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케어 재정문제, 의료계에 떠넘기지 말아야'
박두혁 데일리메디 자문논설위원
2018.08.24 11:35 댓글쓰기


지난해
12월 건강보험정책연구소가 전국 20~69세 국민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들은 적정한 건강보험 보장성을 75.9%로 제시했다. 의료비가 100원이라면 24.1원을 환자가 부담하는 것으로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이는 문재인 케어가 목표로 하고 있는 70%의 보장성보다 더 높은 수준이다.

그러면서도 100% 보장을 해달라는 요구는 없었다. 그 이유로는 의료 남용으로 인해 보험재정이 파탄이 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었다. 응답자들은 그들이 원하는 보장률을 실현하려면 소요재정이 증가하고 그에 따르는 보험료추가부담이 필연적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 설문에서 응답자의 60%는 문재인 케어로 보험보장성이 높아지는 것은 찬성하지만 보험료가 오르는 것은 반대했고 보험재정 조달에 있어서는 보험료 외에 국가예산의 지원, 의료보장세 신설, 담배 등에 붙는 건강증진기금의 인상 등을 지적했다.

문재인 케어가 시작된 지 이제 만 1년이 경과됐다.

최근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이사장은 모 일간지에 기고한 '문재인 케어 1년'이라는 글에서 난관이 많았지만 문재인 케어 1년은 합격점을 받았다고 평가할민 하다고 자평하면서 물론 의료계 우려는 여전하고 국회와 언론은 경과를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이사장은 이렇게 1년을 돌아보면서 지난 해 보험료 인상률이 2.04%로 평균인상률 3.2%에 못 미쳐서 5년간 총 44000억 원의 보험재정 수입에 차질에 생겼고, 정부예산 지원도 5210억 원을 책정했으나 국회에서 1317억 원이 삭감되는 등 필요한 재정확보에는 어려움이 있었음을 고백했다.

문재인 케어는 5년간 총 재정소요를 306000억 원으로 하고, 이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5년간 평균보험료 인상률을 과거 10년간 평균인상률인 3.2%로 하고, 국고지원금은 매년 5천억 원 이상씩 늘리며 현재 보험재정적립금으로 쌓여있는 21조 원 중 11조 원을 동원한다는 것이었다.

정부는 이러한 재정확보를 통해 의료보험 보장성을 70%까지 끌어올리되 이를 위해 3600개에 달하는 비급여항목에 대하여 표준화를 통해 급여화로 전환하는 것을 추진하기로 하였다. 또한 보장성확대의 일환으로 이미 선택진료비폐지, 상복부초음파 및 2~3인용 입원실 보험적용, 본인부담금 상한제 등을 실시한 바 있다.

그러나 김용익 이사장이 지적한 대로 보험료 인상이 뜻대로 되지 않아 재정확보에 차질이 일어나는 등 첫 단추부터 잘못 꿰었다는 비판을 면하기는 어렵게 되었다. 당황한 정부는 지난 6월 내년도 보험료 인상률을 3.49%로 높여 잡았지만 소요재정 확보에는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다.

의료계는 바로 이 점을 의심스런 눈으로 바라보고 우려하고 있다. 재정이 확실하게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문재인 케어를 힘으로 밀어붙인다면 결국 그 부담이 의료계로 떠넘겨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러한 숱한 경험을 겪어온 의료계로서는 집단이기주의라고 비판받아 온 것이 너무나 억울한 일일 수밖에 없다.

문재인 케어 1년을 맞으며 대한의사협회는 2기 의료개혁쟁취투쟁위원회라는 강수를 들고 나왔다. 의협은 문재인 케어의 수정을 요구하면서 요구자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강경투쟁도 불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의협 최대집 회장은 의료보험 보장성을 70%로 끌어올리려면 환자의 본인부담을 10~20%로 낮추면 곧바로 성취할 수 있다.”면서 대통령 공약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 더 늦기 전에 정책의 전환, 변경, 수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고 주장했다.

최 회장은 정부가 발표한 3600개의 비급여항목 전부를 급여화할 것이 아니라, 의료행위 100내 내외, 재정소요 2조원 내외에서 점진적이고, 단계적으로 추진하여야 맞다고 지적하면서 건강증진기금 등을 활용한 보험재정확보와 국고지원확대, 적정한 보험수가의 확보, 기준 외 비급여 확대, 불합리한 급여기준 개선 등을 제안했다.

앞의 설문조사에서 국민들은 의료보험보장성을 75.9%로 요구했다. 100%는 보험재정고갈을 우려하여 안 된다고 하면서, 보장성확대에 따른 보험료인상에는 반대하였다. 보장성확대와 보험료인상, 이 서로 상충되는 문제를 어떻게 푸는가가 문재인 케어의 열쇠임이 분명한데도 정부는 첫해부터 보험료인상에 발목이 잡힌 셈이다.

의료계는 의사협회가 정부정책에 대하여 강경일변도로 나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문재인 케어에 대하여 정부 스스로가 필요한 재정수준 및 그 확보방안을 대내외에 발표해 놓고 이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해 의사들에게 떠넘기려 한다면 의사들의 저항 또한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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