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못한 '수가인하 직격탄' 병리학계 격분
2010.06.04 21:30 댓글쓰기
수가인하 직격탄을 맞은 병리과 의사들이 적극 대응에 나서기로 하면서 앞으로의 상황 전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열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병리과 검사 수가는 평균 15.6% 인하됐다.

지난해 1월 시행된 병리조직검사의 행위재분류(기존 5개에서 13개로 세분화)에 따른 건강보험 지출 증가분 327억 6000만원에 대해, 건정심에서 증가분의 52%에 해당하는 상대가치 점수를 낮추는 방식으로 수가를 조정한 것.

특히 이번 조정안에서는 병리과 전문의들이 차린 수탁검사기관이 주로 담당하고 있는 생검 분야에서 수가가 대폭 인하되는 쪽으로 정리돼, 당장 7월부터 수입 감소가 예상되는 수탁검사기관의 집단 반발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때문에 병리과 의사들은 건정심의 수가인하 결정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지금도 어려운 병리과 사정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처사”라며 반발, 급기야 4일 대한병리학회와 대한세포병리학회, 대한임상병리사협회 등이 공동전선을 구축하고 수가인하 저지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날 비상총회를 연 이들 단체들은 성명서를 채택하고, 정부를 향해 집중 성토했다. 대한병리학회 서재홍 회장은 “병리학회로서는 이 문제가 대단히 큰 일이 아닐 수 없다”며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대한세포병리학회 주영채 회장은 “인센티브를 줘 수가를 인상하지는 못할망정 깎는 것은 이해할 수가 없다”며 “모든 분들이 단합해서 이러한 부당한 인하안이 철회될 수 있도록 강력히 투쟁해 나가야한다”고 강경한 입장을 취했다.

대한임상병리사협회 안용호 회장 역시 “병리과의 수가인하에 직접적 영향을 받게 되는 임상병리사들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라며 “병리학회와 세포병리학회와 힘을 합쳐 앞으로 (수가인하안을)저지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이를 위해 이들 단체들은 우선 대한병리학회 보험위원장인 장세진 교수(서울아산병원)를 주축으로 정부와의 대화채널은 살려 놓으면서 강경 대응 기조를 이어나가기로 했다.

대한병리학회 서정욱 이사장은 “오는 7일경 대한의사협회를 방문해 의료계의 협조를 구하는 한편 같은 날 복지부를 찾아 우리의 입장을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대한병리학회 등이 현실적으로 수가인하를 막아내기 위한 방법이 현재로서는 달리 없다는 게 문제다.

병리과 검사의 행위재분류에 따른 급여기준을 개정한 것과 관련, 복지부 보험급여과가 지난해 5월 작성한 공문(170호)에서 “청구현황에 대한 모니터링을 거쳐 상대가치점수를 하향 조정할 필요성이 있다”고 명시해 이번 수가인하 처리과정 자체에는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서정욱 이사장은 이에 대해 “재분류 이후 35% 가량 처방액이 증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기존에 잘못된 병리검사의 분류를 바로 잡으면서 생긴 변화”라며 “예전에 하지 않던 검사를 하는 것도 아니고, 불필요한 병리검사가 존재할 수도 없는 게 현실인 만큼 정부에서도 이번 문제 만큼은 재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비상총회 현장에서는 “우리가 타깃이 돼서 내려간 게 문제다”, “전공의 수급 문제 등 장래 이 일이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봐야 한다”는 등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한 참석자는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생검을 아예 안하면 일종의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지 않겠냐”며 "집행부를 향해 단계별로 강경대책도 취하는 방안도 고민할 것을 요구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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