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근빈 기자] 올 1월 건강보험 급여권에 진입한 비만수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비만수술 급여화의 핵심은 단순히 살을 빼는데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을 억제하는 근거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특히 기존 비급여 1000만원 수준의 부담이 급여 200만원대로 줄어들면서 환자들이 수술을 고려하는 시간이 짧아졌다. 이러한 긍정적 분위기 속 대형병원부터 개원가까지 비만수술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최근 데일리메디와 만난 김상현 순천향대학교서울병원 고도비만수술센터장[사진]은 “급여화된 지 약 3개월째인데 비만수술 건수 자체가 늘어나고 있음을 체감하고 있다. 이른바 ‘붐’이 일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실제로 故 신해철씨 사건 이후 2015년부터는 비만수술에 대한 불신이 가중되면서 건수 자체가 줄어들었다. 전체 의료기관에서 연간 500~700건 수준의 수술만 진행됐다.
그러다 올해 급여화가 진행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1~2월 두 달간 순천향대서울병원에서만 진행된 수술만 150례 정도가 된다.
아직 전체 병원별 집계 및 현황파악은 어려운 상황이지만 적어도 4~5배 이상 수술 건수가 늘어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 교수는 “비만수술이 필요한 환자가 경제적 문제에 대한 부담을 덜고 수술을 선택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는 점은 굉장히 긍정적이다. 급여기준 또한 만족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비만수술 활성화 이면에 해결해야 할 과제 역시 존재한다. 비만수술을 집도하는 병원은 늘어나는데 과연 안정적 관리가 이뤄질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다.
김 교수는 “비만수술은 단순히 수술행위뿐만 아니라 수술 전 운동 및 식이요법, 수술 후 장기적 사후관리를 통해 완성된다. 그만큼 면밀히 살펴봐야 할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학제 진료체계가 유지돼야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급여화되면서 더욱 중요해진 것은 바로 비만수술의사들의 책임감이다. 비만수술 자체로 단기적 효과나 성적은 좋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사전, 사후관리 개념에 대해서는 아직 인식이 부족하다. 노력하고 연구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1년 일본 연수 통해 느낀 ‘원칙과 기준’
김상현 교수는 2018년 3월부터 올 2월까지 일본 동경에 연수를 다녀왔고 3월부터 순천향대서울병원 고도비만수술센터장으로 임명됐다.
지난 1년 동안 비만수술을 전문적으로 하는 ‘요츠야 메디컬 큐브(Yotsuya Medical Cube)’에서 경험을 쌓으며 국내 벤치마킹할 내용 등에 대해 많은 고민이 있었다.
그는 “이번 연수를 통해 가장 크게 와닿았던 부분은 바로 원칙과 기준이 무엇보다 우선시 된다는 점이다. 수술을 많이 늘리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긴 호흡을 갖고 환자의 상태를 들여다보는 기간이 길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요츠야 메디컬 큐브는 비만수술 일정을 곧바로 잡지 않고 약 1달간 사전관리에 들어간다는 점이 특징이다. 수술 전 식이, 운동 등 관리체계를 형성하는 과정을 거친다는 것이다. 한꺼번에 많은 환자를 무리해서 받지 않고 일정에 맞춰 계획된 수술만 집도하는 형태다.
김 센터장은 “연수경험을 통해 사전관리 측면에서 공을 들여야겠다는 판단을 했다. 그래서 수술 전 약 3주간의 기간을 두고 식이요법 등 교육을 실시해 보려고 한다. 수술 전 관리가 수술 후 사후관리에서도 긍정적인 효과가 논문도 존재하고 실제로 효과적이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결국 비만수술은 수술을 했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5년 뒤, 7년 뒤에도 체중 감소 및 혈당조정이 가능한지 지속적 관리가 필요한 것이다. 하루라도 빨리 수술을 하는 것보다 다학제를 통한 안전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안정적 체계를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이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