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의원 노출 싫어요' 잊혀질 권리 주장하는 의사들
포털·웹커뮤티·SNS 등 악플·악평 피로감 호소···'삭제 생각보다 어려워'
2018.04.27 05:20 댓글쓰기

인터넷상에서 이른바 '잊혀질 권리'를 주장하는 병·의원들이 늘어나고 있다. 웹 커뮤니티와 SNS 등을 통해 퍼지는 자신의 병원에 대한 입소문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 탓이다.
 

서울에서 내과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A원장은 최근 포털사이트인 네이버 지도 서비스에서 자신의 병원이 노출되지 않도록 정보수정 요청을 했다고 밝혔다. 불특정 다수에게 소위 '병원 후기'가 공개되는 데 대한 불편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A원장은 "지도에서 우리 병원을 검색하면 진료를 받았던 사람들이 남긴 후기들이 자동으로 링크되는데 원하지 않는 정보까지 담길 때가 있어서 곤란하다"며 "지도에서 검색이 안 되면 불편함은 있겠지만 노출됐을 때의 단점이 더 큰 것 같아 아예 삭제를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네이버 지도에서는 상호명을 검색하면 관련 블로그 포스팅이나 인터넷 카페 게시글이 함께 링크돼 해당 업체의 정보를 볼 수 있다.
 

병원이 자체 블로그나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경우 홍보 효과를 누리는 장점도 있지만 일부는 단점이 더 크다고 말한다. 미처 알지도 못한 새 병원이 구설수에 휩싸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이다.
 

수도권에 위치한 B의원 원장은 “네이버 말고도 우리 병원을 왔다 간 환자들이 진료 받았던 사실을 인터넷에 올리면 그걸 보고 왔다는 분들이 있어 나도 찾아보곤 한다”며 “좋은 말만 있으면 좋겠지만 당연히 불가능한 거 아닌가. 다만 진료실 사진이나 직원들 사진이 그대로 올라오면 좀 걱정될 때는 있다”고 밝혔다.
 

이어 “모든 후기를 다 찾아볼 수는 없으니 안 좋은 얘기도 섞여 있을 거라는 예상은 한다”며 “모르는 사람들 입장에선 그게 병원 이미지가 되는 거니까 다른 병원들도 고민이 된다더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병원 정보나 진료 후기도 소위 부정적인 소비자 리뷰에 속하므로 악의적이라고 판단되면 명예훼손 등의 요건으로 삭제 요청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환자를 입막음하려 한다는 이미지가 남아 버리는 게 문제다.
 

서울 소재 C내과의원 원장은 “맘카페에 우리가 과잉진료를 한 것 같다는 글이 올라왔길래 해당 사이트에 삭제 요청을 했더니 글 게시자가 병원이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했다며 또 글을 올리더라”며 “결국 한 번 후기가 올라와 버리면 병원 입장에서는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좋은 경험보다 안 좋았던 일이 인상에 남기 마련이고 그런 글이 계속 올라오면 병원 인상이 굳어져 버릴 수가 있다”며 “내가 모르는 곳에서 평가가 되는 상황이다 보니 인터넷 후기에 대한 피로감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별다른 홍보 활동을 하는 것도 아니어서 입소문을 무시할 수 없는 의료기관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C의원 원장은 “(네이버에서) 아예 지우겠다는 결정을 한 건 굉장히 용감한 행위”라며 "생각 같아서는 그렇게 하고 싶지만 병원을 찾아오는 환자가 줄어들까 봐 난감한 입장"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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