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팥 치료받으러 한국 땅 처음 밟은 80세 미국의사
로렌스 메도프 (Red Rock Clinical Research LLC 소아과 전문의)
2016.05.12 05:53 댓글쓰기

“의사인 나에게 신장투석은 죽음을 연장하는 행위다. 삶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 한국의 조병수 박사를 수소문했다.”

미국 라스베가스주 ‘Red Rock Clinical Research LLC’ 소아과 전문의인 로렌스 메도프(Lawrence Madoff)씨의 말이다. 

올해 80세인 그는 지난 5월1일 태어나서 처음으로 한국 땅을 밟았다. 만성신부전 치료를 위한 자가지방유래줄기세포(SVF) 시술을 받기 위해서다. 한국에 만성신부전 치료를 받으러 온 미국인 의사는 지금껏 단 한명도 없었다. 그 것도 대학병원이 아닌 개인병원을 찾았다.


“SVF 효과 확신 없었다면 한국 오지 않았다”


메도프 박사[사진]는 5년 전인 2011년 만성신부전증 5기 진단을 받았다. 신장이 거의 제 기능을 하지 못해 이식이나 투석치료가 필요한 상태였다.

병원에서 신장 투석을 권유받았지만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청진기를 내려놓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장투석은 사람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는다. 일주일에 3번씩 투석센터에 방문해 4~5시간을 누워만 있어야 한다. 투석이 끝나면 진이 빠져 환자를 볼 수 없다. 나는 의사이자 사랑하는 아내를 둔 남편이다. 내 일과 가정을 지켜야만 했다.”


메도프 박사는 SVF 시술에 주목했다. 스위스 제네바 의과대학을 졸업한 터라 줄기세포치료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그러나 미국 내 SVF 시술 병원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한국이나 일본만큼 줄기세포 연구가 활발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색 끝에 캘리포니아주에 한국 기술을 적용한 병원을 발견해 치료를 시작했다. 첫 시술 후 신장 기능이 20% 회복되기는 했지만 효과는 그리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노하우의 한계라 판단한 그는 한국에서 제대로 치료받기로 마음먹었다.


한국인 아내의 도움을 받아 인터넷 검색 등 다양한 통로를 통해 이 분야 명의(名醫)를 찾아 나섰다. 그러다가 한국에 거주하는 처조카로부터 미래아이앤지 원장이자 줄기세포연구소장인 조병수 박사가 SVF 시술 전문의라는 사실을 전해 들었다.


메도프 박사는 “조병수 박사가 그동안 국내외에서 발표한 논문을 모조리 다 찾아 읽었다. 그 것을 통해 확신이 없었다면 아마 한국행 티켓을 끊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박사는 지난해 11월 6일 미국신장학회에서 만성신부전 치료 관련 연구 결과를 발표해 학계 주목을 받았다. 3기 환자에게 MP(methylprednisolone) 충격요법과 SVF를 이용해 2년 만에 사구체 여과율을 35ml/min에서 63ml/min으로 혈청크레아티닌치는 1.77mg/dl에서 1.0mg/dl로 호전시킨 증례다.


연구 결과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4기에서 3기로 호전된 외국인 사례도 있다. 미국에 거주하는 교사 루이스씨(57세)도 지난해 8월 한국을 방문, 조병수 원장한테 치료를 시작한 지 6개월 만에 사구체 여과율이 27ml/min에서 37ml/min로, 크레아티닌 수치는  2.61mg/dl에서 1.97mg/dl로 개선됐다.


“세포 배양·치료 가능해지면 외국인 환자 몰려들 것”


메도프 박사는 조 박사와 연락이 닿은 후 3개월 간 살을 찌웠다. 치료 효과를 낼 만큼 SVF를 추출하려면 필요한 과정이다.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세포 배양이 금지돼 있기 때문에 1회 추출량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지방을 늘리는 것이다. 


그는 “일본, 베트남처럼 한국도 세포 배양과 치료가 가능해진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환자들이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의 앞선 기술과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전 세계 의사들의 발걸음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메도프 박사는 1차 치료를 마치고 오늘(12일) 미국으로 떠난다. 그리고 오는 8월 2차 치료를 위해 한국을 재방문할 계획이다.
 

귀국 하루 전 만난 그는 80세 고령의 만성신부전 5기 환자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

그는 “조병수 원장한테 시술 받은 후 바로 다음 날 손과 발이 따뜻해지는 느낌이 들었다”며 치료에 대한 만족감이 묻어났다.

실제 시술 후 7일 만에 사구체 여과율이 12ml/min에서 19ml/min 증가하고 크레아티닌 수치는  4.87mg/dl에서 4.50mg/dl로 호전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메도프 박사는 “대부분의 신장전문의들은 만성신부전 치료에 소극적이다. 투석만 권유하는데 급급하다”면서 “조병수 박사 덕분에 남은 인생을 값지게 쓸 수 있는 시간을 벌게 됐다.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법들이 보편화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한국서 치료받은 소회를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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