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백성주 기자] 한방 난임치료 실효성 및 국가 지원을 두고 의료계와 한의계의 힘겨루기가 다시 시작될 전망이다.
정부기관 연구에서 한방 난임치료의 안전성과 유효성이 의과에 비해 열등하지 않은데다 경제적 측면에선 강점을 갖고 있다는 결과가 발표되면서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해당 연구를 근거로 국가지원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국회서 심의 중인 내년 복지부 연구개발(R&D) 예산 확정시 ‘한방 난임치료’를 R&D과제 공모에 포함시킬 예정이다.
진흥원 연구용역, 한약·침구 난임치료 임신율 14%‧출산율 7.8%
동국대학교 김동일 교수(일산병원 한방병원장)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연구용역으로 ‘한약(온경탕과 배란착상방) 투여 및 침구치료의 난임치료 효과규명을 위한 임상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한약·침구 치료로 구성된 난임 치료의 효과와 안전성·경제성 확인을 위해 지난 2105년 6월부터 4년간 진행됐으며, 6억2000만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경희대, 동국대, 원광대 등 3개 한방의료기관에서 원인불명 난임여성 100명(만 20세 ~ 44세, 최종 90명 연구완료)을 모집해 이뤄졌다.
연구팀은 한약 복용과 침구 치료를 병행해 4개 월경주기 동안 치료를 하고, 3개 월경주기의 관찰기간까지 총 7주기 동안 임신결과를 관찰한 후, 임상연구를 종료했다.
난임여성 90명 중 13명(14.4%)이 임신했고, 이중 7명(7.8%)이 12주 이상 임신을 유지하고 출산까지 완료(건강한 만삭 출산)했다.
전체 치료 완료 대상자 기준 임상적 임신율은 14.44%, 착상률 14.44%, 임신유지율 7.78%, 생아 출산율 7.78%였다.
'난임부부 지원사업(2016)'에서 확인된 의과의 난임치료 효과는 임신 확진을 기준으로 인공수정 13.9%, 체외수정 29.6%로 집계됐다.
김동일 교수는 “의과 인공수정(13.9%)과 한의약 난임치료(14.4%)의 유효성이 유사하더라도 모집단 크기 등으로 단순 비교는 곤란하다. 하지만 열등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인공·체외수정 등 의과치료 이력이 있는 여성 74명 중 12%인 9명이 임신 확진된 것으로 나타난 것은 한의약 난임치료가 ‘보완적 치료 수단’으로서 유의미하다는 해석이다.
그는 “의과·한의과 치료 이력이 없는 여성 15명 중 26.7%인 4명이 임신 확진된 것으로 나타나는 등 한의약 난임치료가 일차의료로서 유의미한 결과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에서 임신한 여성(2.38주기) 기준, 한의약 난임 치료 비용은 151만원(한약 140만원, 침구치료 8만원, 진찰료 3만원 등) 수준이었다. 비용 측면에서도 경쟁력을 갖췄다는 것이다.
2016년도 난임부부 지원사업에서 인공수정 시술비는 최저 3만6천원에서 최대 285만원으로 평균 64만4천원이었다. 체외수정에서 신선배아 이식 시술비용은 최저 42만6천원에서 최대 794만원으로 평균 364만원이었다.
김 교수는 “의과치료 통계와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한의약 난임 치료가 현대과학적 기준에서 검증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면서 “향후 더 많은 난임 여성을 대상으로 대상으로 대규모 임상연구를 하거나 의과-한의과 협력 연구를 추진할 필요성이 있다”고 전했다.
복지부, 내년 R&D 예산 확보되면 산부인과 등 공동연구 추진
보건복지부는 “이번 연구는 R&D가 아니며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한 것”이라며 “이를 토대로 올해 안으로 표준진료지침을 제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내년도 R&D 예산이 확정되면 산부인과 등과의 공동연구나 공신력을 가진 연구기관 등의 참여를 위해 연구사업 공모에 포함시킬 방침이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복지부는 이번 김동일 교수의 ‘한약 투여 및 침구치료의 난임치료 효과규명을 위한 임상연구’를 언급하며 “지원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답한 바 있다.
이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정춘숙 의원(더불어민주당)의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사업에 한의약적 난임치료도 지원받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지난 7월 전라남도의회는 난임부부에게 한방난임 치료비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광역시도 중 부산시, 전라북도, 충청남도, 대전시, 경상북도, 경기도에 이어 7번째다.
한의계는 “한방난임치료를 국가지원사업에 포함해 접근성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자체별로 상이한 한방난임치료사업을 건강보험 체계에서 관리, 보다 표준화된 난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의료계는 이번 연구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기본적인 대조군이 없고 연구 대상자조차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100명 중 10명이 중도 탈락해 90명으로 임상적인 의의를 부여하기는 어렵고 중도탈락자를 통계에서 제외한 것도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이번 연구에는 한방 난임 치료에 다양한 한약 처방, 침, 뜸 등이 활용됐지만 정확히 어떤 치료법이 활용됐는지 표준화가 이뤄져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약 처방 과정에선 시료의 재조 과정과 약리학적인 유사성을 확인할 수 있는 표준화 과정에 대한 자료조차 없다”면서 “우선 과학적 근거가 확보돼야 하는 만큼 정책 반영 계획은 철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언제까지 효과 없는 한방난임사업에 국민들의 혈세를 쏟아 부으려 하는지 모르겠다. 지자체는 실패한 한방난임치료 사업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피력했다.