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집단 이탈 사태가 4주째로 접어들면서 의료대란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보건당국 역시 초조해진 모습이 역력하다.
특히 그동안 상급종합병원에서 퇴원·전원한 환자들을 받아온 종합병원과 중소병원들도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정부는 최근 뒤늦게서야 2차 병원들의 진료현황 파악에 나섰다.
이 상태로라면 대학병원에서 시작된 의료공백이 종합병원, 중소병원으로 이어지는 도미노 의료대란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달라진 정부 분위기는 전국 병원들을 대상으로 발송하는 공문 내용에서도 여실히 나타났다.
지난 달 전공의 사직 사태 초기만 하더라도 보건복지부는 일선 병원에 ‘비상진료 지원방안’에 대한 안내에 집중했다.
△응급 진찰료 수가 신설 △응급의료 가산 △중증입원환자 비상진료 정책지원금 △중증환자 진료 보상 △회송료 수가 등 금전적 보상에 관한 내용 일색이었다.
뿐만 아니라 △중환자 전담전문의 업무범위 확대 △의료인력 기준 완화 △의료기관 평가 불이익 방지 등 제도적 지원을 약속했다.
전공의들이 떠난 수련병원의 진료기능이 정상 작동하기 어려운 만큼 일선 종합병원과 중소병원들이 그 진료공백을 메우도록 각종 당근책을 제시한 셈이다.
2차 병원들 역시 보건의료 재난상황 극복을 자청하며 기류에 편승했다.
응급환자, 중환자 등을 치료할 수 있는 대학병원 수준의 충분한 시설과 인력, 장비를 보유하고 있는 종합병원이 진료공백을 책임질 수 있다며 자신했다.
하지만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2차 병원 응급실과 중환자실을 시작으로 과부하가 걸리기 시작했다. 병상이 없어 대학병원 전원 환자를 수용하지 못하는 종합병원들이 급격히 늘고 있다.
진료현장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자 보건당국이 부랴부랴 사태 파악에 나섰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응급실을 운영 중인 전국 298개 종합병원에 공문을 보내 일일 진료현황 자료 제출을 요청했다.
당일 외래환자, 입원환자, 수술건수, 병상 현황을 집계해 매일 보고해 달라는 내용이다.
뿐만 아니라 47개 상급종합병원과 권역응급의료센터 등에 응급실 및 중환자실 의사 실근무 인력 현황 제출을 요청했다.
기존 일일 진료현황과 더불어 암수술 건수도 추가로 집계해 달라고 하는 등 당근책 제시에 주력하던 사태 초반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암환자 항암치료와 수술 지연, 응급실 뺑뺑이 등 환자들 불만과 민원이 급증하면서 부랴부랴 의료현장 상황 파악에 나선 모양새다.
이에 대해 일선 병원들은 정부의 안일한 행보를 강하게 비난했다.
한 중소병원 원장은 “가뜩이나 몰려드는 환자들로 정신이 없는데 매일 진료현황 자료 제출 부담까지 지우고 있다”며 “가용 인프라 점검 등은 사태 초반에 이뤄졌어야 한다”고 일침했다.
이어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2차 병원들이 수용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며 “더 이상 길어지면 도미노 의료대란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