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 지난해 대법원이 아파트 경비원의 야간 휴게시간을 근로시간으로 확정, 판결한 이후 의료계에서도 간호사 등 당직근무를 포함한 초과근무가 만연한 업(業)을 중심으로 근로시간을 인정받기 위한 움직임이 시작됐다.
특히 여기에는 이미 서울 소재 대형병원 몇 곳의 간호사들이 참여, 향후 초과근무를 둘러싼 치열한 법정공방이 예상된다.
18일 '한국법조인협회공익인권센터 함께'(이하 법조인인권센터)에 따르면 인권센터는 병원 내 당직근무 등 초과근무를 수행하는 업종 현직자·퇴직자 등과 함께 근로시간 인정을 통한 초과근무수당을 위한 소송을 준비 중이다.
이는 지난해 12월 대법원이 경비원의 야간 휴게시간을 근무시간으로 인정한 판결에 따른 움직임이다. 당시 대법원은 ▲경비실 外 독립된 휴게 공간 제공 여부 ▲아파트 지휘감독 없는 자유로운 휴식·수면 ▲휴게시간 중 근무상황을 감시 등 상황을 살펴야 한다고 판결했다.
휴식·수면시간이라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놓였다면 근로시간이라는 것이다.
법조인인권센터는 경비원 사례와 마찬가지로 의료계의 만연한 초과근무와 초과근무수당 미지급 등도 승산이 있을 것으로 봤다.
참여 업종은 간호사들이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의사·의료기기 기사 등 응급대기자(온콜·on call) 등 병원 내 전(全) 업종이 포함된다. 퇴직자의 경우에는 임금체불 소멸시효 등 이유로 3년 이내로 대상자를 한정하고 있다.
법조인인권센터 측은 의료계 참여자들이 늘어날 경우 소송 규모가 수천억원 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법조인인권센터 박대영 변호사는 “의사 1인 소송으로 2~3억원씩 받는 경우도 있었다”며 “전국에 있는 병원과 현직·퇴직자들을 고려했을 때 참여율에 따라 수천억원 규모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바른미래당 이상돈 의원은 “대법원 판례는 ‘대기시간이나 휴식, 수면시간이라도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있었다면 근로시간에 포함된다’는 것”이라며 “간호사들의 휴식권·수면권이 보장돼야 하고, 합당한 임금도 지급될 수 있도록 고용노동부와 각 지방고용노동청이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 의원은 오늘(19일) 치러질 서울 및 지방고용노동청 국정감사에서 서울 및 지방고용노동청장에게 한림대의료원·강동성심병원·서울대병원·건국대병원·고려대안암병원 등의 연장근로수당 미지급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촉구할 예정이다.
이밖에 서울아산병원 故 박선욱 간호사 사망사건, 간호사 및 전공의 등 의료인의 장시간 근로·인력 부족 등의 실태에 대해서도 질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