완화 목적이 아니라 건보 적용을 통해 치료에 꼭 필요한 영역, 사용의 적정 수준이 어느정도 일지 학계가 제시해달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