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도권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쏠림과 만성적인 의료진 부족 현상으로 지역 필수의료가 생존의 기로에 섰다. 이러한 가운데 부산 지역에서 20여 년간 전문병원을 이끌다 최근 500병상 규모 종합병원으로 확장 개원하며 ‘지역 완결형 의료’의 든든한 버팀목을 자처하는 이가 있다. 바로 박종호 센텀의료재단 이사장이다. 데일리메디는 지역의료 산증인이자 최근 대한병원협회 상생협력특별위원회 초대 위원장으로 임명된 박 이사장을 만나 지역의료가 처한 현실을 진단하고, 이를 타개하기 위한 구체적인 제도적 해법과 향후 비전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지역 완결형의료’ 표준 제시
센텀종합병원은 지난 2002년 정형외과 중심 병원으로 출발해 관절 및 수지접합 분야에서 독보적인 전문성을 인정받아 왔다.
하지만 지역 사회가 초고령화 시대로 접어들면서 단일 질환이 아닌 고혈압, 당뇨, 심뇌혈관 질환 등 복합적인 내과 질환을 동반하는 고령환자가 급증했다.
박종호 이사장은 환자에게 더욱 안전하고 완결성 높은 의료를 제공하기 위해 협진체계와 중환자 대응 시스템을 갖춘 종합병원으로의 전환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해 확장을 결심했다.
박 이사장은 “부산 수영구에 위치한 센텀종합병원과 사상구의 서부산센텀병원이 부산의 동축과 서축을 잇는 강력한 의료 벨트를 형성했다”고 설명했다.
과거 전문병원 시절에는 고난도 수술 시 기저질환 악화나 응급상황 대응에 한계가 있었지만, 이제는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상주 및 중환자실 확충 등 종합병원 인프라가 뒷받침돼 초고령 환자나 복합 외상 환자도 안전하게 수술할 수 있게 됐다.
그는 이를 두고 ‘특화된 전문성’이라는 날개에 ‘종합병원의 안전성’이라는 엔진을 단 격이라고 평가했다.
환자 유출과 인력난 이중고…“특단 대책 절실”
현재 지역 거점 의료기관들이 직면한 가장 큰 위기 요인으로 박 이사장은 수도권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유출과 심각한 의료 인력난을 꼽았다.
지역 종합병원에서 충분히 치료가 가능함에도 수도권으로 원정 진료를 떠나는 구조적 불신과 의사 및 간호사 등 필수인력 수도권 쏠림 현상이 지역의료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그는 정부 차원의 과감한 세 가지 제도 개선안을 제안했다.
첫째, 지방 의료기관의 경영 안정성과 필수 인력 확보를 위해 지역 가산 수가를 과감하게 도입하는 ‘지역 수가 차등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둘째, 1, 2차 병원을 거치지 않고 수도권이나 상급종합병원으로 직행하는 구조를 제한하는 실효성 있는 의료 전달체계 규제 강화를 촉구했다.
마지막으로 지역 필수 의료 인력에 대해 재정적, 제도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지방병원 인력 지원 특별법’ 제정이 뒷받침돼야 지역의료 붕괴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2차 종합병원이 상급종합병원과 1차 의원 사이에서 경증부터 중증 초기 환자까지 소화하는 중추적인 ‘허리’ 역할을 맡아야 대학병원 쏠림과 응급실 과밀화를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역외상거점병원 및 암치료센터 구축, 필수의료 공백 해소
최근 센텀종합병원은른 소위 ‘응급실 뺑뺑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산시가 전국 최초로 도입한 ‘지역외상거점병원’ 시범사업 기관으로 최종 선정됐다.
박 이사장은 지원받는 사업비와 자체 예산을 투입해 외상환자 전담 의료인력을 확충하고, 진료 공백 없는 24시간 당직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본관 리모델링을 통해 이전 예정인 응급실에 ‘외상환자 우선 소생실’을 별도로 마련해 골든타임을 사수할 예정이다.
아울러 권역외상센터인 부산대병원과 핫라인을 구축해 환자를 연계하는 ‘허브 앤 스포크(Hub & Spoke)’ 시스템을 안착시키겠다는 구체적인 로드맵도 제시했다.
암 환자들을 위한 지역 인프라 확충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구 본관 위치를 암치료센터로 리모델링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며, 이미 최신 PET-CT 등 정밀 진단 장비를 가동 중이다.
대학병원 출신의 권위자들을 영입해 혈액종양내과, 방사선종양학과 등이 참여하는 ‘다학제 통합진료 시스템’을 세팅하고, 최첨단 수술 로봇 도입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박 이사장은 “수도권 병원에 대기를 걸어두고 시간을 허비하는 지역 환자들을 보며 안타까움을 느꼈다”며 “지역 내에서 신속하게 진단과 치료를 받도록 하는 게 사회적 책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하지만 이를 위해 고가의 진단 장비 도입 시 보조금을 지원하고 다학제 진료에 대한 수가 가산 범위를 넓히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예방·관리 중심 ‘지역건강관리 사업’…“행위별 수가 한계 벗어나야”
박종호 이사장은 현행 행위별 의료수가 제도의 맹점을 지적하며, 지역사회 건강 증진 사업에 대한 제도적 보상과 수가 신설의 필요성을 강하게 역설했다.
수술이나 처치 등 특정 ‘행위’에만 수가가 청구되는 구조 탓에 지역주민을 선제적으로 교육하고 질병을 예방해 장기적인 의료비 지출을 줄이는 활동은 금전적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현실적인 제약 속에서도 센텀종합병원은 건강 수명을 연장하는 ‘헬스 프로모션(건강 증진)’ 병원으로서의 역할을 묵묵히 수행해 왔다.
대표적으로 65세 이상 지역 어르신을 대상으로 10주간 건강 및 예술 관련 수업을 진행하는 ‘센텀 실버 건강대학’을 8기째 운영해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여기에 더해 병원 내 공공사업부를 별도 신설하며 이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의사와 간호사, 사회복지사가 한 팀이 돼 거동이 불편해 병원을 방문하기 힘든 독거노인 등을 직접 찾아가는 의료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선제적 관리를 통해 위급 상황 발생 시 신속하게 병원 중환자실로 연계할 수 있는 안전망을 구축한 셈이다.
다만 박 이사장은 현재 진행 중인 찾아가는 의료 서비스가 부산 시범사업 지원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 정식 의료수가로는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피력했다.
그는 “주치의가 일정 규모 지역 주민을 전담해 관리하는 비용을 보전해 주는 등 예방 및 관리 중심의 사업이 정식 의료 수가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를 통해 국가 전체 의료비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정책 패러다임이 전환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병협 초대 상생협력특위 위원장… “상생 생태계 조성”
박 이사장은 대한병원협회 역사상 처음으로 신설된 회장 직속 ‘상생협력특별위원회’의 초대 위원장이라는 중책도 맡았다.
그는 위원회의 궁극적인 존재 이유가 의료계 내부 반목을 치유하고 지속 가능한 의료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에 있다고 설명했다.
상급종합병원부터 공공병원까지 각기 다른 이해관계를 조율하기 위해 직능 및 지역별 교차 라운드 테이블을 정례화하고, 이해충돌 발생 시 중재자 역할을 할 ‘상생 핫라인’을 가동할 방침이다.
특히 그는 현재 병원계 가장 큰 생존 위협 요인인 ‘의료인력 수급 불균형 해소’를 최우선 의제로 삼았다.
단기적으로는 지역 간 격차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해 대형병원과 중소병원 간 인력 스카우트 방지 등을 담은 ‘공정 상생 가이드라인’을 제정할 계획이다.
이를 토대로 중장기적으로는 상생 협력에 동참하는 병원들에게 상생 협력 수가 등 실질적인 인센티브가 돌아가도록 정부에 적극 건의, 제도를 법제화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박 이사장은 “수도권 대형병원 중심 사고에서 벗어나 부산 현장의 생생한 절박함을 정책 도출 과정에 투영해 ‘지역 완결형 상생 모델’을 실질적인 대안으로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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