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이용 '인식 개선' 고무적…이제는 '실천'
중앙응급의료센터, 다양한 노력 기반 선도…"국민들 성숙한 문화 필요"
2025.01.07 08:55 댓글쓰기

생사(生死) 갈림길에 선 환자 목숨을 살리는 최전선. 소중한 생명을 지키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치열한 현장. 촌각을 다투는 일이 일상인 응급실. 으레 그곳에서 일하는 의료진의 격무를 우려하지만 정작 그들을 가장 힘겹게 하는 건 응급실의 무분별한 이용이다. 응급실 의료진들은 불필요한 갈등 상황에서도  ‘응급환자가 치료 기회를 잃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안고 있다. 그 과정에서 폭언, 폭행에 노출되는 상황도 발생한다. 경증환자 쏠림이 심한 대학병원 응급실 역시 부연이 불필요할 정도다. 응급의료 종사자들은 ‘이제는 우리나라도 응급실 이용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고 입을 모은다. 경증환자는 대형병원 다 가까운 응급실을 이용하고, 중증도에 따른 진료 원칙을 존중하는 성숙된 자세가 절실하다. 국내 응급의료 컨트롤타워인 중앙응급의료센터가 응급의료시스템 고도화와 함께 응급실 이용 문화 개선을 위한 노력에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성인 10명 중 3명, 경증으로 대형병원 응급실


우리나라 응급실의 고질적 문제는 ‘의료기관 선택’에서 시작된다.


권역응급의료센터을 비롯해 지역응급의료센터, 지역응급의료기관 등으로 인력과 규모, 역할에 따라 응급의료기관이 분류돼 있음에도 환자들은 대형병원 응급실을 선호한다.


이로 인해 대형병원 응급실은 중증환자와 경증환자가 혼재되어 높은 혼잡도를 보이고, 대기시간이 길어지면서 환자와 보호자의 불편이 가중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실제 중앙응급의료센터가 20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2024.11.7.~11.13.)를 실시한 결과, 10명 중 3명 이상이 경증으로 대형병원 응급실을 방문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의료기관 종별로 살펴보면 종합병원이 52.8%로 가장 많았으며 상급종합병원 41.3%, 병원 5.9% 순이었다.


즉 많은 환자들이 경증 상태에서도 대형병원 응급실을 우선적으로 선택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응급의료기관을 기준으로 보더라도 지역응급의료센터를 이용한 경증환자가 50.1%로 절반을 넘었고, 응급의료 최상위 기관인 권역응급의료센터가 28.4%로 뒤를 이었다.


지역응급의료기관은 접근성이 좋고 문턱도 낮음에도 불구하고 응급환자들의 이용률은 16.7%에 불과했다. 응급의료기관으로 지정되지 않은 일반 응급실 이용률은 4.7%에 그쳤다.


경증으로 대형병원 응급실을 방문한 이유로는 '대형병원 응급실이 가장 가까운 병원이어서'(33.7%)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어 '더 빨리 진료받을 수 있을 것 같아서'(14.1%), '질병 등으로 과거에 다니던 병원이어서'(9.1%), '경증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서'(8.5%), '시설‧장비가 우수할 것 같아서'(6.5%) 순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주목할 점은 이들 응답자의 절반 이상은 우리나라 응급의료기관이 권역응급의료센터, 지역응급의료센터, 지역응급의료기관으로 분류되어 있음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현재 권역응급의료센터, 지역응급의료센터, 지역응급의료기관 등으로 분류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응답은 58.6%로 조사됐다.


응급실 진료는 접수한 순서가 아닌 위급한 순서에 따른다는 원칙에 대해서도 69.1%가 인지하고 있었고, 응급실 폭력 관련 법률 규정에 대해서도 64.5%가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는 응급실 이용 원칙에 대한 인식은 높아졌으나, 실제 이용 행태로의 전환이 아직 미흡함을 보여주는 것으로 분석된다.


캠페인‧공모전 등 올바른 이용문화 개선 노력


그나마 고무적인 부분은 중앙응급의료센터의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올바른 응급실 이용 문화’ 인지도가 높아졌다는 점이다.


실제 중앙응급의료센터는 그동안 국내 응급의료시스템 고도화와 함께 응급실 이용 문화 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특히 응급실 과밀화 해소를 위한 다양한 정책 홍보를 추진하고 있다.


2022년도부터 보건복지부와 함께 대대적인 ‘응급실 이용 문화 알리기 캠페인’을 전개해 왔다.


캠페인은 응급진료가 필요한 응급환자가 제때 적절한 치료를 받기 위해 지켜야 할 응급실 이용문화 5가지 수칙을 정하고, 국민 실천을 유도하기 위해 기획됐다.


설문 결과 응답자의 대다수가 이 수칙들에 동의하며, 의료진이 요청할 경우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5가지 수칙은 ▲응급실 진료순서는 위급한 순서대로 ▲응급실은 중증환자에게 양보해주세요 ▲보호자 출입은 진료보조가 필요한 경우에만 ▲의료진을 향한 폭언‧폭행 절대 금지 ▲병원선정은 구급대원에게 맡겨주세요 등이다. 


뿐만 아니라 응급실 의료인 폭력 예방 차원에서 국민 인식 개선을 위한 공익광고도 진행했다.


2년 전 첫 선을 보인 응급실 이용문화 개선을 위한 공익광고는 지상파 및 케이블 방송, 유튜브, KTX 역사 및 객차, 공항, 극장, 옥외광고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방영됐다.


‘당신의 응급실 에티케어를 보여주세요’라는 슬로건을 내건 광고는 많은 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에티케어는 예절을 뜻하는 ‘에티켓’(etiquette)과 돌봄, 관리를 뜻하는 ‘케어’(care) 합성어로, 응급실에서 환자와 보호자들이 지켜야 할 올바른 행동수칙으로 표현한 개념이다.


광고는 ‘응급실 이용 문화 5가지 수칙’을 중심으로 안전하고 올바른 응급실 이용을 위한 핵심 메시지를 담았다.


전국 응급의료기관 412개소와 각 시‧도 및 보건소 261개소, 편의점 2만4000개소에 응급실 이용 문화 개선을 위한 포스터도 배포했다.


이 외에도 응급의료 공급자와 수요자를 대상으로 응급실 이용 문화 개선을 유도할 수 있는 각종 공모전를 진행했다.


응급실 종사자를 대상으로는 ‘나의 일터, 응급실 이야기’ 공모전을, 미래 세대인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는 올바른 응급실 이용 문화를 배우도록 그림 공모전를 진행했다


"응급의료 현장, 인식과 실천의 균형 필요"


이러한 노력 덕에 응급실 이용 에티켓 등 인식 개선은 이뤄졌지만 아직 문화로 정착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


응급의료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한 별도 조사에서는 '대형병원 응급실은 중증환자에게 양보'와 '응급실 진료는 중증도 순 진료'에 대한 홍보가 가장 시급하다고 응답했다.


특히 응급실 내 폭언‧폭행 문제와 관련해 보안인력 배치 강화와 대국민 홍보 강화가 시급한 과제로 지적됐다.


응급실 의료진은 올바른 응급실 이용 방법과 원칙을 인지한 만큼 이제는 많은 국민들이 실천에 옮겨 보다 성숙한 응급실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A대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응급실이란 말 그대로 시급한 처치가 필요한 응급환자를 치료하는 공간”이라며 환자 상태에 따른 적절한 의료기관 선택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응급환자는 신속히 치료 받겠지만 경증환자는 대기 시간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응급실은 외래처럼 접수 순서에 따라 진료하는 곳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B대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모든 환자와 보호자가 본인 상황을 가장 위급하게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며 “하지만 응급실은 응급진료가 필요한 환자에게 제때 적절한 치료를 제공하기 위해 항시 대기하고 있는 공간임을 이해해 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응급실은 응급진료가 필요한 응급환자에게 제때 적절한 치료를 제공하기 위해 항시 대기하고 있는 공간임을 인정하는 성숙한 이용 문화가 절실하다”고 밝혔다.


C대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응급실 이용 문화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기는 했지만 아직 진료현장에서 체감하기는 부족하다”며 모든 시민이 응급실 이용 원칙을 함께 실천해 주셨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형병원 응급실 과밀화 해소를 통해 중증응급환자의 치료기회를 보장하고 응급실 의료진 폭언‧폭행을 차단해 안전한 진료환경을 만들기 위한 문화가 조성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김성중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은 “올바른 응급실 이용 문화 정착을 위해 대국민 교육과 홍보를 더욱 강화하겠다”며 “학교, 직장 등과 연계한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실질적인 인식 개선 효과를 높이고, 다양한 홍보 활동을 통해 국민적 공감대를 넓혀나가겠다”고 말했다.


<위 기사는 응급실 이용 문화 개선을 위해 중앙응급의료센터와 데일리메디가 공동으로 기획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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