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 종합병원에 청각 장애인 환자를 위한 수어(手語) 통역사 배치 의무화가 추진되자 일선 병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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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시설 및 인력기준 의무화도 모자라 이제 수어 통역사 채용까지 강제화 해야 한다는 발상에 반감이 상당한 모습이다.
논란의 발단은 지난 달 초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김영호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장애인복지법 개정안’에 기인한다.
의료기관에 한국 수어 통역사 배치를 권장하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일정 규모 이상 의료기관은 반드시 통역사를 배치토록 하는게 개정안의 핵심이다.
김영호 의원은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장애인이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경우 의료진과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중요한 정보를 놓치거나 잘못 전달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기관이 한국 수어 통역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며 “청각장애인이나 언어장애인을 위한 통역사 배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현재 청각‧언어장애인 환자들은 농아인협회 등에 수어통역사를 요청해 진료통역에 도음을 받고 있다.
이러다 보니 급하게 병원을 찾는 환자들은 언어 소통 불편으로 신속성이 떨어지고 병에 대한 원활한 소통이 이뤄지지 않아 애를 먹기도 한다.
개정안은 통역사 배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병원에 대해서는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의 벌칙 조항도 포함됐다.
해당 법률이 발의되자 병원들은 강한 거부감을 나타냈다. 장애인 의료 접근성 확대 책임을 의료기관들에게 전가하려 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한 중소병원 원장은 “시설에 인력까지 지금도 의무화 항목이 차고 넘치는데 장애인 통역사 채용을 강제화 시키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종합병원 원장 역시 “장애인의 원활한 의료기관 이용이라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그 책임을 일선 병원들에게 지우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대한병원협회 역시 이번 장애인복지법 개정안에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현행 한국수어 통역사 배출 규모와 채용 수요를 고려할 때 일정 규모 이상 의료기관에 통역사 배치를 의무화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2015년 기준으로 한국수어 통역사 자격 취득자는 1384명이다. 이들 중 80%는 전국 200여 곳의 수어통역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다.
인력 현황을 감안하면 종합병원 수어 통역사 채용이 의무화될 경우 인력난이 불가피해 질 것이라는 우려다.
병협 관계자는 “통역사 배치 의무화 보다는 지자체나 수어통역센터 등 관련단체에서 확보한 전문인력을 의료기관으로 파견하는 게 효율적이고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채용 의무화 추진은 충분한 수어 통역사 공급 및 의료기관에 대한 지원체계 마련이 전제돼야 한다”며 “아무런 준비가 없는 상태에서는 무리”라고 덧붙였다.
‘책임전가’에 대한 불편함도 감추지 않았다.
현재 의료기관 평가인증에 장애인을 포함한 취약환자 권리보호 기준이 마련돼 있어 병원별로 다양한 장애인 지원 방안들이 시행 중임에도 불구하고 추가적으로 부담을 주는 것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병협 관계자는 “의료기관에게 통역사 채용을 의무화 하고 위반시 과태료를 부과하기에 앞서 장애인 의료 접근성 확대를 위한 국가 차원의 노력이 우선 제고돼야 한다”고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