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경영 발목 조철구 원자력의학원장 결국 '사퇴'
노조 거센 요구 등 직무대행체제 전환…미래부, 구조조정 예고
2015.09.07 20:00 댓글쓰기

한국원자력의학원 조철구 원장이 사퇴했다. 노동조합의 끈질긴 사퇴 요구와 미래부의 압력에 결국 물러났다는 것이 중론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경영 정상화와 의학원 구조조정 등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해 밀려났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어 그 배경과 의학원의 향배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일단 조 前 원장은 임기를 11개월여 남겨둔 지난달 17일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는 추후 별도의 직책이나 보직은 맡지 않고 진료에만 집중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비워진 원장직은 당분간 공석으로 남겨질 전망이다. 의학원은 "최창운 방사선의학연구소장이 직무대행을 맡아 의학원을, 노우철 진료부장이 병원을 이끌게 됐다"며 "당분간 의학원 전체가 직무대행체제로 운영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병원 관계자 A씨는 "수년째 지속된 적자에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까지 겹쳐 병원 경영이 계속 안 좋았다"며 "어려운 상황과 맞물려 수장이 사퇴해 암흑기가 더 길어질 것 같아 우려된다"고 안타까움을 피력했다.

 

그러나 노조 입장은 조금 달랐다. 노조는 지난해부터 꾸준히 조 前 원장의 사임을 요구해왔다. 특히 지난해 말 "혁신을 통한 병원 경영 정상화 후 자진사퇴하겠다"는 조 前원장의 약속을 받아냈고, 변화의 조짐이 보이지 않자 금년 5월 임직원을 대상으로 사퇴 서명운동을 진행했다.

 

경영 정상화에 앞장서야 할 원장이 뚜렷한 목표나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한 채 별다른 조치 없이 시간만 보내왔다는 이유에서다.

 

강창곤 노조 지부장은 "침체된 분위기를 쇄신하고 변화를 주도해야 할 원장이 무사안일한 태도를 보였다"며 "정체성을 확립하고 구성원과 함께 희망찬 미래를 열어갈 새 원장이 필요했다"고 당위성을 주장했다.

 

이 가운데 의학원을 통솔하는 상위기관인 미래창조과학부가 자진사퇴에 압력을 가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내심 경영 정상화를 하기에는 조 前 원장의 역량이 부족하다고 판단하던 찰나 노조의 강경한 요구가 더해지자 사퇴를 종용했다는 주장이다.

 

병원 관계자 B씨는 "사퇴에 대한 노조의 요구가 이어져왔음에도 의지를 굽히지 않았던 조 前 원장이 사전 전조도 없이 너무 갑작스레 자진사퇴를 했다"며 "상부의 입김이 작용한 것 같다"고 관측했다.

 

이에 대해 미래부 관계자는 "적자운영에 따른 부담과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노조 측의 사퇴 요구에 자진사퇴 형식으로 물러선 것"이라면서도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에 무게를 실었다.

 

이어 "미래부 내부적으로도 산하에 병원을 두는 것을 두고 말이 많은 상황이다. 방사선 비상대응 등을 위한 임상센터 역할과 진료 중심의 의료기관 역할을 두고 어디에 중점을 둬야할지 등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세부적인 경영정상화 방안과 관련해서 그는 "계속되는 적자경영 속에서 병원이 어떤 자구책을 내놓을지 일단 지켜본다는 방침"이라면서도 "현실적으로 구조조정이 가장 실현 가능한 방안일 것"이라고 말해 적지않은 내홍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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