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전공의, 마스크 3일 사용···'마스크 걸이' 비치
불량 방호복도 수두룩해 레벨D인데 덧신·고글 등 빠져 비닐 활용
2020.03.14 05:03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성은 기자]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대구·경북 지역을 포함한 전국 수련병원 전공의들이 마스크와 방호복 등 보호구 부족에 시달리는 상황인 것으로 드러났다.

급기야 전공의들은 일회용 마스크를 사용한 뒤 소독기로 소독하고 이름을 써서 3일씩 사용하고 있는 경우도 다반사다. 마스크 재사용을 위해 '마스크 걸이'를 마련한 병원도 있다.

방호복 역시 덧신, 고글, 마스크 등이 빠져 있는 불량 보호구가 지급되는 경우도 많아 덧신 대신 비닐과 헤어캡으로 발을 감싸고 일회용 고글을 여러 번 닦아 재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기도 소재 수련병원에 근무하는 A 전공의는 “의료현장에서 일회용이어야 하는 마스크를 이름을 써서 보관하거나 소독기로 소독해 재사용하고 있다. 레벨D 방호복에 들어있는 N95 마스크만 버리고 코로나19 의심환자 코호트 구역 들어갈 때 쓰는 N95 마스크는 3일 쓴다”고 말했다.

서울 소재 한 병원에서는 마스크 재사용을 위해 수술실 입구에 마스크 걸이를 비치했다.

이 병원에서 일하는 B 전공의는 “마스크를 어떻게 소독해야 기능이 떨어지지 않으면서 효과적인지 논문을 찾아보는 일도 있었다. 처음에는 알코올을 뿌려서 소독했지만, 정전기식 마스크에는 추천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심지어는 마스크 지급이 전혀 되지 않는 병원도 있다.

서울 내 대학병원 C 전공의는 “덴탈 마스크도 부족해 전공의든 간호사든 밖에서 사와야 한다. 특히 전공의는 병동을 이곳 저곳 돌아다니면서 환자들과 가장 많이 접촉하는데, 가장 기본적인 덴탈 마스크조차 이런 대형병원에서도 공급이 불안정하니 참담하다”고 전했다.


그나마 제공되는 보호물품이 불량인 경우도 허다해 코로나19 의심환자를 진료하는 의료진 감염 위험이 큰 상황이다.

D 전공의는 “하루는 CPR 하면서 들어오는 환자 진료를 위해 급하게 레벨 D를 입고 있는데 고글이 들어있지 않았다. 환자를 눈앞에 두고 다시 새로운 보호구를 착용할 시간이 없어서 불완전한 레벨 D 상태로 진료했다. 동료 전공의는 어느 날 덧신도, 고글도, N95 마스크도 없는 방호복을 마주하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대구지역 대학병원에서 코로나19 감염환자 주치의를 맡고 있는 E 전공의는 “보호구 중에 덧신이 없어서 비닐로 발을 감고, 헤어캡을 씌워서 다니고 있다. 일회용 고글도 부족해 사용 후 닦아서 재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장에서 항상 환자들을 위한 결정을 하고 싶다”며 “방호복 부족으로 도움이 필요한 환자에게 선뜻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까 봐 두렵다. 격리하고 있는 환자들에게 공급할 마스크도 부족한 상태라 환자들에게 면목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보호구 대란 상황에도 불구하고 보건당국은 의료계에 마스크, 방호복 등이 부족하지 않다고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1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마스크, 방어복 등 보호구가 그렇게 부족하지 않다”면서 “하루 소비량이 200벌인데 300벌을 공급하고 있다. 방호복이 부족하다면 의료진들이 움직일 수 있겠는가”라고 발언한 바 있다.

A 전공의는 “현장에 몇 번 와봤다고 해서 현장 목소리를 듣는 것보다 잘 안다고 할 수 없다. 공급했다는 것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공급된 것이 충분한지 확인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감염병으로 인한 위기상황이 아닐 때도 감염 위험이 있는 환자 또는 감염 위험이 확인되지 않더라도 체액이나 분비물이 많이 튀는 시술을 하고 난 뒤에는 마스크를 포함한 모든 보호구를 폐기하고 새로운 마스크를 착용하고 다른 환자를 보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지금은 각 부서가 매일 재고를 걱정하고 EMR 첫 화면이 실시간 마스크 재고인 상황”이라고 전했다.

더불어 “병원은 항상 응급상황이 벌어지는 곳이고 응급상황에서 보호구 오염은 너무나 당연하다. 코로나19만 환자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다른 모든 환자도 감염의 위험에 노출되지 않고 치료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C 전공의 역시 “남은 건 사명감밖에 없는데 보건당국의 안일한 언행으로 인해 사기만 떨어지는 것 같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박지현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은 “얼마 전부터 마스크 공급에 차질이 생겨, 대전협은 의협이 회원을 대상으로 모은 성금을 지원 받아 전공의들을 위해 마스크를 제공하고 있었다. 재고 비축을 위해 부족하다는 이야기에 우리 의료진은 힘이 빠진다. 병원 의료진이 안전하지 않으면 환자가 위험해지고, 대한민국이 위험해진다”고 전했다.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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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호자 03.14 18:27
    저게 현실이라면 너무나도 안타깝다. 젊은의사들이 괜한 어려움에 처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
  • 의사 03.14 12:06
    의협 병협이 다 들고 있다

    하루에 의협에 병협에 엄청 보낸다..도대체 들고 뭐하니 의원 병원 안 나눠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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