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드시 또 몰려온다'…감염내과 '경고'
감염학회 주최 '메르스 이겨내기 세미나'…'열악한 인프라 구축' 촉구
2015.07.02 20:00 댓글쓰기

 

 

"아직 마침표를 찍지 않았다. 어쩌면 시작일 수 있다. 값비싼 대가를 치렀다고 생각하고 이번 메르스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반드시 대비해야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쳐야 하지 않겠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집중관리병원이 갈수록 줄어들고 차츰 격리해제 의료기관이 나타나고 있지만 어두운 그림자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2일 대한감염학회와 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메르스 이겨내기'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은 한 편으로는 안도의 한숨을, 또 다른 한 편에서는 긴장의 끈을 늦춰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메르스 종합대응 태스크포스 민간전문가이자 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김홍빈 교수는 이날 연신 "모두 짐작하겠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며 경계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이번 사태는 전문가를 경시하는 세태가 고스란히 드러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 교수는 "최고 전문가가 컨트롤타워가 돼 모든 걸 판단하고 지휘해야 하는데 정작 의사는 빠져 있다. 또 이 같은 재앙이 불어닥쳤을 때 제대로 위기 대응이 이뤄지겠나"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앞으로 또 이런 감염병 질환이 발생했을 때 어떤 의료기관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참여하겠나"라며 "피해 의료기관과 의료진에 적절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정부의 결단을 촉구했다.

 

특히 "의료진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선 전폭적 지지가 필요하다"며 "이번에 보여준 의료진의 모습은 현 시대 영웅이다. 의료진이 앞으로도 사기를 잃지 않도록 정부가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같은 맥락에서 역학조사관의 처우 개선과 감염 전문의 육성의 중요성에 대해 피력했다. 감염내과 전공자는 고작 전국적으로 200여명에 그친다. 장기적으로 전문가를 키워낼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이 절실한 상황이다.

 

뿐만 아니다. 그 어떠한 '행정 권한'도 없는 이들이 바로 역학조사관이라는 점이다.

 

김홍빈 교수는 "현장에서 신발에 구멍이 날 정도로 뛰어다닌 사람들"이라면서 "하지만 본인이 3년 전 역학조사관으로 일하던 때와 비교해보면 전혀 처우가 개선되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번 사태 종료 후 조직 및 제도는 정비될지 몰라도 결국 모든 일은 사람이 하게 돼 있다"면서 "지금 역학조사관을 두고 전문성 부족이라 비판의 화살을 돌리지만 어려운 여건에서 최선을 다한 이들"이라고 격려했다.

 

그러면서 "제발 이번만은 도돌이표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면서 "과거 40년 간 식수를 매개로 한 감염에 대비했다면 이제는 완전히 시스템을 바꿔 어떤 감염병에도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감염관리 '애물단지'…또 다른 재앙 반복할건가

 

이번 사태로 감염관리에 대해 상당한 변화가 올 것이라는 기대도 있지만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강동성심병원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는 "여전히 병원장 입장에서는 '감염관리'라는 분야는 투입되는 비용은 많은 반면 '귀찮은' 존재일 가능성이 높다"며 자조섞인 목소리를 냈다.

 

엄 교수는 "다인실이 문제라고 해서 응급실을 1인실로 바꾸면 해결 되느냐. 그렇지 않다"며 "의료전달체계가 바로 서지 않으면 아무리 공간을 크게 한다고 해도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어 "다행인 것은 지난 2012년 12월부터 다제내성균 등이 화제가 되면서 학회, 정부 등이 머리를 맞대고 감염 포럼을 결성하는 등 진지한 고민이 시작됐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특히 "결국 이런 상황은 전쟁과 같다. 평소 지혜롭게 대처해 온 지휘관과 잘 훈련된 특전사처럼 조기에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방역 요원들이 필요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고 표현했다.

 

꾸준한 투자와 재원 확보, 무엇보다 그들이 충분히 사명감을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게 한결같은 주장이다.

 

물론, 격리실 개선, 수가 개선 등 다소 발전적 모습을 보인 것은 사실이다. 불행하게도 그 과정에서 메르스가 덮쳤다. 언제나 그렇듯 감염병은 갑작스럽게 찾아온다.

 

그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지만 국방부에 엄청난 돈을 투입하지 않나. 무기 투자 등 선진화에 수 조원씩을 쏟아붓는 것처럼 '안보'의 개념으로 접근해 또 다른 제2의 메르스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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