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 보건의료정보관리사 도입이 임박하면서 전국 보건계열 학과를 보유한 대학들이 술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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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정보관리사’는 현행 ‘의무기록사’의 개정된 명칭으로,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개정에 따라 40여 년만에 이름이 바뀔 예정이다.
문제는 의무기록사에서 보건의료정보관리사로의 단순한 명칭 변경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 법이 시행되면 일선 대학들의 인증평가가 전면 의무화 된다.
즉 의과대학과 간호대학과 마찬가지로 인증을 받은 대학 졸업자에게만 보건의료정보관리사 면허시험 응시자격이 주어진다는 얘기다.
대학 의무인증제 도입은 의료기사 직능 중에는 유일하다. 평가는 재단법인 한국보건의료정보관리평가원이 담당할 예정으로, 아직 보건복지부의 최종 승인 전이다.
사실 의무기록사 양성체제 개편 필요성은 아주 오래 전부터 제기돼 왔던 문제다. 의료기사 직능 중 유일하게 학과가 개설돼 있지 않다 보니 제대로된 교육이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보건복지부의 승인을 받은 대학에서 의무기록 관련 교과목 40학점을 이수하면 의무기록사 면허시험에 응시할 수 있었다.
의무기록학과가 존재하지 않은 만큼 일선 대학들에서는 관련 교과목 개설만으로도 의무기록사를 배출할 수 있는 구조였다. 2018년 기준으로 109개 대학이 승인을 받은 상태다.
하지만 앞으로는 의과대학이나 간호대학과 마찬가지로 별도 인증을 받은 대학 졸업자에게만 보건의료정보관리사 면허시험 응시자격이 주어진다.
즉 미인증 대학 졸업생들은 면허시험에 응시 조차 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의료기사 직능 중 대학 인증 의무화는 보건의료정보관리사가 처음이다.
인증 의무화 도입이 임박하면서 일선 보건의료 계열 학과를 운영 중인 대학들에 비상이 걸렸다.
당장 인증을 준비할 시간이 촉박하다. 복지부는 일선 대학들이 평가인증을 준비할 수 있도록 2년의 유예기간을 부여키로 했지만 학교들은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2년 내에 인증평가에서 요구하고 있는 교과과정과 교수인력 기준을 충족시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간호대학의 경우 의무 인증제 도입을 앞두고 5년이라는 유예기간을 부여했던 만큼 보건의료정보관리사 역시 충분한 준비기간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수학점에 대한 우려도 상당하다. 기존에는 의무기록 관련 교과목 40학점을 이수하면 시험에 응시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70시간을 이수해야 한다.
이에 따라 대학들은 교과목 개편 작업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보건의료정보관리사 관련 수업을 늘려야 하는 만큼 보건행정 등 기존 학과들이 존폐 위기에 몰리게 된 상황이다.
위기감을 느낀 보건계열학과 교수들은 최근 보건의료정보관리사 관련 TFT를 꾸려 대책 마련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인증비용 역시 부담이다. 일선 대학들이 인증을 받으려면 신청비용 1000만원과 유지비용 연간 100만원, 중간점검비용 300만원 등 5년 간 총 1500만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일선 대학들이 학생수 감소 등으로 경영상황이 녹록치 않은 점을 감안하면 단과대학에서 감당하기에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액수라는 분석이다.
유한대학교 보건의료행정학과 김기철 교수는 “2년 내에 모든 인증기준을 충족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역부족”이라며 “제대로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이어 “이수학점 70점은 전문대학 입장에서는 수용 불가능한 얘기”라며 “의무기록사 교수인력 채용 역시 결코 녹록치 않은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보건행정사’ 자격증 의미 퇴색 우려
보건의료정보관리사 도입은 대학을 넘어 병원계에도 엄청난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개정 법령에서는 의무기록사가 단순한 의료정보 관리를 넘어 병원행정 업무를 아우르는 역할 수행을 기대하는 만큼 기존 병원행정직과의 정체성 논란이 불거질 것이란 우려다.
특히 보건의료정보관리사가 국가면허인 만큼 향후 병원급 이상 의무고용과 채용 가산금 신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행정직 종사자들의 위기감이 상당하다.
현 상황에서 가장 위기감이 큰 곳은 대한병원행정관리자협회다. 수 년 동안 공을 들였던 ‘병원행정사’ 자격증의 의미가 퇴색될 수 있는 상황에 직면한 탓이다.
업무 중첩성을 감안할 때 예비 병원인들 입장에서는 ‘병원행정사’ 보다는 국가면허인 보건의료정보관리사로 몰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한병원행정관리자협회 권성탁 회장은 “내부적으로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조만간 보건복지부에 협회 차원의 의견서를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의무기록사 측은 “과민반응”이라고 일축했다.
대한의무기록협회 고위 관계자는 “명칭이 바뀐다고 해서 해당 업무를 담당하는 본질이 바뀌는 건 아니다”라며 업무 중첩성 우려에 일침을 가했다.
이어 “이번 제도 도입은 국가면허 소지자로서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보다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하는 게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일선 대학들의 ‘학생 장사’ 행태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던졌다.
이 관계자는 “일선 보건의료 계열 대학들도 이번 제도 변화를 자성의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며 “제대로된 교육이 이뤄지지 못한 책임을 되짚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의무기록사 면허 소지자는 2만5000여 명으로, 매년 1000명 정도의 신규 면허자가 배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의무기록사 명칭을 보건의료정보과리사로 변경하는 내용의 의료기사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지난 8월 입법예고를 거쳐 오는 12월 20일 전격 시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