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사업비 2조3900억원. 각종 세제혜택과 간접비 비율 인상에 병역특례에 의한 인력지원, 신기술과 개발 제품 등에 대한 3년 이내의 비급여 적용.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연구중심병원에 주어지는 혜택이다. 청사진만 놓고 보면 병원들 입장에서는 말 그대로 ‘로또’인 셈이다.
하지만 우려도 적잖다. 특히 일부 대형병원들의 배만 불릴 것이란 비관론이 끊이질 않고 있다. 최근에는 대형병원과 중소병원을 모두 아우르는 대한병원협회도 같은 우려를 내놨다.
연구중심병원과 관련, 병원협회가 공식적인 입장을 밝힌게 처음인 만큼 정부 정책에 대해 병원계의 기대감 보다 우려감이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는 분석이다.
대한병원협회 이왕준 정책이사와 이상호 홍보위원장은 최근 발간된 협회보를 통해 연구중심병원에 대한 협회의 공식 입장을 공개했다.
이들은 병원계 전체의 입장을 전제로 연구중심병원의 방향에 대해 우려감을 나타냈다. 현재 분위기에서는 소수 대형병원에게 특혜가 집중될 수 밖에 없을 것이란게 공통된 지적이었다.
이왕준 정책이사는 “일선 병원들은 연구중심병원에 대해 반신반의하고 있다”며 “선정된 일부 병원들에게만 그 혜택이 돌아가면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가속화 될 것이란 우려가 크다”고 전했다.
그는 이러한 병원계 우려의 근거로 ‘보건의료기술 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의 연구중심병원 지정기준을 꼽았다.
기준에 따르면 신청병원은 생명자원은행과 임상시험센터를 갖추고 최근 3년 간의 연구논문, 지식재산권, 기술료 등 연구실적 평가 등을 통한 점수를 기준으로 선정토록 돼 있다.
하지만 이왕준 정책이사는 이 기준이 일부 대형병원에 국한된 얘기라고 지적했다.
즉 현재 관련 인력 및 시설이 충분히 확보돼 있는 일부 대형병원 만이 평가대상이 될 수 있고 상대적으로 시설, 인력 등이 부족하지만 향후 의료산업 발전 기여 가능성이 많은 병원들은 신청 기회 조차 얻을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왕준 정책이사는 “모든 병원들이 일정한 수준 이상의 연구시설을 갖춰야 한다면 이는 중복 투자를 유발할 수도 있고 산학연계를 통한 시너지를 유도한다는 취지를 무색케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연구중심병원 지정에 있어 관계 학교시설 등을 지정기준에 포함시키고 협력 외부 연구기관들과의 일정 수준 이상의 연계 구조를 확보한 병원에도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현재 연구중심병원을 지정하는 단위를 단일 병원이 아닌 병원 간 연대에 대해서도 인정해 줘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몇 개의 병원이 연합해서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왕준 정책이사는 “연구중심병원 제도의 성공적 시행을 위해서는 합리적인 시행계획이 전제돼야 하고 의료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가능한 많은 병원이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상호 홍보위원장은 이미 인프라가 갖춰 있는 대형병원 위주로 연구개발 재원을 지원하는 것 보다 개발 잠재력이 있는 병원을 우선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의료산업 육성의 핵심은 병원 규모와 인력의 문제가 아니라 연구의사 개개인의 특성과 축적된 진료 경험의 분량이라는 논리다.
이상호 위원장은 “연구중심병원 판정 기준이 기존의 연구시설이나 지금까지의 연구성과에 국한돼서는 안된다”며 “각 병원의 연구 특성화 전략이나 아이템의 실현 가능성이 평가의 우선적 잣대가 돼야 한다”고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