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국내서 유행하고 있는 헬스케어 서비스가 환자 입장을 헤아리기보다 병원 업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데 더 역점을 두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조재형 서울성모병원 U헬스케어센터장(내분비내과)은 최근 출입기자단과의 인터뷰에서 “수많은 환자용 애플리케이션이 만들어지고 있는데 정작 ‘진료를 잘 하자’는 목표를 가진 서비스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대부분의 환자용 앱은 모바일로 진료비를 결제하고, 주차장 순환을 빠르게 하고, 대기시간을 줄이는 등 사실 병원의 업무를 위한 것”이라며 “큰 병원, 첨단 기술을 갖춘 병원만이 스마트병원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조 교수는 의사를 위한 디지털 환자상담 플랫폼을 개발한 아이쿱(iKooB)의 대표이기도 하다.
환자상담 플랫폼 ‘아이쿱클리닉’은 진료실에서 환자에게 꼭 필요한 진료 정보를 의사가 보다 쉽게 필기하며 설명할 수 있는 태블릿 앱 서비스다.
의사는 분과별로 미리 제작된 질환정보 등 진료상담 자료를 불러와 환자에게 설명하거나 진료 음성을 녹음해 환자와 공유할 수 있다. 현재 가톨릭대학교 산하 병원에서 자체 외래 진료시스템에 아이쿱클리닉을 도입, 적용하기 위해 시범사업을 추진 중이다.
조 교수는 “의사들이 업무에 치여 컴퓨터만 들여다보는 경우가 많다. 환자와 대화 한 번 하지 않고 처방전 작성이 가능하다”며 “그러나 당뇨 환자를 보다 보니 처방만으로는 개선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디지털 환자 교육의 중요성을 실감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조 교수는 국내에 스마트 헬스케어 개념이 정립되기 전인 지난 2000년대 초반부터 환자 상태를 정확하게 알기 위해 혈당 데이터를 축적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하기도 했다.
조 교수는 “환자는 당뇨가 심해져 대학병원을 찾지 않고 집 근처 병의원에서 혈당을 관리하고, 개원가도 이를 통해 수가를 받을 수 있는 구조를 생각했는데 현행법상 이런 작업은 막혀 있다. 그러다 보니 이를 추진하던 중에 마치 원격진료를 통해 전국의 환자를 다 보겠다는 것처럼 오해를 받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디지털 헬스케어가 활성화되기 어려운 환경이지만 환자를 위해서 플랫폼의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조 교수는 “진료를 잘 하는 앱을 만들어야 한다고는 했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을 잘 안다. 헬스케어 플랫폼도 서비스인 만큼 수익이 나야 하는데 현재로써는 이런 형태의 상품에 돈을 지불하는 분위기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도 여러 군데서 강연을 한 바 있지만 단순하게 ‘디지털 헬스케어가 수조원의 가치가 있다’고는 얼마든지 말할 수 있다. 현재는 실패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막상 뛰어드는 사람이 없는 것”이라며 “헬스케어 분야가 매우 방대하기 때문에 환자를 위해 어떤 방향성이 더 나은 것인지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