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6일자로 당대표직을 내려놨다. 이에 의정 갈등 해소를 위해 어렵사리 출범했던 한동훈표 '여야의정 협의체'도 사실상 좌초될 전망이다.
한동훈 대표는 16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 국민의힘 최고위원들이 사퇴하면서 더 이상 당 대표로서 임무 수행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이번 비상계엄 사태로 고통받은 모든 국민들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2024년 선진국 대한민국에 계엄이라니 얼마나 실망하고 분노하셨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지지자들에게도 많이 죄송하다. 탄핵이 아닌 더 나은 길을 찾아보려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결국 그러지 못했다"라며 "모두 제가 부족한 탓이다"라고 머리를 숙였다.
1차 탄핵소추안 표결 시 국민의힘은 '부결' 당론으로 대거 표결에 참석하지 않았지만, 계엄이 선포됐던 3일 불법계엄을 막아냈다는 게 한 대표 입장이다.
한 대표는 "당 대표와 의원들이 앞장서 대통령의 불법계엄을 막아냈고 헌법과 민주주의를 지켰다"며 "그게 진짜 보수정신이며, 제가 사랑하는 국민의힘 정신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날밤 계엄을 해제하지 못했다면 다음날 아침부터 거리로 나온 시민과 젊은 군인 간 유혈사태가 벌어졌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을 결코 옹호할 수 없으며, 당론과 반대로 탄핵에 찬성했던 데 대해 후회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아무리 우리 당이 배출한 대통령일지라도 군대를 동원한 불법 계엄을 옹호하는 것은 위대한 나라와 국민, 보수의 정신, 우리 당의 빛나는 성취를 배신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탄핵 찬성을 후회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많은 순간들이 스쳐갔다"라며 "지지자분들을 생각하면 고통스럽지만 여전히 후회하지 않는다"고 피력했다.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경고도 빼놓지 않았다.
한 대표는 "계엄이 잘못이라고 해서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의 폭주, 범죄혐의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며 "이 대표의 재판 타이머는 멈추지 않고 가고 있으며, 얼마 남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한 대표의 사퇴로 여야의정 협의체도 좌초될 전망이다. 정부가 "2025년 정원은 조정이 불가능하다"고 못박은 탓에 11월 출범한 여야의정 협의체는 지금까지 단 3번의 회의밖에 열지 못했다.
'전공의 처단'이라는 엄포가 담긴 계엄 이후에는 대한의학회,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가 "계엄 정부와 대화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선회, 참여를 중단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